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40년 자존심, 한순간 무너졌다"
[인터뷰]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40년 자존심, 한순간 무너졌다"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0.03.02 12:37
  • 수정 2020.02.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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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회장, '욕설·갑질·서강대 논란'에 첫 해명
"사업하기 싫을 정도…말로 다 표현 못 해"

"제 40년 사업가 인생에 스크래치가 났습니다. 이건 말로 차마 다 못해요. 한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사업을 일궈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정말 사업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어요. 기업이 망가지고 오해를 받는 것,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마리오아울렛 홍성열 회장은 구로공단을 대표하는 사업가 중 한 명이다. 그는 1980년 마리오상사를 시작으로 여성 니트 브랜드 '까르뜨니트'를 국내로 들여왔다. 이후 홍 회장은 구로공단의 변화를 이끌어보겠다는 일념으로 '마리오아울렛'을 지었다. 마리오아울렛은 평일 10만 명 이상, 주말 20만 명 이상의 고객을 불러들였다. 매장에는 750개 이상의 국내외 유명 브랜드가 들어서있다. 온라인 몰 론칭으로 1년 만에 11만 명의 회원 수를 보유할 정도로 성공가도(成功街道)를 달렸다. 

돈을 번 만큼 교육과 지역사회에도 나눔을 실천했다. 그는 아들이 다녔던 서강대학교에서 2015년 명예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인연으로 그는 서강대학교에서 고(故)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남덕우 경제관'에 30억 원을 쾌척했다. 서강대생들의 학비 지원을 위해 장학금 2억 원도 선뜻 건넸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최근엔 대한적십지사에 1억 원을 건넸다.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감 넘치는 '구로공단의 전설' '패션 아울렛의 대부'로 통했다. 2월 26일 오후 서울 금천구 마리오아울렛 14층, 이곳에서 홍 회장과 마주 앉았다. 

■ MBC의 단독 보도, '갑질'이란 꼬리표

홍 회장은 인터뷰에 앞서 "그간 2개월은 나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날"이었다면서 "죽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국감에서 자신을 지탄했을 때에도 이 정도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고통은 지난해 12월23일부터 시작됐다. MBC는 이날 [끝없는 '육두문자'…마리오아울렛 회장의 두 얼굴]이란 제목으로 뉴스를 보도했다. 앵커는 "홍 회장 이면엔 직원들의 인격 모독과 갑질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허브빌리지'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허브빌리지는 홍 회장이 지난 2015년 전 대통령 전두환의 아들 전재국 씨로부터 118억 원에 사들인 장소다. 

직원은 해당 인터뷰를 통해 "(홍 회장이) 직원들을 개만도 못하게 보는 것 같다"면서 "그런 모멸감도 살면서 처음 겪어봤다"고 털어놨다. 이어진 영상에는 홍 회장이 누군가와 통화를 나누며 욕설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내용은 태풍으로 어질러진 장소들을 치워야 하는데, 현장 관리자들이 모두 보이지 않자 '어디 갔느냐'며 화를 내는 장면이었다. 홍 회장은 이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직원들에게 욕설을 한 것이 아닌데, 마치 직접 욕설을 한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었다. 

"사실 인터뷰 한 사람은 우리 정원의 원장입니다. 가드너로서 연봉 5,400만 원 받는 사람인데, 평소 현장 관리가 잘 안 돼 있는 점들이 보여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러던 중 태풍이 몰아치고 정원이 훼손됐습니다. 원장이 그걸 안 치우고 있더랍니다. 고객들은 주말이라 가든에서 사진 찍고 있는데 얼마나 다급합니까. 회사 고문에게 전화해 화를 낸건데, 그 녹취록이 유출되면서 이렇게 된 겁니다. 전 종업원들에겐 화 안 냅니다. 다만 관리자는 다릅니다.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가끔 핏대도 세우고 합니다. 전 앞으로도 관리자에게는 엄하게 대할 겁니다."

홍 회장은 전화로 자신이 화를 낸 해당 고문이 해병대에 있을 때 함께 군 생활 했던 인물이라고 털어놨다. 고문은 허브빌리지 직원들에게 "왜 회장님이 찾으실 정도로 벗어나 있었냐. 이것 봐라, 회장님이 화나시지 않았느냐"며 녹취를 들려줬고, 직원들은 이를 추가 녹취해 '고발할 테니 알아서 하라'며 협박했다고 한다. 

