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러-우크라 전쟁 속 남태평양상의 선원 구조 공을 놓고 다투는 중국과 대만
[월드 프리즘] 러-우크라 전쟁 속 남태평양상의 선원 구조 공을 놓고 다투는 중국과 대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3.25 06:07
  • 수정 2022.03.25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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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과 차이잉원 총통 [사진 = 연합뉴스]
시진핑 주석과 차이잉원 총통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으로 인해 민감도가 급상승하는 중국과 대만 사이의 갈등이 엉뚱한 곳에서도 터져 나왔다.

바다에서 거의 한 달 가까이나 표류하던 파푸아뉴기니 선원들을 누가 구조했는지를 놓고 양측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남태평양에서 29일이나 표류하던 9명의 파푸아뉴기니 선원들을 구조한 공을 놓고 중국과 대만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영국의 더가디언이 보도했다.

갈등은 지난달 솔로몬제도 해역에서 표류하던 파푸아뉴기니 국적의 선원들이 구조된 뒤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중국의 영문판 관영언론 환구시보(Global Times)는 관련 기사를 싣고 중국이 생존자들을 구조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당시 한 배의 선장이 솔로몬제도의 중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솔로몬제도의 중국 대사관 직원 순 지아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해당 배의 중국 본토 출신 선장으로부터 전화를 직접 받았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24일 새벽 3시 30분 솔로몬제도의 중국 대사관 직원이 솔로몬제도 남서부 해안에서 작업 중이던 낚싯배의 선장 리지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리지 선장은 대사관 측에 자신이 중화인민공화국 푸젠성 출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과 선원들이 해상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29일 동안이나 표류하던 9명의 사람들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순 지아오는 리지 선장이 대사관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으로서 저는 중국 대사관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중국 대사관이 솔로몬제도에 선원 구조 사실을 잘 통보해줄 것으로 믿으며,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생존자들을 인수해서 가정으로 돌려보내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리지 선장은 대사관 측에 자기 낚싯배의 좌표와 주파수를 제공하기도 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중국 대사관은 지체없이 솔로몬제도 경찰 당국과 외무 및 대외교류부, 총리 사무실 및 내각과 연계하여 생존자들을 발견·인수하는 데 만전을 기하도록 했다. …… 리지 선장의 말대로 모든 생존자들은 낚싯배의 선원들이 잘 돌보아줘서 매우 양호한 상태이다. 선장은 자기 배의 선원 중 일부는 푸젠성과 산둥성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중국 인민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기꺼이 도와주는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생존자들은 나의 배에서 편안하게 머무를 것이고도 말했다.”

하지만 대만 외무부는 중국 측의 이 같은 주장을 ‘뻔뻔한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이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외무부는 이번 구조가 대만 어선과 대만 구조 당국의 합동 노력 덕택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만 외무부 대변인은 이렇게 밝혔다.

“호니아라(솔로몬제도의 수도)의 중국 대사관 측 주장과는 다르게, 9명의 파푸아뉴기니 국적 표류자들을 구조한 ‘이장 8호’는 대만에 등록된 어선이다. 그리고 ‘대만 합동구조센터(TRCC)’는 대만 소속의 해양 수색·구조 기관으로서, 최초부터 파푸아뉴기니 및 솔로몬제도 당국과 적절히 협의해서 9명의 목숨을 구조할 수 있었다.”

솔로몬제도 해안가에 정박 중인 낚싯배들 [사진 = ATI]
솔로몬제도 해안가에 정박 중인 낚싯배들 [사진 = ATI]

대만 외무부 대변인은 ‘이장 8호’ 선원들이 2월 25일 바다에서 표류하던 선원들을 발견하고, 그 사실을 ‘대만 합동구조센터’에 통보한 뒤 이 구조센터가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제도 당국에 연락하고, 구조를 성공적으로 끝낸 다음 렌넬섬 인근에서 9명의 생존자들을 솔로몬제도 당국에 넘겼다고 말했다.

“우리 외무부는 호니아라의 중국 대사관이 이 구조 작전의 최종 단계에서 개입해, 9명의 파푸아뉴기니 생존자들을 고국으로 되돌려보내는 데 일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장 8호’가 중국 어선이라 주장하고, ‘대만 합동구조센터’의 노력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처사는 사실을 완전히 왜곡한 ‘뻔뻔한 거짓말’이다. 틀림없이 중국은 세계를 향해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설파하며 또 다시 대만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의 환구시보 보도가 나온 뒤 솔로몬제도 경찰청은 구조에 대해 대만 측에 감사를 표했다고 확인해주었다.

“솔로몬제도 경찰 구조선은, 호니아라의 ‘합동 해양구조센터’가 대만 어선 ‘이장 8호’가 9명이 탄 40마력 엔진의 소형 보트가 표류 중이라 구조 요청을 보내왔다는 통보를 받고 작전에 나섰다.”

솔로몬제도 해양경찰국장 숩트 네볼 소코는 이렇게 밝혔다.

소코 국장에 따르면 남성 6명, 여성 3명으로 이루어진 생존자들은 순찰 보트가 자신들을 태워 솔로몬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에 내려줄 때까지 구조된 어선 위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고 한다. 생존자들은 의사의 검진 결과 오랜 표류 기간에도 불구하고 건강은 양호한 상태였으며, 코로나 검사도 음성으로 나왔다.

“29일이나 표류하고서도 구조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편, 태평양상의 국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과 대만 간 싸움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외교적으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유일한 몇 개의 나라들이 바로 이 태평양상에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대만을 인정했던 솔로몬제도와 같은 몇몇 나라들이 대만보다는 중국과 더 가깝게 지내고 있다.

타이페이에서 베이징으로의 선회는 특히 솔로몬제도에서 골칫거리를 야기하고 있는데, 나라가 중국과 대만 지지자들로 양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솔로몬제도의 친중국 외교 선회는 지난해 11월 수도 호니아라에서 격렬한 시위와 폭력 사태를 야기해 차이나타운 내 빌딩들이 불타고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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