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충전기까지…승객 배려 눈에 띄어
"어! 저기 들어온다."
서울 용산역 9번 승강장에 모인 300여명의 승객들이 일간 술렁였다. 이윽고 먼발치에서 푸른 빛깔을 뽐내는 KTX-청룡 호남고속선 열차가 서서히 승강장으로 미끌어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철도공사는 24일 용산역에서 용산역과 광주송정역을 오가는 KTX-청룡 호남선 시승행사를 열었다. 이번 시승행사는 지난 15일 시승단 모집 당일 바로 매진됐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KTX-청룡 호남선은 용산에서 광주송정까지 100분 안쪽인 1시간 36분만에 주파할 수 있다.
5월 1일 정식 운행이 예정된 KTX-청룡은 앞서 지난 22일 경부선 시승행사 당시 민간에 처음 공개됐다. 코레일은 마지막 시승행사를 25일 광주송정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바람' 나는 시승식
이날 행사 당일 오전부터 비가 와 기상이 좋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비내리는 호남선'을 흥얼거릴 정도로 행사분위기는 활기찼다. 지난 22일과 마찬가지로 어린이 자녀들과 함께한 승객들이 많은 덕분이었다.
두 자녀와 함께 시승행사에 참여한 한 승객은 "아이들과 마침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잡아 설렌다"며 "아이들도 새로운 기차를 보고 신기해 하는걸 보니 신청하기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승행사는 열차 도착 전부터 시작됐다. 승강장에 모인 코레일 직원이 행사 기념 플랜카드를 준비했고, 코레일 마스코트 인형탈을 쓴 직원이 들뜬 어린이 승객들과 연신 사진을 찍었다.
오전 10시 9분쯤 마침내 KTX-청룡이 승강장으로 진입하자 어른·아이 구분 없이 시승객들이 열차를 쳐다보며 "색이 참 예쁘다" "빨리 타보고 싶다" 등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넓고 쾌적' KTX-청룡, 확실히 다르네
내부 취재를 위해 탑승한 KTX-청룡에 대한 첫 인상은 "쾌적하다"였다. KTX-청룡은 산천에 비해 열차 1량당 크기가 4m 더 길어, 더 넓은 통로 폭과 좌석 공간으로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무선 충전기가 눈에 띄었다. 그동안 꾸준히 개선 요구를 받았던 휴대전화 충전 설비를 통해 승객을 많이 배려한 느낌이다.
창문 역시 변화를 줬다. 기존 KTX-산천 등에서는 창 하나 당 두 좌석을 걸치는 등, 다른 승객의 눈치를 보며 창문 블라인드를 내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KTX-청룡은 좌석 당 하나의 창문을 배치해 승객 만족도를 높혔다.
한 승객은 "창문이 좌석 당 하나여서 마치 비행기를 타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승행사는 10시 20분쯤 열차가 출발하면서 마무리됐다. 코레일 관계자들은 열차에서 손을 흔드는 승객들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어주며 성공적인 시승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번에 공개된 KTX-청룡은 경부선은 2시간 17분, 호남선은 1시간 36분이 걸리는 '급행 고속열차'다. 최고 속력은 시속 320km로 기존 국내에서 '속도왕'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KTX-산천의 최고 속력인 시속 300km보다 7% 빠르다.
또 KTX-산천이 시속 300km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5분가량인 반면, KTX-청룡은 3분 30초만에 시속 320km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발차 능력도 우수하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코레일 관계자는 "기상이 안 좋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도 그치고 행사 분위기도 좋아 안심"이라며 "앞으로도 승객들에게 최고의 여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이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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