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아비규환의 아우디이우카...철수 못한 병사들의 마지막 메시지
[우크라 줌인] 아비규환의 아우디이우카...철수 못한 병사들의 마지막 메시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2.21 06:27
  • 수정 2024.02.2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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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하기 전의 우크라이나군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하기 전의 우크라이나군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근 격전지로 주목을 받은 동부 아우디이우카가 러시아군에 넘어가면서 제대로 후퇴하지 못한 우크라이나군 부상자들의 마지막 참혹한 상황이 알려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CNN방송은 20일(현지 시각) 아우디이우카에서 부상 등의 이유로 후퇴하지 못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보도했다.

아우디이우카는 거의 10년 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의 최전선이었다가 약 2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에는 몇 달 동안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군의 철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에 우크라이나군이 지난주 토요일에 아우디이우카를 포기하면서 러시아군은 몇 달 만에 가장 중요한 승리를 거두었다. 러시아군의 아우디이우카 점령은 신속하고 무자비하게 이루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병사는 “300명의 부상자들은 그대로 남겨두고, 모든 것을 불태우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아우디이우카 상공에 러시아 깃발을 게양한 지 몇 시간 후, 후퇴하지 못한 여러 명의 우크라이나군 부상자들이 러시아군 점령 뒤 사망했다는 끔찍한 소식이 들려왔다.

해당 군인들은 제니트(Zenit)로 알려진 위치를 지키던 ‘제110기계화 분리여단’ 소속이었다. 지난주 러시아군이 아우디이우카로 진격하면서 제니트는 강력한 공격을 받았다.

상황을 목격한 우크라이나 군인 중 한 명인 빅토르 빌리악에 따르면, 제니트에 주둔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폐허가 된 마을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간간이 보여지는 암울한 상황과 함께 긴 시간 이어지는 위태로운 후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들판 가로질러 1Km 거리는, 어둠으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생사의 갈림길이 걸린 순간이었습니다. 적의 포화 속에서 오로지 드론의 안내에만 의지하는, 눈먼 새끼 고양이들 같은 신세였습니다. 아우디이우카에 이르는 도로에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시신이 널려 있었습니다.”

그는 후퇴 당시의 참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휘관은 마침내 부상자들을 포기한다는 무전을 보내왔다고 한다. 결국 부상병 여섯 명이 남겨지게 되었다. 그리고 부상병들이 남긴 메시지는 해독 불가능했다고, 빌리악은 말했다.

“그들의 마지막 절망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목숨을 바친 병사들이야말로 가장 용감한 전사들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포격에 폐허 된 아우디이우카 시내 건물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 포격에 폐허 된 아우디이우카 시내 건물 [사진 = 연합뉴스]

남겨진 병사들

아우디이우카는 2014년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인근의 도네츠크를 포함해 돈바스 지역의 상당 부분을 점령한 이후 최전선이 되었다. 수년간의 전투로 인해 마을은 지난 8년 동안 참호가 건설되면서 견고한 요새로 변모했다.

그러다가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최전선의 여러 지점에서 수세에 몰리고 탄약과 병력 부족에 시달리자 러시아군은 기회를 감지한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군은 아우디이우카에 지상 공격을 강화하기 전에 공습과 포 공격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성과를 거둔 이후 러시아군에 가장 중요한 승리를 안겨주며 아우디이우카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 군인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포위된 병사들 중에는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 출신의 하사관이자 의무병인 이반 지트닉(30세, 콜사인 ‘드장고’)도 있었다. 그는 ‘110여단’과 마찬가지로 거의 2년 동안 아우디이우카에서 전투를 벌였다.

그는 부상이 심해 이동할 수 없었다.

지난주 목요일 지트닉은 여동생 카테리나 등 가족들과 눈물의 영상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이 장면은 이후 우크라이나와 소셜 미디어에서 널리 퍼졌다.

동영상에서 카테리나는 오빠에게 “그래서, 그들은 …… 아무도 데리러 안 오는 거야? 오빠 혼자야, 아니면 다른 병사들과 함께 있는 거야?”라고 묻는다.

그러자 지트닉은 “모두가 철수했어. 그들은 호송차로 우리를 데리러 올 것이라고 말했어. 다리가 부러지고 등에 파편이 박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라고 답한다.

그는 제니트 진지에 남겨진 6명의 부상병 중 4명은 자기처럼 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누구에게 알려야 할지 모르겠어.” 

카테리나는 울먹이며 이렇게 말한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 도대체 누가 오빠를 데리러 가는 거야?”

