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 측 "전혀 사실 아냐, 지라시일 뿐…현 상황 FI 필요 없어"
대우건설을 인수하고자 하는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의지가 굳건한 듯 보인다. 중흥그룹 측은 단단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우건설 인수시 재무적 투자자 없이 내부적으로 인수금을 마련해 단독 추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추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중흥그룹 임직원이 대우건설 인수 리스크 우려로 반대하고 있으며, 재무 안정성을 위해 은행을 돌아다니며 LOC를 요청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18일 기준 대우건설 인수전은 중흥건설그룹과 DS네트웍스의 맞대결로 좁혀졌다. DS네트웍스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인프라 투자회사 IPM 등과 일찌감치 손잡고 적정 규모의 자금확보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시행사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경영 능력 및 넉넉한 자금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회장은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의 이같은 빈틈을 포착하고 우수한 자금력을 앞세워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드는 전략을 구상중인 것으로 보인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내부에서 자금 여력이 충분한 만큼 단독 인수를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며 "미래에셋증권도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M&A 자문 역활을 맡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매각 가격은 대략적으로 2~3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중흥그룹이 자금력으로 DS네트웍스를 꺾으려면 매각 가격을 상회하는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흥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인 중흥토건(2조4000억 원), 중흥건설(4600억 원) 등으로 유동성 자산 4조9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흥그룹 입장에선 자금 여력이 충분하더라도 넉넉한 인수금을 내놨을 경우 이후 리스크 후폭풍은 어느정도는 감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흥그룹은 연일 "재무적 투자는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 회장의 이같은 의지가 무리수 아니냐는 시선도 내부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흥그룹 모 임원은 관계자와의 통화 중 대우건설 인수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본인은 대우건설 인수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면서 "리스크를 부담하기 보다는 하고있는 일에 집중해서 키워나가는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재건축·재개발 위주로 시장이 발전될텐데, 공사를 원하는 곳은 상위 건설사들일 것이다. 회장님 역시 이를 인지하고 브랜드 가치가 잇는 대우건설을 인수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업계에선 중흥그룹이 앞으론 자금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수면 아래로는 은행사들을 돌아다니면서 LOC(출자확약서)를 요청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 측에서 최근 모 은행에 LOC를 써달라고 했지만, 해당 은행은 이미 경쟁사에 LOC를 내준 상황이었기 때문에 난감해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인수 후 재무적 투자자와 협력하는 방안도 배제할 순 없다. 중흥그릅 측 관계자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 투자자들이 줄서서 기다릴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내부서 자체 인수금 조달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FI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은행을 돌아다니면서 구걸하고 있다는 것도 지라시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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