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135) ‘텅 빈 곳간’…국가적 대환란 속에서 김대중 정부 출범하다 
청와대-백악관 X파일(135) ‘텅 빈 곳간’…국가적 대환란 속에서 김대중 정부 출범하다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1.07 06:59
  • 수정 2023.01.0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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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을 지낸 김대중(金大中.85) 전 대통령이 18일 오후 1시 43분 서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2월 국회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7년 12월 17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다. 김대중이 근소한 표차로 이회창 후보를 꺾고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보즈워스 대사는 18일 이른 아침 대통령 당선자와의 긴급회담을 요청했다. 길고도 고된선거운동으로 피로에 누적된 김 대통령 당선자는 지팡이에 의지해 대사를 맞았다.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곧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공식적인 축하 메시지가 올 것입니다. 단, 한국이 직면한 위기는 1월말 취임식까지도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백악관이 재무부 상임관료를 즉시 서울로 파견해 대통령 당선자와 주요 경제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계획을 숙의하게 될 것입니다.” (보즈워스)

김 대통령 당선자는 감사의 표시와 함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20년 이상 대통령을 준비하다 드디어 당선이 됐^는데, 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어 당선된 것이 정말 영광인지 잘 모르겠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12월 20일, 미 재무부 국제업무팀의 데이빗 립튼 차관이 서울에 도착했다. 보즈워스 대사와 립튼 차관은 김대중 당선자의 당 본부가 있는 건물의 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전 정부 관료들 수십명과 오랜 정치적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정작 김대중 당선자는 기다랄 회의 테이블 옆쪽으로 밀려나 앉아있었다.

모인 사람들 중 핵심 인물은 유정구 박사로, 김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 운동에 합류하기 전 럿거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던 경력이 있었다. 

립튼 차관은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고 싶지만 해결책까지 제시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 안정화는 미국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이끌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혹시라도 안정화 프로그램에 대해 IMF나 미국이 한국 사람들에게 내준 숙제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면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들을 초청한 가운데 1998년 2월 열린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들을 초청한 가운데 1998년 2월 열린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연합뉴스]

김대중 당선자는 이 사태의 심각성과 다급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만약 서울과 워싱턴, 그리고 IMF, 그밖의 국제사회가 한국 금융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한국은 외채를 거의 상환하지 못하게 상황이었다. 한국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며 국제 금융시스템마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이후 며칠동안 새로운 한국 경제팀과 IMF가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해 금융 안정화 프로그램 및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개정했다. 

여기에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안정기금에서 인출될 수십억 달러 및 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의 대규모 신용이 포함됐다. 또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지휘 하에 세계 은행의 채권자들이 다함께 단기 대출의 일정을 재조정하는데 합의했다.

미국 언론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꼭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도미노 이론에 따라 한국의 금융 위기가 다른 아시아국으로 퍼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학자들은 한국에 지원한 550억달러를 원조가 필요한 다른 나라를 위해 쓴다면 더 유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8년 2월 25일. 김대중 대통령이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보즈워스 대사는 훗날 "텅 빈 곳간을 맡은 김대중은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 정책과 리더십으로 외환 위기를 극복해냈다"며 "한국경제가 소수의 재벌 기업이나 정부 중심의 산업 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낮아지고 궁극적으로 회복력과 유연성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별취재팀= 최석진,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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