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행정소송 1심 "대검 부장회의는 검찰청" 논란 판결
[단독] 尹 행정소송 1심 "대검 부장회의는 검찰청" 논란 판결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10.19 11:06
  • 수정 2021.10.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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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건은 '복수 검찰청 의견대립'
검찰직제상 '대검 부장회의'는 검찰청 아닌 임의기구
1심 역시 "수사지휘권은 부장회의에 이전되지 않아"
그런데 "소집 지시 때 부장회의-중앙지검 이견 없어"
대검, 적어도 尹 2·3차 소집 지시 전 중앙지검에 이견
'대검 대 중앙지검' 구도로 봤다면 자문단 요건 충족

'채널A 사건 수사방해' 징계혐의를 인정하며 윤석열 전 총장에게 내려진 정직처분을 수긍한 지난 14일 행정법원 판결은 '대검 부장회의에 위임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은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면서도 '당시 수사지휘권은 총장이 아닌 부장회의에 있다'는 판단 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두 법률해석은 서로 모순이어서 항소심에서 윤 전 총장이 이 부분을 다툴 경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 재판 핵심 쟁점은 총장의 채널A 사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지시를 수사방해로 볼 수 있는지였다. 자문단 소집 요건은 검찰청 간 의견대립이 있을 때인데, 총장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수사를 지휘한 대검 부장회의와 수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검 사이에선 사건 처리에 갈등이 없어 소집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문제는 대검 부장회의는 총장의 지휘권을 행사하는 임의기구에 불과한데도 재판부가 '중앙지검과 의견을 달리하는 검찰청'으로 봤다는 점이다. 대검 기관장인 총장이 최종적으로 수사팀 의견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대검과 일선 검찰청 사이에는 의견대립이 있는 것이어서 자문단 소집 요건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재판부는 이 부분을 따져보지 않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이 원고 패소로 나온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윤 전 총장 법률대리인 이완규(왼쪽), 손경식 변호사가 항소 의사를 밝히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이 원고 패소로 나온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윤 전 총장 법률대리인 이완규(왼쪽), 손경식 변호사가 항소 의사를 밝히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용석 부장판사)는 구체적으로 윤 전 총장이 자문단 소집을 지시할 때를 기준으로 소집 요건은 매번 충족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검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자문단 회부는 복수의 검찰청 간 의견대립이 있을 때 가능한데 채널A 사건은 자문단 소집 지시 당시 그렇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재판부는 "2020년 6월 16일 당시에는 채널A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위임받은 부장회의와 서울중앙지검 사이에 위 사건의 수사 또는 처리와 관련된 이견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2020년 6월 19일 자 부장회의와 서울중앙지검 사이에 채널A 사건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이 자문단 소집을 지시한 날은 지난해 6월 16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 자문단 소집 요청이 있다는 내용을 보고받은 날, 19일 2차 대검 부장회의에 중앙지검 수사팀이 출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날, 20일 전날 지시를 대검 형사부장이 따르지 않자 대검 형사1과장을 통해 중앙지검에 통보한 날 모두 3차례다. 윤 전 총장의 자문단 소집 최초 지시 이후에도 대검 부장회의를 중앙지검 수사팀 지휘권을 가진 검찰청으로 본 것이다.

대검 부장회의가 사실상 '지휘권을 갖는 검찰청'이라는 해석은 대검 부장회의는 검찰청법에 근거를 두지 않아 법률적 효력이 없다는 1심 재판부의 또 다른 법률해석과 조화롭지 못하다. 판결문은 "원고(윤 전 총장)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하였다고 하더라도 부장회의는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행사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 권한은 부장회의에 이전되지 않고 원고에게 남아있었다"며 "원고는 수사지휘권 위임을 언제든지 철회하여 스스로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 이유로는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한 것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내부위임"이라고 했다. 총장이 특정 사건 지휘를 일임하는 것도, 거두는 것도 모두 검찰청법으로 보장된 총장의 수사지휘권에 따른 적법한 행위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다른 판단 부분에서 "검찰총장은 검찰조직의 수장으로서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모든 검사를 지휘·감독하는 위치"라며 검찰청법 제12조 2항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사무를 처리하며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를 인용했다. 그런데 같은 조 1항은 '대검찰청에 검찰총장을 둔다'고 해 대검이 총장 의사를 대변함을 밝힌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대검이 아닌 대검 부장회의 입장을 중앙지검 입장과 비교했다. 

공교롭게도 대검은 대검 부장회의와 달리 채널A 사건을 수사한 중앙지검과 반대 입장에 서 있었다. 이 부분은 1심 재판부도 인정한다. 채널A 사건 사실관계를 정리한 단락에 나오는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6월 17 대검찰청에 법리검토보고서 및 이동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예정보고서를 송부하였다" 문장 바로 뒤에는 "대검찰청은 2020년 6월 1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동재의 강요미수 성립 여부에 관한 법리검토 보고서 중 미진한 부분은 보완하도록 다시 요구하였고,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6월 19일 대검찰청에 2차 검토보고서를 송부하였다"는 문장이 위치한다. 중앙지검이 이 전 기자에게 적용한 강요미수 혐의 인정을 두고 대검은 "미진하다"고 분명히 한 대목이다. 박영진 당시 대검 형사1과장은 이같은 사실을 윤 전 총장에게 보고한 뒤 지시받은 대로 다음날 2차 부장회의에서 "이동재의 강요미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한동훈의 공모 여부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피의자 이동재의 사전구속영장 청구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적어도 윤 전 총장이 자문단 소집을 두 번째 지시하기 직전에는 대검은 중앙지검과 이견이 있었다. 

때문에 1심 재판부가 중앙지검과 이견을 가진 검찰청을 대검 부장회의가 아닌 대검으로 봤다면 윤 전 총장의 자문단 소집 지시는 위법하지 않게 된다. 예규 협의체 지침 제4조 3호는 자문단 소집 조건을 "중요사건의 수사 또는 처리와 관련하여 대검찰청과 일선 검찰청을 비롯한 복수의 검찰청 상호 간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여 전문적인 자문을 바탕으로 협의가 필요한 경우'라고 규정해 이견 주체를 '복수의 검찰청 상호 간'이라고 정한다. 검찰청법 위임을 받아 전국 검찰청의 직제를 못 박은 대통령령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어디에서도 '대검 부장회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윤 전 총장 측도 1심 재판을 진행하면서 '대검과 중앙지검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윤 전 총장을 대리한 지청장 출신 이완규 변호사는 재판 내내 '중앙지검은 이동재 강요미수 혐의를 보완하라는 대검 부장회의에 응하지 않았기에 이견은 존재했다'는 논리를 폈다. 이 변호사는 중앙지검이 2차 대검 부장회의에 불출석한 사실 역시 '지휘 불응'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6월 19일 부장회의와의 이견으로 인해 회의에 불참하였던 것이 아니라 박영진이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회의 참석을 거부하였던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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