[나발리 사망 파문] CNN “나발니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라!”...스탈린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나발니의 죽음
[나발리 사망 파문] CNN “나발니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라!”...스탈린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나발니의 죽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2.18 06:42
  • 수정 2024.02.18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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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사진 = 연합뉴스]
수감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사진 = 연합뉴스]

CNN방송은 17일(현지 시각)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수상한 죽음과 관련해, 스탈린 시대가 연상된다고 주장하면서 나발니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라고 요구하는 칼럼을 실었다. 칼럼을 쓴 피터 버겐은 안보 전문 칼럼니스트로, 『혼란의 대가 : 트럼프 행정부와 세계(The Cost of Chaos: The Trump Administration and the World)』의 저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러시아의 유명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감옥에서 사망했다는, 러시아 교정당국의 발표를 접했다. 하지만 우리는 나발니의 사망에 대한 정확한 세부 사항을 아직 알지 못하며,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무슨 핑계를 대든 러시아는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적들의 죽음에 대해 믿을 수 없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작년에 무장봉기를 일으켰던 바그너 그룹의 지도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을 낳은, 모스크바 근처에서의 비행기 추락이 진짜 사고였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크렘린은 어떠한 개입도 반복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은, 푸틴의 야망이 KGB 국가를 재창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러시아를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푸틴 대통령이 정확히 2년 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러시아에서 탄압이 극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이 야망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는 러시아에서 “전쟁 관련 검열의 강화, 반체제 인사들의 투옥, 인권 운동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구소련 시절 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만큼 서구에 잘 알려진 반체제 인사 나발니를 잠재우는 것보다 러시아 야당의 사망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더 있을까?

푸틴 치하의 러시아는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푸틴의 생애 최대 사건 중 하나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이는 동유럽에서 사실상 소련 제국이 종말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푸틴은 당시 동독 지역이었던 드레스덴에서 KGB 장교로 근무하고 있었다. 소련은 그로부터 2년 뒤 붕괴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구소련이 붕괴된 배경에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러시아 전 대통령이 수년 동안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통해 소련을 자유화한 사실을 꼽을 수 있다. 고르바초프는 또한 거의 10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어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1989년 끝내고 소련군을 철수시켰다. 당시 소련은 이 전쟁을 자신들이 빠져나와야 할 수렁으로 여겼었다.

푸틴은 고르바초프의 통치에서 두 가지 큰 교훈을 얻었다. 즉, 그는 무능한 권위주의 정권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자유화를 도일할 때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이 점에 있어서는 프랑스 역사가이자 정치가였던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행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러시아 지도자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촉발시킨 제1차 세계대전에서 로마노프 왕가의 경우처럼 전쟁에서 패할 때이다. 고르바초프가 1989년 2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것은 동유럽 국가들에 공포의 소련군이 사실은 종이호랑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9개월 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5월 9일 러시아 중앙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전승 기념식의 퍼레이드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5월 9일 러시아 중앙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전승 기념식의 퍼레이드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푸틴은 2022년 고르바초프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부러 밝히면서 고르바초프의 통치 방식과 세계관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고르바초프와는 달리 스탈린은 철권통치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악명 높은 독재자였던 스탈린은 소련을 20년 이상 통치하고 1953년에 사망했다.

전직 <폭스뉴스> 앵커 터커 칼슨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보여준 것처럼, 러시아 역사에 대한 자신만의 역사관을 지닌 푸틴은 고르바초프 방식보다는 스탈린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푸틴은 러시아 헌법을 개정해 2036년까지 국가 지도자로 계속 선출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푸틴은 오는 3월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후보인 보리스 나데즈딘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나데즈딘의 캠페인이 러시아 사람들의 관심을 끌자 푸틴 정권은 불과 일주일 이를 중단하도록 했다. 이제 푸틴 대통령은 거의 반대자 없이 출마할 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나발니의 사망 소식을 어떤 식으로 알게 될까?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현재 사실상 크렘린 TV나 마찬가지인 러시아 TV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러시아 TV는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침묵하고, 대신 3월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할 위대한 지도자 푸틴을 선전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푸틴은 자신의 가장 강력한 정적이 이제 죽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까지 침묵해서는 안 된다. 나발니의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벨 평화상이 주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벨위원회가 사후에는 상을 수여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변경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1970년 솔제니친의 노벨 문학상이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인과 세계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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