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미국의 임금이 떨어지는 중...고용주들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월드 프리즘] 미국의 임금이 떨어지는 중...고용주들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3.17 06:54
  • 수정 2024.03.1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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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의 가구 공장 근로자들 모습[사진 =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의 가구 공장 근로자들 모습[사진 = 연합뉴스]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하향 추세를 보이는 중이며, 고용주들은 이 현상에 대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고, CNN이 15일(현지 시각) 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급여가 정체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떨어지고 있다. 일부 고용주들은 이를 비용 절감의 기회로 여길지도 모르지만, 임금 정체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임금 재조정의 문제일 수도 있다.

미국의 대규모 정리해고가 몇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2024년 한해에만 미디어와 테크놀로지 업계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수천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부 관찰자들은 일자리 모집 공고를 검색하면서 그리 반갑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고 있다. 급여 인상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많은 경우 임금은 이전 수준보다 낮아 보인다. 심지어 동일한 업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집리크루터(ZipRecruiter)의 2023년 급여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2,000개 미국 기업 중 48%가 일반적으로 급여를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임금 정체 현상에 대해 기업들이 비좁은 취업 시장에서 때맞춰 비용 절감의 기회를 잡은 것으로만 해석하지는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임금 정체나 하향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대규모 사직 열풍(Great Resignation)이 불 때 기업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급증한 임금 수준이 뒤늦게 리셋(reset)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근로자 공급 과잉의 결과 

협소한 노동 시장으로 인해 미국 근로자들은 불과 몇 년 만에 선택의 폭이 작아지게 되었다. 2020년부터 고용주들은 수많은 일자리에 인재를 채우기 위해 급여를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불확실한 경제 속에서 고용주들은 신규 채용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한 경쟁이 줄어들면서 임금 인상 필요성도 줄어들었습니다.”

취업 전문 업체 ‘인디드(Indeed)’의 미국 경제 연구 담당 이사인 닉 벙커는 이렇게 분석했다.

“채용 공고가 상당히 감소한 반면 일자리를 찾는 근로자들은 늘었습니다.”

‘인디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초 정점에 달했던 미국 광고 업계의 임금 인상률은 당시 기준으로 전년 대비 9.3%까지 올랐었다. 그러던 것이 그 이후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이 수치는 2024년 1월에는 3.6%로 곤두박질쳤다. 뿐만 아니라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어 언제 바닥을 찍을지도 불분명하다.

이제 빈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근로자들도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고 더 나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근로자들이 급여 인상을 협상하거나 더 나은 초봉을 확보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잃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그들이 이것저것 일자리를 가릴 처지가 아닌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어떤 경우에는 회사가 신규 일자리에 대한 보상을 대놓고 삭감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현재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급여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벙커 이사는 말했다. 이전과 동일한 액수라도 근로자에게는 임금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차원에서는 취업의 문이 좁아진 데에 비해 근로자 공급이 늘어나, 2022년과 동일한 일자리가 현재는 더 낮은 급여로 근로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구인난 시기 근로자 모시기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산업 분야에서 역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예를 들어, ‘인디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숙박업 및 소매업 일자리는 2022년 2월에 전년 동기 대비 11.8%의 임금 증가를 기록했지만, 2024년 1월에는 거의 4배나 떨어져 3.4%를 나타냈다.

이 뿐만 아니라 한때 근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테크놀로지 업계 같은 섹터도 이제 기대치를 재설정(reset)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구인난으로 인해 근로자에 ​​대한 기본 보상이 크게 증가하는 대규모 강세 현상을 보였습니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미국 기술직 임원 채용 회사인 ‘리비에라 파트너스(Riviera Partners)’의 크리스 라이스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고용 시장이 재설정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근로자 공급 과잉에 따른 고용 수요 감소는 보상의 삭감을 의미합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구인구직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구인구직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채찍 효과(whiplash effect)’

궁극적으로 해고나 고용 동결 이후 빈 일자리를 채우려는 고용주들은 새롭게 변모한 채용 환경을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경제학과 틸 본 와차 교수는 지적했다. 

“그들은 현재의 추세로 새 급여를 책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시장 균형을 맞추기 위해 초봉이 깎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미국의 임금 정체 현상은 미국 경제가 2020년, 첫 번째 코로나19 봉쇄에서 어떻게 반등했는지를 고려하면 미국에서 제일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때 정점을 찍었던 임금 인상률은 당시 영국과 유럽의 그것을 무색하게 했다. 

“미국 경제는 경기부양책과 대량 예방접종으로 인해 크게 성장했습니다.”

벙커 이사는 이렇게 떠올렸다.

“이에 비해 사직과 이직이 줄어드는 지금은 임금 증가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 측면에서 현재의 상황은 조정 국면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벙커 이사는 임금 증가율이 3% 미만이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년 대비 임금 상승률이 9.3% 급등했다면 그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이는 코로나19 초기의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며, 지금은 경기 침체로 향하던 경제가 갑자기 급격하게 팽창했다가 다시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채찍질 효과(whiplash effect)’라 할 수 있지요.”

벙커 이사는 임금 정체가 현재 속도로 계속된다면 2024년 5월까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때부터 상승할지, 그대로 유지 될지, 떨어질지 여부는 고용 회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율이 계속 상승하면 근로자들은 계속 낮아지는 실질 임금 때문에 점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물가는 거의 3년 동안이나 임금 인상을 능가했다고, 벙커 이사는 지적했다.

“현재 실질 임금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기대치보다 낮습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과 임금 간의 경쟁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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