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수첩]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왜 ‘옥시 사태’가 됐을까
[WIKI 수첩]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왜 ‘옥시 사태’가 됐을까
  • 천진영 기자
  • 승인 2018.06.19 14:47
  • 수정 2018.06.19 05: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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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태. 가습기의 분무액에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2011년 당시 급성호흡부전을 주증상으로 하는 중증폐렴 임산부 환자의 입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고에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를 착수했으며, 그 결과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주범은 밝혀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된 기업만 지난 4월 기준 총 27개 업체다. 그런데 왜 비난의 화살은 모두 ‘옥시’를 향하는 걸까.

우선 이들 기업들을 살펴보면 △원료 물질 개발 및 생산 △가습기 살균제 최초 개발 △원료 물질 활용 촉진 △유사 제품 출시 △제품 제조 △제품 판매 △제품 마케팅 등 다양한 이유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얽혀 있다.

가습기 살균제 시장에 포문을 연 곳은 SK케미칼(당시 유공)이다. 1991년 원료 물질인 PMHG와 CMIT/MIT 제조 방법을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시중에 유통된 기간(1994년~2011년)동안 SK케미칼은 주요 제조사에 원료를 공급했다.

이후 2012년 2월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PMHG, PGH가 폐 섬유증을 유발한다고 발표했다. PMHG을 원료로 사용한 옥시레킷벤키저는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했다. 현재 CMIT/MIT의 동물실험 결과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해당 성분을 원료로 사용한 기업들에겐 책임 회피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일부 소비자들은 옥시 죽이기에만 혈안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소비자 개인이 아니다.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부 소비자 단체일지도 모른다.

옥시가 이들의 표적이 된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유일하게 피해 보상을 진행 중인 것과 외국계 기업이라는 시선 때문이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 시장에서 옥시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47% 수준이다. 그러나 옥시 측의 피해 보상이 시작되면서 시장점유율은 70~80%대로 급증했다. 실제 구매 영수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꽤 오래전에 사용했던 기억만으로 옥시 살균제 제품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외국 기업에 갖는 사회적 편견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정부의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가거나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글로벌 본사만 배불린다는 시선도 있다.

여전히 일부 소비자단체는 ‘옥시 OUT’을 외치고 있다. 모든 옥시 제품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실시하며, 해당 제품을 취급하는 유통판매점은 살인에 가담한 격으로 맹비난을 퍼부었다.

결국 이들은 옥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은 데 이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의 판매권까지 박탈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 방법에 대한 논의는 안중에도 없이 논란만 키워오고 있는 셈이다.

옥시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도 간과하고 있다. SK케미칼, 애경, 롯데쇼핑, 홈플러스, 이마트, LG생활건강 등 수많은 기업이 관여돼 있다. 정말 모르는 건지 그들의 또 다른 목적을 위해 모른 채 눈 감은 건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과연 옥시 불매 운동으로 소비자단체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국내에서 쫓겨나게 되면 옥시로부터 피해보상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은 과연 누가 보상해줄 수 있는 걸까. 옥시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에겐 어떤 방식으로 변명할까.

소비자 운동의 목적은 소비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들의 발언권과 교섭권 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목적을 벗어났다면 해당 소비자단체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본질 잊은 불매운동은 오히려 소비자를 힘들 게 할 뿐이다.

[위키리크스한국=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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