그러나 아무도 제트닉 일행을 구출하러 가지 않았다.

‘Slidstvo’라는 SNS 계정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언론인들은 나중에 이들 우크라이나군 부상병들 중 3명의 친지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구조 차량을 하루하고도 반나절 동안이나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들은 친지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지트닉 오빠가 저에게 전화했을 때 그는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철수 병력들이 남은 부상자들에게 모든 물품을 남겨주고 떠났지만, 약과 음식이 부족했습니다.”

카테리나는 ‘Slidstvo’에 이렇게 설명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군 지휘부가 부상병을 남기고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말을 오빠에게 들었다.” 주장했다. 그녀는 동영상에는 부상병들이 영상통화를 하는 사이 러시아군이 들이닥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난 CNN은 이 동영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

제니트에는 또 다른 부상병 안드리이 부두니츠키이도 남겨져 있었다. 그의 아내 류드밀라는 ‘Slidstvo’에 “우리는 (목요일) 오전 10시에 남편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는 사타구니에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농담을 하려고 몸을 틀다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에게 문자도 보냈는데……”라고 말했다.

“마지막 메시지는 12시에 그가 체포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난 2023년 5월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소도시 아우디이우카 인근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제55독립포병여단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카이사르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소도시 아우디이우카 인근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제55독립포병여단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카이사르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어머니, 저는 전사(戰士)입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한 러시아군 블로거가 우크라이나군 여러 명의 시신을 보여주는 영상을 게시했다. 여러 증언에 따르면, 해당 영상에는 그보다 이틀 전 아우디이우카 남부 제니트에 진입한 러시아군 ‘슬라브 제1여단’의 상징이 담겨 있었다.

해당 영상에는 지난주 금요일 아우디이우카 ‘군부대 시설’에서 촬영되었다는 설명이 들어있었다. 영상 속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을 나치라고 부르며 “우리 땅에서는 죽음만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카테리나는 제니트에서 러시아군에 포획된 오빠의 모습을 그의 옷과 물병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인스타그램에 철수 장면을 올렸던 우크라이나 군인 빌리악은 팔에 십자가 모양의 문신을 보고 안드리이 부두니츠키이를 알아보았다.

이 영상을 밤 늦게 확인한 부두니츠키이의 아내 류드밀라도 남편의 모습을 알아보았다.

“오후 10시 30분에 이 영상을 발견했는데 문신을 보고 남편을 알아봤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남편은 2022년 3월 8일에 소집되었고 그 이후 줄곧 아우디이우카에서 복무했습니다. 그가 징집되었을 때 제 딸은 생후 4개월이었습니다.”

그녀는 ‘Slidstvo’에 이렇게 말했다.

다른 군인의 어머니도 똑같이 끔찍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의 어머니 인나에 따르면 ‘판다’라는 콜사인으로 불리는 허히 파블로프는 2015년부터 계약직 군인으로 입대해 지난해 제니트에 배치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후송 차량을 3일간이나 기다렸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아들은 14일에 허리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 나는 아들에게 항복을 권했습니다. 그에게는 5살배기 아이가 있습니다.”

그녀는 ‘Slidstvo’에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파블로프는 “‘어머니, 저는 전사(戰士)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들이 살아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지금 내가 원하는 유일한 것은 내 아들을 찾는 것입니다.”

그녀는 지난주 금요일 이렇게 호소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그녀는 러시아 동영상에서 아들의 시신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군 ‘110여단’은 CNN에 현재로서는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유명한 군사 블로거 유리 부투소프는 이후 제니트 진지에 남겨진 군인 6명의 이름을 모두 게시했다.

“그들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었고, 후송 차량도 없었습니다. 제니트가 완전히 포위되었기 때문에 어떤 차량도 그들을 데리러 갈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남겨진 부상병들이 어떻게 사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투소프는 러시아군이 “비무장 부상병 포로들을 처형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러시아군의 행위에 대해 “전쟁법 및 전쟁 관행 위반과 계획적 살인” 혐의를 두고 조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제110기계화 분리여단’은 월요일 발표한 성명에서 제니트 진지가 포위된 후 부상병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러시아군과 협상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부상자들을 대피시키고 지원을 제공한 다음, 최종적으로는 러시아 포로들과 교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우리는 아군 병사들에게 끝까지 살아 있으라고 명령을 했습니다.”

이 성명서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나 ‘기계화 여단’은 이후 러시아군이 공개한 영상을 통해 해당 병사들이 사망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잔혹한 전쟁에서 우리는 자유를 위해 큰 대가를 치르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은 성명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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