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수첩] 빙과 제값받기 총대 멘 롯데제과, ‘미끼상품’ 이번엔 사라질까
[WIKI 수첩] 빙과 제값받기 총대 멘 롯데제과, ‘미끼상품’ 이번엔 사라질까
  • 천 진영 기자
  • 승인 2018.11.12 14:58
  • 수정 2018.11.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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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아이스크림 콘류 가격이 다 올랐어요. 처음엔 월드콘만 올랐거든요. 그런데 다음날 다른 제품들도 전부 다….”

서울 양천구 소재 한 슈퍼마켓. 점주가 콘 아이스크림 바코드를 찍으며 언짢은 미소를 지었다. 기자가 받은 영수증에는 ‘콘류행사1300’이라는 품명으로 단가 800원이 찍혀 있었다. 이 슈퍼는 기존 콘류 아이스크림을 500원, 바류 아이스크림을 300원에 판매하던 곳이다. 그러나 가격 인상에도 편의점 기준 월드콘 판매 가격인 1500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롯데제과가 이달부터 일반 소매점을 대상으로 월드콘의 납품가 조정을 요구했다. ‘1+1’이나 ‘70% 할인’ 등 아이스크림 할인 경쟁이 심한 슈퍼마켓에 편의점 가격 수준으로 맞춰 달라는 게 핵심이다. 국내 빙과유통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만큼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빙과업계가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관행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가 순순히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일선 소매점주들이나 대형마트 MD는 빙과업계에선 갑(甲)의 지위에 있다. 오래 전부터 제조사가 아이스크림 납품가 인상을 요구하더라도 판매처에선 강력히 반발해왔다. 1년 365일 상시 아이스크림 할인 행사가 가능했던 이유다.

실제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최근 몇년간 꾸준히 감소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소매 매출은 지난해 1조6837억원으로 2016년 1조9619억원보다 14.2% 줄었다. 2015년만 해도 시장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2년 만에 1조 중반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이번엔 증량 조건을 내세운 것도 아니다. 지난 2016년 3월 롯데제과는 월드콘의 납품가 인상 요구 당시 기존 150ml에서 용량을 10ml 늘렸다고 밝혔다. 1200원에서 1300원으로 g당 가격 인상률은 2%다. 소매점주들의 반발로 납품가를 쉽게 올릴 수 없는 처지인 만큼 본사 차원에선 가격 인상의 계기를 마련한 것.

당시 인상안 발표로 전 유통 채널에 납품되는 월드콘의 용량은 160ml로 통일됐다. 인상 이전에는 용량을 늘린 편의점 전용 제품을 별도 생산해 납품했기 때문이다. 이번 납품가 조정 역시 4년 전부터 같은 가격을 적용한 편의점과 무관하다.

문제는 빙과업계의 ‘제값받기’ 시도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제과, 롯데푸드 등 빙과 4사는 2016년 8월부터 일제히 아이스바 제품에 권장소비자가를 표기하면서 일선 소매점에 대해선 납품가를 인상했다. 2010년 제품에 소비자가를 표기하지 않고 유통업체가 판매가를 정하도록 한 제도인 ‘오픈 프라이스제’ 도입 이후 상시할인체제 고착으로 왜곡된 빙과시장을 바로 잡는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가격 표시 역시 흐지부지 된 상황이다. 권장소비자가를 부착할 경우 소매점주 입장에선 ‘반값할인’ 등 문구를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빙과 시장은 가격 자체가 없는 애매한 시장 구조다. 납품가 역시 일괄 적용하는 게 아니라 제각각”이라며 “실제 납품가 인상에도 제 값인 1300원에 판매되는 슈퍼마켓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각 빙과업계 영업사원들이 소매점주들에게 읍소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제조사의 납품가 인상으로 빙과제품을 미끼 상품으로 내세워 재미를 봤던 유통업체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독 가격 편차가 심한 빙과시장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실적 내리막길을 걷는 제조사에겐 더 이상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새롭게 개발한 빙과제품을 자주 접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결단이 빙과업계 수익성 개선에만 초점을 둔 게 아니라 비정상적인 유통 구조 개선과 진정한 발전을 위한 발걸음이 되길 기대해 본다.

[위키리크스한국=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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