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유럽인들의 10%만이 믿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승리 가능성
[월드 프리즘] 유럽인들의 10%만이 믿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승리 가능성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2.22 06:37
  • 수정 2024.02.22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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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체코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체코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있은 지 거의 2년이 지난 지금 유럽연합(EU) 전체 조사에 따르면, 유럽인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는 여전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떤 형태로든 ‘협상에 의한 합의(compromise settlement)’가 절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21일(현지 시각) 가디언이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이맘때 우크라이나가 잃어버린 영토를 모두 되찾아야 한다고 답한 유럽인보다 더 많은 유럽인들이, 상황 변화로 인해, 실제로 수용 가능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보고서 작성자는 주장했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해 전쟁에 관해 말하는 방식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이번 여론조사를 진행한 유럽외교협회(ECFR)의 공동저자인 마크 레너드는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러시아의 승리를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믿지 않는다고, 레너드는 말했다. 다시 말해, 점점 더 회의적인 유럽 대중을 위한 가장 설득력 있는 해법은 “전쟁을 통해 러시아에 승리를 안겨주기보다는 평화적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선택을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프랑스,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스웨덴을 포함한 12개 유럽연합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1월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정체되고 미국의 정책 변화와 미국의 대선 결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쟁 결과에 대한 비관론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가 동부 최전선 아우디이우카에서 후퇴하기 전에 진행되었다. 아우디이우카의 포기는 2023년 5월 바그너 용병이 바흐무트를 점령한 이후 러시아에게 가장 중요한 군사적 승리를 안겨주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을 감행했다.

‘전쟁과 선거 :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Wars and Elections: How European leaders can maintain public support for Ukraine,)’으로 명명된 이번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2개국 유럽인 10명 중 1명만이 우크라이나가 전투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믿었고, 그 두 배(20%)는 러시아의 승리를 예측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가장 낙관적인 회원국(폴란드, 스웨덴, 포르투갈)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국가는 5명 중 1명 미만(17%)이었다.

조사에 응답한 모든 국가에서 응답자의 평균 37%가 공유한 가장 일반적인 견해는 전쟁이 ‘협상에 의한 타협’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스웨덴(50%), 포르투갈(48%), 폴란드(47%)에서는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도와야 한다고 답한 경향이 높았고, 헝가리(64%), 그리스(59%), 이탈리아(52%), 오스트리아(49%)에서는 우크라이나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더 많았다. 반면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에서는 의견이 고르게 분포되었다.

조사 결과는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신들의 직접적인 관심사라고 생각하는 유럽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응답자들은 중동 전쟁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국(33%)과 유럽(29%)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서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러시아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에 깔려 있던 주민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서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러시아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에 깔려 있던 주민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편,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나쁜 소식으로 여겨졌는데, 조사 대상 12개국 응답자의 56%가 트럼프가 대통령에 재선될 경우 매우 또는 상당히 실망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일한 예외는 헝가리인데, 응답자의 27%가 트럼프의 복귀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31%는 실망할 것이라고 답했다. 헝가리의 사실상 유일한 정당인 보수성향의 ‘Fidesz’당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승리를 희망했다.

과거 트럼프 지지를 표명했던 유럽의 다른 극우 정당들인 독일 ‘AfD’, 오스트리아 ‘FPÖ’, ‘이탈리아 형제단’을 찍은 유권자의 약 3분의 1만이 트럼프의 복귀를 환영한다고 답했으며, 프랑스의 ‘국민전선’과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지지 정서가 더욱 약화됐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한다면, 유럽인의 41%는 유럽연합이 지원을 늘리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33%는 미국을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주년을 맞아 수행된 이번 조사에서 보고서 작성자들은 유럽인들이 “영웅적 분위기”에 들떠있지도 않고 결과를 낙관하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들은 러시아의 승리를 막으려는 유럽인들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들은 나아가, 서방 정책 입안자들의 당면 과제는 전쟁 결과에 대한 대중의 신뢰 하락과 러시아의 승리를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지지를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서 절충안을 성공적으로 찾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과 미국이 선거 시즌에 접어들면서 평화에 대한 정의가 핵심 이슈가 될 것입니다.”

보고서 저자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지도자들은 현재의 정서에서 새로운 언어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보고서의 또 다른 공동저자인 이반 크라스테프는, 가장 큰 위협은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그 지지자들을 ‘영원한 전쟁 공동체’로 묘사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평화의 허울’을 내세우며 자신의 조건 하에서만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승리는 “평화가 아니다”라고, 소피아에 본부를 둔 ‘자유 전략 센터(Centre for Liberal Strategies)’의 싱크탱크 의장인 크라스테프는 지적했다. 

“만약 전쟁을 끝내는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변한다면 이는 키이우뿐만 아니라 유럽과 그 안보에도 패배가 될 것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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