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일본 벤치마킹한 한국 금융위 ‘기업 벨류업 프로그램’ 성공할까"...CNBC 진단 주목
[월드 프리즘] "일본 벤치마킹한 한국 금융위 ‘기업 벨류업 프로그램’ 성공할까"...CNBC 진단 주목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2.29 05:33
  • 수정 2024.02.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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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주식시장 상장 기업들에 기업 가치 향상 방안을 매년 자율공시하도록 했다. 우수 기업은 모범납세자 선정 때 우대하고,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마련한다.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내용은 상장사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방안을 매년 밝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주가 부양에 적극적인 10여 개사를 골라 표창하고 세제 혜택을 통한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기업 가치 성장 여력이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오는 9월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목표로 이처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공개했지만, 한국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자율성을 전제로 하는 권고 형식으로,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요...” 

한국의 한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와 관련, CNBC는 28일(현지 시각) 한국 정부가, 일본 주식시장을 모델로 삼고 야심차게 내놓은 ‘기업 벨류업 프로그램’이 투자자들의 냉대를 받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한국 금융위원회(FSC)는 주주 수익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게는 세제 혜택을 포함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 가치 향상 프로그램(Corporate Value-up Program)’을 발표했다.

FSC의 이 프로그램은, 주주 수익 증대 및 기업 수익 확대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도쿄 주식시장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일본 주식시장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본식 기업 거버넌스 개선 조치로는 저평가된 한국 주식시장을 살리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아시아 4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저평가되어 있는 자국 주식시장의 가치를 높이려고 애쓰고 있는데, 분석가들은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부른다.

이번 FSC 프로그램은 일본의 그것과 유사하다. 일본의 기업 거버넌스는 주주 수익 증대와 견고한 기업 수익을 추진하면서 도쿄 주식시장을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본 시장을 벤치마킹한 한국의 조치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할지도 모른다.

‘재벌’ 문제

한국 시장은 주로 대가족 소유의 글로벌 대기업인 ‘재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창업자의 가족이 통제한다. 대표적인 재벌로는 삼성전자, LG, SK, 현대 등이 있다.

재벌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이다. 이러한 다수의 가족 소유 구조에서는 소수 이해관계자는 전략적 결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달튼 인베스트먼트(Dalton Investments)의 제임스 임 수석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지배주주가 비대칭적 이익을 취하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 이것이 한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문제이다.”라며 ”한국에는 강력한 지배주주를 보유한 기업의 비율이 일본보다 더 높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 같은 지배주주들의 저항이 시장의 변화를 어렵고 더디게 만들기 때문에 당국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변화는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

FSC는 투명성 제고와 시장수익률 제고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증권거래소 상장기업들에게 “자발적으로 가치평가 제고 계획을 수립·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FSC는 기업들이 2024년 하반기에 기업 가치 향상 계획을 공개할 수 있도록 세부 지침을 마련하고 6월에는 전용 포털도 구축할 예정이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Federated Hermes)의 일본 외 아시아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나단 파인스는 한국에는 현재 “규제 시각지대로 인해 상당한 재정적 이득”을 얻고 있는 가족 경영 기업이 훨씬 더 많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주가 저평가에는 분명한 동기(원인)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지배주주인 대주주 일가를 설득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만드는 일은 성공할 것 같지 않다.”

파인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김주현 한국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주현 한국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추가 조치의 필요성

한국 정부는 주식시장 평가 개선을 목표로 외국인 투자자 등록 요건 완화, 공매도 억제, 거래 시간 연장, 배당 기준일 수정 등의 조치를 모색해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FSC가 시장을 크게 활성화하기 위해 더욱 일치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조치는 한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당국은 소액주주보다 지배적 이해 관계자(주로 창립자 가족)를 위하는 기업 운영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싱가포르 소재 Grasshopper Asset Management의 포트폴리오 관리자인 다니엘 탄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다니엘 탄은, 상장 기업에 가치 향상 계획을 수립하고 공개하도록 강요하는 등의 최근 한국 정부의 조치가 강제보다는 여전히 자발적인 노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시장이 일본 시장의 활황에 한 발 더 가까워지려면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는 강력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Federated Hermes)의 파인스도 한국 당국은 회사 임원들이 무조건 회사에 ”충성”하기보다는 주주 수익 향상에 대한 책임을 갖도록 요구하는 법률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국 기업들이 최소한 장부가치(book value)까지는 주가를 인상할 계획을 제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가순자산비율(price-to-book ratio/PBR)은 회사의 주식이 과소평가되었는지를 측정하며, 1보다 작은 숫자는 주식 가격이 공정 가치보다 낮을 수 있음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PBR은 1.40인 반면, 대만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TSMC)의 PBR은 5.23이고, 미국의 애플(Apple Inc)은 37.80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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