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수첩] 한국GM·르노삼성, “車수입은 대안이 될 수 없다”
[WIKI수첩] 한국GM·르노삼성, “車수입은 대안이 될 수 없다”
  • 문 수호
  • 승인 2018.05.11 17:43
  • 수정 2018.05.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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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이쿼녹스 [사진=한국지엠 제공]

최근 수입차의 기세가 매섭다.

지난 4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2만5923대로 전년 대비 29.3% 급증했다. 4월까지 누적 대수는 9만332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4%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4월에만 내수에서 각각 7349대, 6573대가 판매돼 수입차 모델 중 1,2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GM과 르노삼성의 4월 내수 판매대수는 한국GM 5378대, 르노삼성 6903대로 벤츠와 BMW에게도 판매대수가 뒤처지고 말았다.

한국GM은 법정관리 이슈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며 판매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르노삼성도 SM6의 판매 부진 등이 겹치며 판매가 다소 부진했다.

문제는 이들 업체들이 판매 회복을 위해 자동차 수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당장 르노삼성은 5월부터 ‘르노 클리오’를 판매하고 있고, 한국GM은 SUV 이쿼녹스를 6월부터 수입해 판매한다.

클리오는 유럽에서 인기 있는 모델이고 이쿼녹스 역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차종이다.

두 업체들이 수입차에 관심을 가진 것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제 몸을 상해가면서 꾸며낸 방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내 수요가들의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오히려 국내 차들의 가격 정책과 옵션 등에 대한 반감으로 과거 말하던 소위 ‘외제차’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국내에 공장을 두고 있는 만큼 ‘생산’이라는 문제에 대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내 고용 문제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사실 두 업체가 수입을 결정한 데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한국GM은 말 그대로 현 상황을 타파할 비장의 수가 필요했다. 국내에서 SUV 시장이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인기 모델을 들여와 반전의 카드로 활용할 심산이라고 보면 된다.

르노 클리오의 경우 최근 업계 내에서 르노가 삼성과 결별하려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삼성을 뺀 ‘르노 클리오’는 이에 대한 초석이라는 것. 10년 단위의 브랜드 계약이 2020년 7월에 끝나는데 순수 르노 브랜드 모델을 들여오는 것은 결별을 위한 시험대로 보는 시각이 많다.

비록 국내에선 인기가 없는 헤치백 모델이라는 약점이 있지만 현지보다 1000만원 가량 싸게 파는 것은 르노의 국내 시장 공략에 대한 야심찬 계획을 보여준 것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국내 자동차 수요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해외 서비스 판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인해 오히려 수입차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이 수입차로 승부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업계 내에서 공장 가동이라는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GM의 경우에도 군산공장과 부평공장에 애초 인기 모델을 들여와 전략적으로 배치했다면 현재와 같은 사단이 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6월에 들어오는 수입차 이쿼녹스도 자동차부품업체들이 국내에 배치되길 바랐던 차종 중 하나다. 비록 한국GM의 정상화 방안이 도출되며 신차도 2종이 배치될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수입 모델에 대한 문제는 다른 방향에서,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를 사려는 수요가들에게는 단순히 수입차가 좋아 보일지 몰라도 국내 산업과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수입차가 늘어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을 살펴보면 한국GM은 12만1872대를 생산해 전년 동기 대비 17.8% 급감했고, 르노삼성은 6만4765대로 2% 줄어들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종이 인기를 끌지 못해 수입차로 수익을 개선하겠다는 발상은 임시방편에 불과해야 한다.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은 ‘생산성 지표’로 불리는 2016년 하버 리포트에서 각 세그먼트별 차량 생산 평가 부문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전 세계 148개 공장 중 종합 순위 8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신차 개발 없이 수입에 의존한다면 경쟁력은 차츰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공장은 세계 대비 인력비용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키워가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수입차로 수요가들에 반짝 인기를 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국내 공장의 생산성이 떨어져 문제가 생긴다면, 이에 대한 ‘반정서’는 또 어떻게 감내할 것인가?

한국GM의 군산공장과 같이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는 앞으로 있어서도 안 되고, 반드시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수입차로 반짝 인기를 끌기보다 국내 공장에 경쟁력 있는 모델을 배치해 생산 가동률과 판매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길 바란다.

르노 클리오 [사진=르노삼성 제공]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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