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토픽] 총 쏜 농부와 까마귀... 없음(Nothing)을 인식하는 동물들
[WIKI 토픽] 총 쏜 농부와 까마귀... 없음(Nothing)을 인식하는 동물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06.18 17:32
  • 수정 2018.07.17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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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인식수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까마귀 [연합뉴스]

조류를 포함한 동물들이 어느 정도 숫자를 인식할 수 있으며 사물들의 많고 적음을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입증된 바가 있다.

유명세를 떨치는 어떤 앵무새는 ‘0’이나 ‘없음(nothing)’을 인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곤충들의 숫자감각은 폭넓게 연구된 바가 없었다.

스칼렛 하워드를 비롯한 일단의 프랑스와 호주 출신 과학자들은 최근 꿀벌도 대상 물질의 ‘없음’을 포함해서 숫자를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사이언스’ 지에 게재했다.

인간을 포함한 일부 동물들이 ‘있음과 없음’의 분명한 차이를 인식한다는 증거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종(種)의 구분에서 큰 차이가 나는 꿀벌에서 이러한 능력을 발견한다는 것은 곤충이 외부 세계의 복잡성에 진화적으로 폭넓게 반응하는 징표라고 논문은 설명한다.

까마귀가 숫자를 얼마까지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설적으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한 농부가 까마귀들이 쪼아 먹는 옥수수 밭에서 총 한 방을 쏘고, 밭 가운데 있는 헛간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까마귀들은 흩어지더니 그 농부가 헛간에서 나오는 것이 목격될 때까지 밭으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다음에는 그 농부가 총을 쏘고 헛간으로 들어가고, 이어서 다른 농부 한 사람이 같은 행동을 했다.

잠시 후 두 농부 중 한 사람이 헛간을 떠났지만 까마귀들은 두 번째 농부가 떠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고 기다렸다. 농부의 숫자가 세 사람, 네 사람으로 늘어나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농부의 숫자가 다섯이 되자, 네 번째 농부가 떠난 다음 까마귀들은 불확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 실험으로 유추해본다면 까마귀는 넷까지는 셀 수 있지만 다섯부터는 한계에 부닥치는 듯하다.

숫자 감각은 영장류, 개, 조류, 설치류 및 심지어는 어류에서도 관찰돼왔다.

가장 유명한 실험은 오토 퀠러가 큰까마귀 야곱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큰까마귀 야곱은 다섯 가지 물체를 모아놓은 상태에서 숫자를 인지할 수 있었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영장류들은 간단한 덧셈을 할 수 있고, 분수까지도 다룰 수 있음이 밝혀졌다.

가장 최근의 실험은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페퍼버그와 고돈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 실험에서 알렉스라고 불리는 회색앵무새는 서로 다른 물체들을 6개까지 구별한 후 숫자를 말하거나 숫자가 주어졌을 때 그 숫자가 표시된 물체를 집어낼 수 있었다.

알렉스는 1부터 6까지의 숫자를 알고, 파랑, 빨강, 초록 색깔의 블록 중에서 초록 색깔의 블록이 몇 개인지를 말 할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서로 다른 색깔의 블록과 공들이 섞여있는 상태에서도 그와 같은 능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그런 다음 질문을 바꿔서, 서로 다른 수로 이루어진 그룹들 중에서 공 네 개로 이루어진 그룹이 어떤 것인지 물었을 때 알렉스는 80퍼센트 정도의 정확도로 답을 했으며, 정답이 양이 없음인 물음에도 그 앵무새는 ‘없음(none)’이라는 표시를 할 줄 알았다.

“알렉스는 침팬지나 아주 어린 아이와 맞먹는 숫자 이해력을 보여주었지요.”

페퍼버그와 고돈은 설명한다. 알렉스가 숫자적인 ‘0’을 인지한다는 점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인류 문명에서도 언어나 숫자의 발달에 비추어보면 ‘0(zero)’의 개념이 도입된 시기는 그리 오랜 역사가 아니다.

인류 문명에서 0이라는 상징은 BC 300년경 바빌로니아 시대에 최초로 등장한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쓰는 10진법과는 다르게 60진법을 사용하면서 매우 정교한 수학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빌로니아인들은 0이라는 상징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를 충분히 사용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0이라는 개념은 ‘204’라는 숫자에서처럼 숫자 중간에서 없음의 의미로는 사용되었지만 지금 우리 수치의 ‘350’처럼 마지막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0’의 사용은 그로부터 1,000년 정도 지난 후, 인도의 수학자 핀갈라와 아리아바타가 이를 활발히 사용하면서부터이다. 인간의 수치 개념에 0이 등장한 시기가 문명의 발달이 성숙된 이후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동물 세계에도 0의 개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dt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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