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잇따르는 사고로 흔들리는 '보잉'...무슨 문제 숨겨져있는 걸까?
[월드 프리즘] 잇따르는 사고로 흔들리는 '보잉'...무슨 문제 숨겨져있는 걸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3.16 06:13
  • 수정 2024.03.16 0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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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5일, 비행 중 동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구멍이 나는 사고로 비상 착륙한 알래스카 항공의 보잉 737 맥스9.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월 5일, 비행 중 동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구멍이 나는 사고로 비상 착륙한 알래스카 항공의 보잉 737 맥스9. [사진 = 연합뉴스]

최근 보잉 항공기의 사고가 잇따르며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이번엔 호주 시드니를 출발해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향하던 보잉 787 여객기가 비행 중 고도가 급강하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50여 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이와 관련해 CNN방송은 보잉에 도사리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분석하면서 보잉 문제를 해결할 해법 또한 또렷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보잉이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업 중 하나로 명성을 쌓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지만, 이를 무너뜨리고 한때 위대했던 신화를 잃어버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하게 되는 데는 6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최근 비행 중 발생했던 일련의 사고들과 회사의 품질 기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이후 규제 기관, 항공사, 승객, 심지어 보잉 직원 들까지 실질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보잉(BA)의 주가는 올해 들어 27% 하락하여 S&P 500에서는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러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월요일에는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비행하던 787 드림라이너(787 Dreamliner)가 비행 도중 갑자기 고도가 떨어지면서 여러 명의 승객이 부상을 입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사고와 관련해서 아직까지 보잉의 과실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보잉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잉이 이미 지난 1월 5일 도어 플러그 파열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연방정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터진 이번 사고를 말하는 승객들의 증언은 보잉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사고를 일으킨 라탐 항공(Latam Airlines) 소속 여객기의 승객인 브라이언 조카트는 비행기가 갑자기 추락하면서 승객들이 기내 천장으로 날아오를 때 충격을 받고 잠에서 깨어났다고 말했다.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소녀가 침대에서 날아올라 천장에 부딪히는 장면을 기억하시지요? 바로 그 장면을 떠올리면 정확합니다.”

이 승객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일 이런 사고들이 다른 회사에 발생했다면 이 회사는 변호사를 불러 매각이나 파산 처리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보잉은 지난 6년 동안 34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백억 달러의 손실을 입히고, 수십억 달러의 벌금과 합의금을 지불한 두 차례의 치명적인 추락 사고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반복되는 품질 관리 문제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해왔다.

하지만 보잉은 여느 보통의 기업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보잉은 모든 면에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미국 기업이다. 본질적으로 민간 기업 행세를 하는 항공 우주 분야의 공익 시설인 것이다. 그리고 보잉과는 맞서 싸울 규제 기관도 거의 없다.

돈에 쪼들리는 FAA(미국 연방 항공청)는 보잉에 의존하면서 보잉에 ‘자체 규제’를 맡겨놓다시피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 FAA 관리자가 보잉이 생산 시설 감사의 절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해 보잉은 성명을 통해 FAA가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FAA 감사, 품질 저하 평가, 최근 지적된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변화를 계속 추구하고, 안전과 품질을 강화하고, 항공사 고객과 승객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개발하고 있다.”

보잉은 성명을 내고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투명한 조치를 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보잉사의 737맥스 여객기가 미국 워싱턴주 렌톤의 생산공장에서 제작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보잉사의 737맥스 여객기가 미국 워싱턴주 렌톤의 생산공장에서 제작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대마불사

보잉은 전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유럽의 경쟁사인 에어버스(Airbus)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독점이 아닌 복점 기업(duopoly)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정확한 평가가 아니다. 양사는 진정한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는 말이다.

보잉의 주요 고객은 항공사인데, 항공사는 보잉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기종을 갑자기 에어버스로 바꿀 수는 없다. 게다가 조종사들도 두 회사 기종들 중 하나에 대해 인증을 받았으므로 보잉이든 에어버스든 일단 선택하면 그 선택에 거의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 항공 산업에서 보잉의 독점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대마불사’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보잉은 소비자 선택과 같이 다른 기업들이 목숨을 걸고 매달려야 하는 대부분의 요인으로부터 면제된다. 미국 국민이 원한다고 해서 보잉을 없앨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잉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제게 묻는다면 보잉이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본적으로 최고위층 전체를 교체하는 것입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경영대학원의 개드 앨런 교수는 CNN에 이렇게 주장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알지만……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상황에 책임이 없는 고위 경영진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앨런 교수는 일갈을 터뜨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보잉의 해법으로 거론되는 담론 중 하나로 국유화가 있다.

진보적인 싱크탱크인 ‘미국경제자유프로젝트(American Economic Liberties Project)’의 연구 책임자인 맷 스톨러는 지난 1월 뉴스레터에서 정부가 유틸리티, 철도, 항공우주 기업을 국유화한 역사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런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잉이 수익의 약 40%를 정부 계약에서 얻고 나머지 대부분은 미국 관리들이 정기적으로 해외에서 영업사원 노릇을 하는 항공기 주문에서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보잉은 국가 지원을 받는 국가의 핵심 기업입니다.”

스톨러 연구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민간 기업의 성공 신화는 한때 훌륭했던 이 조직을 고치는 데 방해가 될 뿐입니다.”

물론 현재 보잉은 일반적으로 정부에게 넘어가는 기업들이 겪는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 있지 않다.(이는 수년간의 정부 지원 덕분이기도 하다). 국유화는 정치적으로는 흥미롭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은 낮은 방안이다.

“중단기적으로 개혁의 좋은 방안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앨런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비행 중에 도어 플러그가 파손되는 등의 끔찍한 사고가 일회성이 아니고 자주 발생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

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이 보잉 항공기에 의존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이것은 정말 금융 위기만큼이나 재앙이 될 수 있다.”

“내일 보잉의 모든 비행기가 하늘에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가 더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것은 일회성 사고를 뛰어넘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지속적인 위험’이 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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