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유럽의 마지막 투자이민, 그리스의 황금비자 실태
[월드 프리즘] 유럽의 마지막 투자이민, 그리스의 황금비자 실태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2.26 06:38
  • 수정 2024.02.26 0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리스 산토리니 [사진 = 연합뉴스]
그리스 산토리니 [사진 = 연합뉴스]

이주하고 싶거나 투자하고 싶은 나라에 경제적 투자를 제공하고 그 대신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하는 제도를 ‘황금비자(golden visa)’라 한다. 투자이민 비슷한 형태로 보면 될 듯하다.

2013년 몰아닥친 재정 위기 해법으로 이 황금비자 제도를 채택한 그리스는 현재 유럽에서 이 제도를 아직도 실시 중인 마지막 황금비자 국가 중 하나이다. 안보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다른 많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최근 몇 년 동안 황금비자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10년간 이어진 금융 위기의 첫해인 2013년에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시 그리스는 재정 위기에 따른 주택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황금비자 제도를 채택했다.

황금비자는 정해진 가격 이상의 부동산을 구입하는 제3국 국민에게 그리스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처음에는 25만 유로 이상의 그리스 부동산을 구입하는 외국인에게는 5년간의 거주 허가가 주어지고, 7년이 지나면 시민권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로 그리스 정부는 아테네, 미코노스, 산토리니, 테살로니키 일부 지역에서 외국인 투자 주택 가격 한도를 50만 유로로 인상했다.

이와 관련해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투자 이민 한도액이 80만 유로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스가 황금비자 투자 기준액을 높이는 이유는?

그리스의 황금비자는 그리스 국공채, 사채 및 주식에 40만 유로를 투자해 취득할 수도 있지만, 부동산 구입이 가장 인기 있는 경로이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지난주 의회에서 주택 부족과 임대료 인상에 직면한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액 상향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에서는 2018년 이후 임대료가 40% 증가했으며, 최근 몇 년간 그리스 부동산 판매의 약 7%가 황금비자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했다.

“주택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여전히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 내국인들의 주택 구매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리스 전역에서 부동산 중개 업무를 벌이는 ‘E-Real Estates Network’의 CEO인 데미스토클리스 바카스는 이렇게 분석했다.

특히, 아티카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2017년부터 2023년 2분기까지 신규 주택의 판매 가격이 71% 증가했고, 반면에 오래된 부동산은 가격이 하락했다.

하지만 주택 수급에 문제가 없는 일부 지역에서는 투자 이민의 한도가 종전 그대로인 25만 유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미초타키스 총리는 덧붙였다.

투자액 상향의 목표는 황금비자 발급수를 줄이면서도 더 많은 외국인 자금을 유인하겠다는 데에 있다.

지난해 9월 홍수가 밀어닥친 그리스 마을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9월 홍수가 밀어닥친 그리스 마을 [사진 = 연합뉴스]

단기 임대 수요 증가로 피해를 받고 있는 국내 자원

외국인 부동산 구입 허가는 임대료와 부동산 가격을 올릴 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와 같은 지역 자원에 부담을 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휴가용 부동산의 임대 사업을 벌이는 곳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그리스에서 주택을 임대할 계획인 황금비자 부동산 소유자는 향후 장기 임대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 운동가들은 정부가 한 단계 더 나아가 황금비자 투자 옵션에서 부동산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황금비자 프로그램은 그리스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43억 유로의 무시 못 할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주택 수요 폭증으로 이어진 과거 황금비자 투자 증가

정부는 황금비자 투자 관리를 통해 그리스 내 외국인 부동산 투자를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번 발표는 반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가 2023년에 투자 한도 인상 가능성을 발표한 순간 황금비자를 목표로 부동산을 구매하려는 부동산 투자의 수요가 3배로 늘었습니다.”

‘E-Real Estates Network’의 CEO인 데미스토클리스 바카스는 이렇게 말했다.

특히 부동산 부문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DFI)는 2022년 20억 유로에 달했다.

이 때문에 바카스 CEO는 황금비자 투자 증가를 특히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일방통행’으로 묘사한다.

그는 이런 부작용의 해법으로 이 프로그램이 “투자와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한 그리스 지역의 개발”에 사용되기를 원한다.

“예를 들어, 2023년 홍수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테살리아에서는 내년에 투자 한도를 20만 유로로 설정해야 합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리고 주택 재고 문제를 피하기 위해, 지은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신규 주택에만 적용되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관광 개발이나 학생 주택 또는 저렴한 주택 건설을 목표로 외딴 지역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는 투자액을 낮춰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황금비자 투자 프로그램은 나쁜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단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뿐이지요.”

바카스 CEO는 이렇게 주장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