첫 보도가 나간지 약 8일 뒤, MBC는 [회장님 생신에 직원들 '장기자랑'…"3주 동안 연습"]이란 제목으로 추가 보도를 냈다. 내용은 홍 회장의 개인 생일 축하 행사에 사원들이 그를 위해 3주간 노래와 춤을 억지로 준비했다는 것이었다. 전 마리오아울렛 직원은 "춤 연습을 일주일에 두세 시간씩 서너 번 했다"며 "저희끼린 불만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문제 제기를 했는데 그래도 시켰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당황할 틈도 없이 MBC의 2차 보도에 넋을 잃었다고 한다. 

"이 행사는 매년 제 생일이라서 한 게 아닙니다. 명분은 제 생일이지만 모두의 축제처럼 즐기자는 의미로 해 온 것이죠. 전 생일 전 주말에 가족들하고 식사하고, 직전에는 지인들과 만나 식사합니다. 생일 당일에는 직원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날은 모든 약속을 안 잡고 직원들하고만 보냅니다. 순대나 떡볶이 등을 놓고 다 같이 노는 것이죠. 마리오아울렛 기념일 땐 모든 주민들과 함께 해왔습니다. 수백 명의 협력업체 직원들도 모였고요. 전 앞으로도 이런 행사들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 의혹에 의혹이 쌓이다 

홍 회장 관련 논란은 지난 2015년에도 있었다. 당시 그는 서강대로부터 명예경제학 박사 학위 수여를 앞둔 상태였다. 그러나 서강대 학생들과 금속노조 조합원 30여 명은 이를 반대하며 집회를 열었다가 경찰 80여 명과 충돌을 빚었다. 이들은 홍 회장의 학위를 반대한 이유에 대해 "임금 체불과 정리해고 하는 기업 회장에게 학위를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듬해 홍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67억5000만 원을 주고 매입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서강대 출신이다. 홍 회장에게 서강대는 어떤 존재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서강대는 우리 아들이 다니던 학교입니다. 우리 자식이 나온 학교는 내 학교라는 생각입니다. 실제로도 서강대 최고위 과정을 네 군데나 나왔습니다. 최고위 과정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좋은 인연을 소개해주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 학교에 대한 애착이 생겼습니다. 서강대 학생들과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시위를 했을 땐 마음이 아리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경제 경영학과 친구들이 아니라 다른 과 친구들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에 대해 잘 몰랐으니까. 나중엔 절 오해했던 친구들도 설명을 듣고 나서 풀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오해가 쌓이다 보니, 한편에선 '홍 회장이 서강대 경제관에 30억 원을 기부한 것은 뭔가 의도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홍 회장은 이같은 의혹에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 장례를 치루고 돌아오던 날, 교수들끼리 경제관을 짓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을 끌어모아도 30억 원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었다고 한다. 박사 학위는 이미 취득했던 시기였고, 사심 없이 학교에 대한 고마움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사람들이 오해하도록 왜 그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홍 회장은 "언론이 무서웠다"고 했다. 그는 순간 감정이 복받쳐 올라온 듯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언론에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혹시나 또 오해를 받지 않을까. 변명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그런데 요즘 들어 악성 댓글을 처음 받아 봤어요. 문득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인터뷰에 응하게 됐습니다. 아마 이 기사가 나가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제가 인터뷰를 했다고 다들 놀랄 겁니다. 그동안 저는 오로지 패션 발전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저는 조만간 마리오아울렛 한 켠에 모니터 40~50개 놓고 그간 행한 인터뷰·댓글·좋은 기사·나쁜 기사 등 모든 것을 전시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상처난 제 자존심에 부끄러움이라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하던 한 지인이 과거 털어놨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돌아온다고. 그 지인은 한 언론 보도로 인해 조그마하게 이어오던 사업장의 문을 닫았다. 제보자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며 증빙자료까지 보냈으나, 이미 보도가 나간 뒤였다고 한다. '펜이 칼보다 날카롭다'는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취재 전 홍 회장의 갑질 논란 역시 한 쪽 이야기만 듣고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닌가 싶었다. 홍 회장의 목소리도 들어야 균형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의 면전에서 민감한 논란들을 끄집어냈고, 그의 답변을 보탬 없이 담았다. 판단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몫으로 돌린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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