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등 회사채 미매각 사태 속출…재무적 위험 부담 가중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상장(IPO), 회사채 등 공모 발행시장에서 잇따라 흥행실패를 기록하면서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특히 회사채 발행 주관사를 맡았던 증권사들은 미매각 매물까지 떠안게 됐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통영에코파워가 진행한 1200억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제1회, 등급 A+ 하향검토·A0 부정적)는 하나증권이 전액 인수했다.
하나증권이 통영에코파워의 채권을 전량 인수한 것은 미매각에 따른 결과이다. 특히 하나증권은 통영에코파워와 총액인수 방식으로 단독으로 주관을 맺었다.
지난 26일 통영에코파워의 무보증사채는 만기 3년 구조로 희망금리 연 5.7~6.1%를 제시했지만, 단 한 곳의 기관투자자도 매수 주문을 넣지 않았다. 신용도 강등 위기에 처해 있는 HDC가 지급 보증을 선 탓이다.
총액인수 계약을 맺었기에 통영에코파워는 목표 자금을 확보했지만, 하나증권 입장에선 다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부동산 익스포저를 줄여나가야 하는 상황일 뿐만 아니라 금리인상 시기에 채권을 매각하면 자본차손이 발생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하나증권보다 앞서 이같은 상황을 겪었다. 이들은 CJ CGV의 4000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들이다.
CJ CGV 전환사채는 4000억원 가운데 3688억원이 미매각됐다. 증권사들은 총액인수 계약에 따라 미래에셋증권 2500억원(62.5%), NH투자증권 900억원(22.5%), KB증권 500억원(12.5%), 유진투자증권 100억원(2.5%)씩을 가져가게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주관사인 증권사는 자기계정(PI)을 통해 실권주를 떠안게 되는데 신용평가등급이 B 등급 이하인 고위험 투자상품의 경우 일정기간 안에 반드시 매도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CJ CGV 35회 전환사채의 신용평가등급은 BBB+다. 결국 '눈물의 매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CJ CGV 채권의 경우 이미 일부 증권사들은 셀다운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안다"면서 "이 상황이 계속되면 증권사 주관업무가 보수적으로 운영될 뿐만 아니라 회사마다 자금조달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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