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84세의 정치 노익장을 물리친 미국의 대학생
[월드 프리즘] 84세의 정치 노익장을 물리친 미국의 대학생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3.11 06:24
  • 수정 2024.03.11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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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84세의 10선 현역 주의원을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킨 21세의 와이어트 게이블 [사진 = ATI]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84세의 10선 현역 주의원을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킨 21세의 와이어트 게이블 [사진 = ATI]

미국 공화당의 지방의회 의원 후보 당내 경선에서 21세의 새파란 대학생이 84세의 10선 의원을 물리치고 본선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고, 10일(현지 시각) ACB 등 미국 언론이 전했다.

대학 친구들이 봄 방학을 맞아 중간고사를 마치고 플로리다로 여행을 준비하며 들떠있는 동안, 공화당의 정치 신예 와이어트 게이블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하원의원 경선에 나갈 공화당 당내 후보 경쟁에서 노익장의 경쟁자와 싸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와이어트 게이블은 불과 21세이고, 상대 후보인 조지 클리블랜드는 84세의 10선 의원이었다.

게이블은 경선 기간의 몇 주 동안 수업이 끝나면 전화통을 붙잡고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지지를 호소했고, 주말이면 집까지 한 시간을 운전해 가서 가가호호 방문 유세를 펼쳤다. 이스트 캐롤라이나 대학교 3학년생인 게이블은 지난주 공화당 당내 후보 선거에서 자신이 “공화당의 미래(the future of the Republican Party)”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주의 공화당 하원의원인 조지 클리블랜드를 근소하게 이겼다.

게이블의 승리는, 2024년 미국 대선에 출마한 유력한 두 후보들의 나이가 너무 많다는 미국 유권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을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표현한 게이블은 자신의 승리가 “노인”이 지배하는 지역 공화당의 정치 모임에 젊은피를 수혈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게이블이 공직을 맡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말하는 유권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젊기보다는 상대 후보가 너무 나이가 많다고 주장하는 유권자들도 많다.

게이블은 인터뷰에서 “참신한 인물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게이블은 우익 운동가인 찰리 커크가 설립한 보수 청년 단체 ‘미국의 전환점(Turning Point USA)’의 이스트 캐롤라이나 지부의 회장이다. 여성 화장실 확대와 같은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것 외에도 경영학을 전공하는 게이블은 달리기와 실내 스포츠가 취미라고 말했다.

게이블이 선출직으로 정치에 나설 뜻을 품은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교육 시스템의 대응 때문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대학 신입생이었던 그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주 검사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생증이 비활성화되어 식당에 입장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질병 확산을 제한하려는 그런 식의 정책을 ‘완벽한 통제’로 인식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미시경제학 수업을 듣던 중 게이블은 이번에 자신에게 패배한, 지역의 공화당 주의원인 클리블랜드에게 이 문제와 관련해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응답을 받지 못했다.

“모두가 무관심하거나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뭔가를 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을 먹은 겁니다.”

게이블은 언젠가는 주지사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지니고 있다.

한편, 주 예산 집행 소위원회 의장이며, 전직 해병대 훈련 강사 출신인 클리블랜드 현 의원은 선거 결과에 대해 이렇다 할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온슬로우(Onslow) 카운티’ 건물 [사진 = ATI]
노스캐롤라이나주 ‘온슬로우(Onslow) 카운티’ 건물 [사진 = ATI]

‘온슬로우(Onslow) 카운티’ 공화당 의장인 크리스틴 카드는 클리블랜드 의원이 그동안 유권자들을 잘 대변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대선을 앞두고 조성되고 있는 후보들의 나이에 대한 담론 때문에 유권자들이 참신한 인물을 선택한 것 같다고 그녀는 지적했다.

“나는 이 결과를 클리블랜드 의원에 대한 반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변화를 바란 표심이자 참신한 인물을 원한 결과입니다.”

그녀는 게이블이 선거 운동에 친구들까지 동원하는 등 혼신의 힘을 기울인 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게이블은 혼자서 집집마다 1,000번 문을 두드리고 400번의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운동원들은 선거 당일에는 거의 모든 투표구에서 유세 자료를 나눠줬다고, 그는 덧붙였다.

게이블은 오는 11월에 민주당 카르멘 스파이서와 맞붙게 된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도인 롤리에서 남동쪽으로 120마일 떨어진 시골 ‘온슬로우 카운티’에서 치러지는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해당 지역에서 실시된 5표 중 3표를 얻은 바가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의회에서 게이블은 교육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그는 고등학생들에게 가정경제, 쇼핑, 목공 수업 등 보다 실생활에 가까운 교육이 더 많이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체육 교육의 강화에도 힘을 기울이고 싶어한다.

“저는 현재 학생입니다. 교육을 직접 받고 있는 당사자보다 교육 시스템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온슬로우 카운티’ 공화당 의장인 크리스틴 카드는 “1년 차 신예는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랜 현직에게 도전장을 내민 그의 결기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었다”라고 그녀는 지적했다. 따라서 그의 경험 부족은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게이블은 자신은 모든 연령대의 유권자를 대표할 것이지만, 공공 영역에 젊은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플랫폼을 사용하여 18~29세 인구의 투표율을 높이고, 해당 연령층이 공화당에 더 많이 투표하도록 이끌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는 젊은 층의 지지를 유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도 인정했다. 공화당은 2016년 이후 모든 선거에서 특히 젊은 층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으며, 유권자들이 항상 당에 많은 신뢰를 보내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당을 일신하고 참신한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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