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T 구현모 사장이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
[취재파일] KT 구현모 사장이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03.06 18:32
  • 수정 2020.03.06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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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5만명의 예금 가입자, 2조원에 달하는 예금, 1조3천억원에 달하는 대출. 이 작지 않은 규모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금 기능정지 상태에 빠졌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부실은행화되어 적지 않은 경제·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래통합당 김종석 의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케이뱅크의 경영정상화 여부를 결정지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이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삼고초려 끝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높은 문턱을 넘어섰지만 지난 5일 최종 관문인 본회의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법사위를 통과했으니 본회의에서 무난하게 가결될 것이라는 업계의 시각이 다수였으니 충격은 더욱 컸다.

케이뱅크는 2대 주주 KT가 주도하는 약 6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받아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경영을 정상화하려 했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을 제하는 이번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과거 입찰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받은 KT의 대주주 등극은 현재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지난 11월 KT 스퀘어에서 열린 IPTV 기자간담회에서 구현모 사장이 ‘슈퍼 VR tv’와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 ‘UHD 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KT]
지난해 11월 KT 스퀘어에서 열린 IPTV 기자간담회에서 구현모 사장이 ‘슈퍼 VR tv’와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 ‘UHD 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KT]

이로써 이달 말 KT 주주총회에서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등극할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 사장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듯 하다. 황창규 KT 회장은 케이뱅크 출범 시기인 2017년 4월부터 KT의 대주주 등극에 공을 들여 왔고, 임기 만료를 앞두고 마지막 업적으로 ‘케이뱅크 정상화’를 추진해왔다. 이는 AI, 금융, 종합 미디어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이동통신사로 국한돼 있는 KT의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했던 의도였다. 

하지만 케이뱅크 정상화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포스트 황창규’ 구 사장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투자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케이뱅크 1대 주주 등극은 오는 3월로 임기가 끝나는 황창규 KT 회장의 마지막 업적이 될 프로젝트로, KT가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후임 CEO로 내정된 구 사장도 케이뱅크 출범에 직접 관여했던 만큼 애착이 남다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장 케이뱅크는 ‘플랜B’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업계에서는 KT 계열사를 통한 우회 증자와 KT를 대신할 신규 주주를 영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 사장은 지난해 12월 KT를 이끌어갈 차기 수장으로 선택됐다. KT는 선정과정에서 1차로 압축한 후보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확립하고, 1987년 입사해 34년간 KT에 몸담은 구 사장을 CEO로 선택해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어 KT 이사회는 ‘회장’이라는 직급이 국민기업 이미지를 가진 KT에 적합지 않다는 판단 하에 현행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변경하고, 급여 등 대표이사 사장의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췄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구현모 KT 차기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구현모 KT 차기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구 사장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와 스마트에너지, 교통관제 서비스, 헬스케어 등의 사업에서 군계일학 활약을 펼치면서 KT의 ‘전략통’으로 불렸다. 미디어부문장으로서 KT의 소비자 중심 미디어 플랫폼 혁신을 직접 이끌었고, 지난해 11월 론칭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즌(Seezn)’의 기획을 총괄하기도 했다. 

KT의 국민기업 이미지를 더욱 확고하게 하고자 구 사장은 올해 조직 목표를 ‘고객 중심’으로 꼽았다. 구 사장은 지난 1월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조직 개편 키워드는 고객 중심"이라며 "고객과 밀착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더 민첩하게 제공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구 사장은 CEO로서 데뷔 무대를 가지기도 전에 수많은 도전에 처하게 됐다. 케이뱅크 정상화 외에도 한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3% 이상을 점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합산규제에 따른 KT의 불안한 유료방송 시장 1위, OTT 후발주자 ‘시즌’의 협력사 선정, 소비자들의 5G 품질 불만에 따른 28GHz 대역 구축 및 정부가 압박하고 있는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등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기 때문이다. 

연매출 24조원, 영업이익 1조원, 임직원 2만3000여명, 연결 기준 종속회사 64개를 거느린 초대형 기업의 수장으로서 구 사장이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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