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군 내 조급한 상황을 드러낸 미국-러시아 사이 고위 장성급 비밀 회동
[우크라 침공] 러시아군 내 조급한 상황을 드러낸 미국-러시아 사이 고위 장성급 비밀 회동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3.25 06:10
  • 수정 2022.03.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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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 산하 ‘러시아 국제 협력 본부’ 차장인 예브게니 아일린 육군 소장 [사진 = ATI]
러시아 국방부 산하 ‘러시아 국제 협력 본부’ 차장인 예브게니 아일린 육군 소장 [사진 = ATI]

지난주 미국과 러시아 군 고위 관계자들 사이 보기 드물게 직접 만남이 이루어졌고, 이 자리에서 러시아 장성이 자제력을 잃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24일(현지 시각) CNN 방송이 당시 상황을 정리한 정보 분석 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CNN은 이 자리에 참석한 미국 측 대표들이 러시아 장성의 이 같은 태도를 통해 러시아군의 사기에 큰 문제가 있음을 감지했다고 덧붙였다.

CNN이 입수한 이 정보 문서는 회동에 참석한 두 명의 미군 관계자의 시각과 그들이 보고 들은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서는 해당 러시아 장성의 행동을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고 있다. 민감한 만남을 다룬 이런 식의 정보 분석 결과는 적(敵)의 생각과 의도를 탐지하는 실마리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군이나 정보기관에 의해 외부로 공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스크바의 러시아 국방부에서 성사된 이번 회동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과 러시아 군 관계자들 사이 보기 드물게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한 회담이었다. 이 정보 분석 결과는 러시아 측이 스트레스를 드러내면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 정보 분석 결과는 특히 러시아 육군 소장 예브게니 아일린의 태도에 주목하고 있다. 아일린 소장은 ‘러시아 국제 협력 본부’ 차장으로 오랫동안 미국 관리들을 접촉해온 이력의 소유자이다. 정보 판독 결과에 따르면 그는 일반적 관례에서 벗어나 메모 없이 말하고, 논점을 설정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회의가 결렬되자 미군 관계자는 아일린 소장의 우크라이나 가계(家系)에 대해 가볍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러시아 장군은 자제력을 잃고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동요를 보였다고 정보 판독 결과는 묘사하고 있다. 미군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아일린 소장은 ‘그렇소’라고 대답하며, 가족과 함께 도네츠크로 이사하기 전에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Dnipropetrovsk)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 관계자들은 당시 아일린 소장이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은 ‘비극적이며 나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tragic and I am very depressed over it)’고 덧붙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런 다음 그는 악수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공습 [유튜브 'The Globe and Mail' 채널 캡처]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받은 러시아군 함정이 불에 타고 있다. [유튜브 'The Globe and Mail' 채널 캡처]

이번 회동이 성사된 상황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CNN은 이 회동과 관련해 이번에 입수된 정보 분석 결과 말고 다른 문서들이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이 정보 판독 문서는 회동에 참여한 미군 관계자의 인적사항은 담고 있지 않으며, CNN은 그들의 신분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CNN은 러시아 국방부에 연락을 취해 논평을 요구했다.

이 정보 판독 문서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은 아일린 소장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가족들을 무자비하게 다뤘다고 비난하려다가 멈추는 행동을 감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대표들이 어떤 세부 상황 하에서 이 같은 결론을 얻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참석자 중 한 관계자는 “그의 눈의 이글거리는 광채와 당황한 태도가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 문서는 미국 대표 중 하나가 이 상황에서 어안이 벙벙했고, 두 명 모두는 “공식적인 회동에서 러시아 대표가 그렇게 폭발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고 보고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회담은 서로 대본을 준비하고 만나는 것이 일반적 관례이다. 이번 회동 결과를 간결하게 정리한 판독 문서만으로 아일린 소장이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정확히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미국 측 두 명의 대표는 러시아 장군의 그 같은 태도에서 군 사기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적어도 러시아군 사기의 문제는 전방 병사들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 정보 판독 결과 문서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러시아 병사들 모습 [EPA·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러시아 병사들 모습 [EPA·로이터연합뉴스]

미국-러시아 군사 관계 엿보기

이번 정보 판독 결과는 지난달 침공 후 키예프를 신속히 점령한다는 명백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한 러시아군 속사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공식적으로나 사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4주째에 접어들면서 러시아군의 사기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관리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 상황보다 훨씬 신속하고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오판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화요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 사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당신은 이 정보를 믿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이 정보를 의심하고 이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크렘린 당국이 이번 침공이 있기 오래 전부터 미국과 러시아군 사이의 고위 장성급 회담을 거부해왔기 때문에 이번 회담 성사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사이에 충돌 방지 핫라인을 설치하고 매일 점검하고는 있지만, 한 번도 대화가 이루어진 적은 없다.

미국은, 러시아가 고위 장성급 회담을 거절하는 이유는 크렘린 당국이 그런 만남을 허락할 경우 자신들이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비칠까 봐 꺼려하는 것으로 믿는다. 이번 정보 판독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라도 드러내기를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 회담이 이례적인 모습으로 끝나기 전에도,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위기라고 칭하자 아일린 소장은 자제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이 표현을 ‘시정하고 반박했다’고 한다.

정보 판독 문서는 아일린 소장이 회담에 임하면서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무조건 성공한다는 전략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 대표 두 명은, 이렇게 묘사하면서, 분명히 현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면서도 크렘린의 레토릭에 보조를 맞추는 길 외에는 어디에도 화풀이를 할 수 없는 한 러시아 장군의 모습을 보았다고 이 문서는 기록하고 있다.

이 정보 판독 문서는 미국 대표들이 이 회동으로 이번 침공에 임하는 러시아군의 강경한 입장과 명령받은 데로만 행동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군 지휘부의 입장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한 미군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 미국이 일부 러시아 부대에서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례를 접수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참전한 러시아군 사이에 사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확실한 징표를 접수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 존 커비는 지난 화요일 기자들에게 이렇게 밝혔다.

“시간이 흐르고 러시아군이 지상전에서의 목표 달성에 계속 실패함에 따라 군 사기와 부대 결속력에 점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징표들을 확인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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