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회피를 철회하는' 유일 검사는... 홍순욱, 검찰총장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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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12.28 19:06
  • 수정 2020.12.2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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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정지 "한동훈 수사방해 소명부족" 잠정결론
본안소송에선 자문단 소집 요건 충족했나 따져
대검 예규상 요건은 '검찰청 간 의견 차이 존재'
"강요미수 성립" 중앙지검과 비교 대상은 어디?
법무부 "대검 부장회의, 자문단 소집 결정 안해"
의견불일치 자체가 없었단 주장... '요건 불성립'
"죄 안 됨" 대검 형사과가 비교 대상이면 '성립'
검찰청법 '대검=검찰총장' 재판부는 어떤 해석
24일 행정법원이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를 결정한 즉시 직무에 복귀하게 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다음날인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행정법원이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를 결정한 즉시 직무에 복귀하게 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다음날인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탄절인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 출근할 수 있던 건 수사지휘권 덕분이라고 법조계는 얘기한다. 전날 행정법원은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처분한 '정직 2월'을 효력정지하며 법무장관과 총장에게 지휘·감독권을 부여한 검찰청법 제12조를 검토했다. 지난 15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의결한 4가지 징계사유엔 '한동훈에 대한 수사 방해 목적으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여 수사지휘권을 부당하게 행사한 혐의'가 있던 까닭이다. 이른바 '검언(檢言)유착' 사건에서 한동훈 검사장이 피의자로 입건되자 윤 총장은 수사방해 목적으로 지휘권을 남용했다고 징계위가 결정했던 터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법무부가 징계의결서에 적시한 비위사실 일부를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윤 총장)이 2020년 6월 5일 채널A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대검 부장회의에 위임하였다가 2020년 6월 19일 이를 번복하고 위 사건을 자문단에 회부하도록 지시한 사실은 소명"된다고 했다. 징계위가 의결서에 "(윤 총장) 자신은 위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한 일체의 보고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였으므로, 위 진정에 따라 자문단을 소집할 것인지 여부 역시 대검 부장회의에 결정하여야 했으나"라고 한 점을 미뤄보면 재판부가 해당 사실관계를 인정한 건 윤 총장에게 불리한 대목이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수사 방해 징계사유는 일응 소명이 부족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

재판부 결정 취지는 윤 총장이 검언유착 사건에서 지휘를 회피했다가 번복한 건 소명되지만 '수사 방해'인지는 현재로선 입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재판부는 "본안 재판에서 충분한 심리가 추가로 필요" 쟁점으로 ▲총장이 자문단에 사건을 회부한 요건이 충족됐는지 ▲대검 부장회의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이유는 뭔지▲징계사유를 뒷받침하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진술은 신빙성이 있는지를 꼽았다. 

재판부가 본안에서 심리하겠다고 예고한 세 가지 가운데 '자문단 회부 요건 충족 여부'가 핵심이다. 재판부가 지적한 대로 "신청인이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한 것과 그 위임을 철회한 행위는 일응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범위 내로 보이므로" 오히려 법과 절차를 따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검 비공계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 제4조 제3호는 "복수의 검찰청 상호 간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여 전문적인 자문을 바탕으로 협의가 필요한 경우"를 소집 요건으로 정한다. 자문단 소집권자는 총장이기 때문에 이 조건을 만족했는지만 따지면 된다고 재판부가 쟁점을 단순화한 것이다. 

◇ 검찰청 간 이견 있었나

결국 수사방향을 두고 검찰청 사이에 이견이 있었는지만 살피면 된다. 대검과 이 사건을 수사한 중앙지검은 한 검사장 수사방향을 두고 의견일치를 봤나. 보다 구체적으로 좁히면, '대검 형사과 또는 부장회의와 중앙지검 형사1부가 한 검사장 공범으로 입건된 이 전 기자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하는 사안에 의견을 같이했나'라고 재판부는 법무부와 윤 총장 양측에 묻고 있다. 이 전 기자에게 강요미수 혐의 적용이 어렵다면 공모관계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한 검사장 혐의는 사라지는 구조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신라젠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취재하던 이 전 기자는 회사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 대표 대리인에게 '여권 로비 명부' 제공을 요구하는 대가로 수사 담보물을 요구받자 '윤 총장 오른팔' 음성을 들려줬다. 채널A는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자사가 검찰과 유착했는지 규명에 나섰지만 단서인 이 목소리가 누구인지 규명해내지 못했다. 다만 이 전 기자가 지난 3월 10일 후배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한동훈이 '일단 그래도 만나보고 나를 팔아'라고 말했다"고 했다는 점에서 수사팀은 성명불상자를 한 검사장으로 특정했다.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기 직전인 지난 2월 13일 한 검사장을 만난 것도 입건 이유가 됐다.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던 한 검사장을 대면한 자리에서 후배 기자가 이 전 대표 부인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하자 한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된다"고 답했다. 수사팀은 이같은 정황은 공모관계를 뒷받침한다고 대검 형사과에 수사보고하면서 '부산고검 녹취록' 전문이 아닌 편집본을 첨부했다. 형사과는 편집본으로는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없다며 전문을 요구했지만 수사팀은 응하지 않으면서 대검과 중앙지검 갈등이 외부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성명불상자를 한 검사장으로 특정했지만 핵심증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은 윤 총장은 6월 4일 지휘권을 대검 부장(검사장급) 5명으로 구성된 '대검 부장회의'에 일임했다는 공문을 중앙지검에 통보했다. 한 검사장 입건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가 자신의 최측근인 점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진 회피한 것이다. 대검 부장회의는 지난 6월 12일 중앙지검 형사1부가 요청한 한 검사장 '압수수색 청구'는 승인했지만 이달 19일 올린 이 전 기자 '구속영장 청구'는 승인을 곧바로 해주지 않았다. 

대검 부장회의에서 수사팀 결론대로 '구속 수사'가 결정되지 못한 배경은 뭘까. 대검 부장회의보다 먼저 이 사건을 지휘한 대검 형사과에서 형사 1과장 자격으로 '죄 안 됨' 보고서를 작성한 박영진 부장검사 증언에 실마리가 있다. 지난 15일 징계위 2차 심문에 출석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선서한 박 부장은 지난 17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6월 19일 회의 전날 윤 총장 지시를 공개했다. 중앙지검 형사1부로부터 이 전 기자 구속수사 방침을 보고받은 6월 18일 윤 총장은 구본선 당시 대검 차장검사(고검장급)와 이정수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불렀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다음날 부장회의를 열어 대검 형사부 실무팀과 수사팀 의견을 충분히 듣고 부장회의에서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박 부장은 증언했다. 또 윤 총장이 "만일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자문단 소집 문제도 같이 논의해 결론을 보고하되, 부장회의에서 결정하지 못하면 총장이 직접 결정할 것"이라는 '조건부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당시 대검 형사과 소속 연구원 만장일치로 '강요미수 혐의 불성립, 구속 청구 불가' 보고서를 작성했던 박 부장은 6월 19일 회의에 참석했다. 박 부장은 "대검 형사부 실무팀은 결과를 발표한 반면, 수사팀은 부장회의에 참석해 구속영장 청구 필요성을 설명하라는 부장회의의 지휘를 계속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불참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구 차장은 중앙지검 수사진이 회의에 불참했다고 윤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지휘부서와 수사부서 의견을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비교하려던 구상이 흐트러졌다는 점에서 윤 총장은 즉시 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중앙지검이 사전에 구속 방침을 밝힌 만큼 '검찰청 간 견해차'는 확인됐다고 윤 총장은 내심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9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안내를 받고 출근하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9일 당시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로 인사청문준비단 대변인을 맡은 심재철(왼쪽) 현 법무부 검찰국장 안내를 받고 준비단이 꾸려진 서울 영등포구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로 출근하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 대검 부장회의는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 자리에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자격으로 참석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 "구속영장 청구 관련 논의 자체가 없었다"(6월 22일 기자와 문자)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안건 자체에 영장 청구 여부가 오르지 못했다면 중앙지검과 대검 사이에 의견 차는 애초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법무부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결서에서 "6월 19일 개최된 대검 부장회의는 자문단 소집 여부를 결정하지 아니하였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여기엔 중앙지검과 의견을 달리하는지 그 비교 대상이 '대검 부장회의'라는 전제가 달려있다. 심 국장 등은 6월 19일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못해 다음 회의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는데 윤 총장이 전격 자문단 회부를 전격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회의가 미뤄진 것뿐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얘기다. 중앙지검 수사팀과 비교할 대검 의견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자문단 회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반면 박 부장이 증언한 윤 총장 지시에서 애초 비교 주체는 '대검 형사부 실무팀'과 '중앙지검 수사팀'이었다. 단지 두 주체 간 의견이 같은지 다른지를 대검 부장회의가 판단하라고 수사지휘를 일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지검이 대검 부장회의에 불참하면서 해당 일임 조건도 유효하지 않게 됐다는 게 윤 총장 측 입장이다. 중앙지검 불출석으로 의견불일치가 확인된 것이나 마찬가지란 뜻이다. 이 경우 자문단 회부 요건은 성립한다. 

◇ 대검은 곧 총장, 총장은 곧 대검 

재판부는 검언유착 사건 관련 징계사유를 인정하는데 있어 '대검 부장회의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경위'를 "충분한 심리"하겠다고 한 것도 6월 19일 회의를 둘러싼 법무부와 윤 총장 이해가 다르다는 맥락 안에 있다. 본안소송에선 '채널A 수사방해'라는 징계사유가 존재하는지는, 자문단 소집 요건인 '의견불일치'가 있다 보는지, 그리고 그 주체인 '검찰청 간'을 어찌 해석하는지에 달렸다. 

홍순욱 부장판사.
홍순욱 부장판사.

하지만 자문단 소집 근거인 대검 예규로 어디까지나 검찰청법이 보장한 수사지휘권을 세부적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번 결정문에서 윤 총장의 지휘권 위임 철회가 수사지휘권 범위 내에 있다고 잠정 결론 냈다. 검찰청법 제12조 2항 앞부분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 뒷부분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를 해석한 결과다. 현행 검찰청법에서 대검은 곧 총장이고, 총장은 모든 검사를 지휘할 수 있다. 대검 형사과든 대검 부장회의든 모두 '대검 소속'일뿐 대검을 대변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결국 중앙지검과 대립하는 주체는 윤 총장으로 검찰청법은 총장에게 최종 지휘권을 보장한다. 이 지휘 범위에 '지휘를 포기하겠다'는 회피가 들어간다면, '포기를 없던 일로 하겠다'는 회피 철회도 포함되는가. 재판부가 이번 결정을 두고 "잔여임기와 본안소송의 재판진행 예상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집행정지는 만족적인(본안을 대신하는) 성질을 가진다"고 한 만큼, 그 대답은 윤 총장 퇴임 이후인 내년 7월 24일 이후에 나올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본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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