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베일에 싸인 러시아의 비정규 사병 조직 ‘와그너 그룹’의 실체...'범죄자 군대', 정규군과 권력투쟁
[우크라 줌인] 베일에 싸인 러시아의 비정규 사병 조직 ‘와그너 그룹’의 실체...'범죄자 군대', 정규군과 권력투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2.05 06:52
  • 수정 2023.02.05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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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사업가(올리가르히)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러시아 용병 그룹 ‘와그너(Wagner Group)’가 수년 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으며, 러시아 지배층은 이 사병 조직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와그너 그룹의 잔혹한 활약상이 알려지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나아가 최근 들어 서방이 대(對)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늘리고 이에 맞서 러시아가 공세를 강화하면서 점점 확대되고 있는 와그너 그룹의 역할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전과자들이 많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와그너 그룹의 일부 전투원들에게 러시아의 최고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4일(현지 시각) 탈영병 등의 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와그너 그룹의 잔혹한 활약상과 실체에 대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약하고 있는 베일에 싸인 러시아의 사병 조직 ‘와그너 그룹’과 블라디미르 푸틴의 정규군의 역할을 놓고 러시아 정부 고위층 사이에 갈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병에 해당하는 사병 조직인 와그너 그룹의 올리가르히 출신 지도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군대와 관료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주로 러시아 교도소에서 수만 명의 용병들을 모집하는 와그너 그룹은 병사들이 6개월 간 전투에 참가하면 여행의 자유와 현금을 제공한다.

현재 소셜 미디어에는, 프리고진이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와그너 그룹이 교도소 운동장에서 죄수들을 상대로 홍보하는 동영상이 공유되고 있으며, 러시아의 재소자 인권단체는 약 3망명이 지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잔혹한 인해전술

우크라이나 측 평가에 따르면, 와그너 그룹은 최전선에서 죄수들을 동원한 인해전술을 펼친다. 우크라이나의 한 탱크 운전병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와그너 그룹이 “화력 지원을 받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진지를 습격하는 데 죄수들을 총알받이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우크라이나의 평가를 접한 뒤 와그너 그룹의 전술에 대해 살펴보았다. 와그너 그룹 전술의 초점은 드론의 지원을 받는 12명 이하의 소규모 전투부대에 모아지고 있다.

탈영병은 사살된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평가에 따르면 부상자들은 몇 시간 동안 전장에 방치된다. 와그너 그룹 사상자의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진지를 습격하도록 명령받은 재소자 출신 병사들이다. 더 나은 장비를 갖춘 노련한 전투원들은 이들 재소자들의 뒤를 따른다.

와그너 그룹 관련 우크라이나 보고서의 핵심 내용

프리고진은 자신의 부하들 사이에서 발생한 사상 현황에 냉혹할 정도로 무관심하다. 우크라이나 분석에 따르면 와그너 그룹의 전술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대다수 러시아 지상 전력 내에서도 유일하게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군이 “종래의 대대 전술 대신에 돌격 전술을 채택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 정규군이 와그너 그룹을 전범(典範)으로 삼는 전술 조정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고 시사했다.

CNN은 최근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와그너 그룹 용병에 소속되어 있다가 탈주한 안드레이 메드베데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잔혹함 때문에 탈영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병사들을 내몰며 싸우기를 거부하는 병사들은 신병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하곤 했습니다.”

메드베데프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들은 싸우기를 거부하는 두 명의 죄수들을 끌고 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총살하고, 신병들이 판 참호에 바로 묻어버렸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지 6일 만에 병사들이 총알받이로 전락하는 것을 목도한 뒤 탈주를 결심했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10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전투에 참가했는데, 죄수 출신 병사들이 합류하게 되자 부하들이 숫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사자들이 차츰차츰 늘어나게 되자 더 많은 병사들이 충원되었습니다. 결국 제 휘하에는 많은 부하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부하들의 숫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보충됐습니다. 전사자가 쌓이면 더 많은 죄수들이 투입되었고, 전사자들이 더 늘어나면 또 다시 더 많은 죄수들이 충원되었습니다.”

러시아 용병업체 와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미국이 자신의 조직을 국제범죄단체로 지정한 데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 용병업체 와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미국이 자신의 조직을 국제범죄단체로 지정한 데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군 내에서의 권력투쟁

미국 관리들은 와그너 구룹이 크렘린 내에서 러시아 정규군과 권력 투쟁을 벌이는 것으로 추정한다.

“러시아군 관리들이 와그너 그룹의 지휘 아래 종속되는 경우도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조정관인 존 커비는 지난해 말 이렇게 밝힌 바가 있다. 

“와그너 그룹이 러시아 군부와 행정부에서 권력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음이 명백해 보인다.”

관련해서 탈주병 메드베데프는 프리고진이 와그너 그룹의 “최고 지도자”인 것은 맞지만 “이 용병 조직 또한 러시아 정부의 명령에 따른다는 점은 모두에게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대부분이 당연히 푸틴의 결정이라는 점은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CNN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와그너 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높임에 따라 러시아 군부와 와그너 그룹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미국의 평가에 대해 보도한 바가 있다. 커비 조정관에 따르면 현재 약 5만명의 와그너 그룹 전투원들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되어 있으며 대부분이 죄수 출신들이다.

미국 정부는 와그너 그룹을 초국가적 중대 범죄 조직으로 낙인찍고 지난주 이 조직과 관련 단체에 새로운 제재를 가했다. 미국은 2017년에 처음으로 와그너 그룹을 표적으로 삼아 제재를 가했었다.

CNN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을 전후해 설립된 와그너 그룹의 진화를 추적해왔다. CNN은 2019년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마련된 와그너 그룹 훈련장을 폭로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또, 와그너 그룹은 아프리카와 시리아에서 인권 침해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공포 속에 살아가는 탈주자들

와그너 그룹은 탈주자들을 잔혹하게 처단한다. 한 예로, 러시아군에 의해 생포된 탈영병 예브게니 누진이 대형 해머로 살해되는 영상은 다른 전사들 사이에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 메드베데프는 "예브게니 누진의 공개 처형 때문에 더 과감히 탈주하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탈출 과정에서 '적어도 10번'은 체포 위기를 넘겼고, 러시아군 총탄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흰색 위장복을 입고 꽁꽁 언 호수를 건너 노르웨이로 넘어갔고, 인권 운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그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의 여권을 이용해 정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러시아인 블라디미르 오세킨

블라디미르 오세킨은 러시아 스파이의 독극물 살해 표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탈주를 돕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 푸틴 정권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고위직은 만일 자신들이 이를 폭로할 경우 독극물 노비촉에 의한 테러 행위나 킬러에게 희생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세킨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 영국 솔즈베리에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에게 가해진 독극물 테러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돌아오지 못하는 와그너 그룹 용병들

뉴욕타임스는 최근 와그너 그룹에 소속되었다가 이제는 자유의 몸이 되어 집으로 귀환한 죄수들의 이야기가 러시아 지역사회를 놀라게 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낸 바가 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용병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CNN은, 잠비아 정부의 후원을 받고 모스크바에서 핵 엔지니어링 관련 공부를 하다가 2020년 알 수 없는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아프리카 출신 학생 레메카니 나탄 니렌다에 대해 보도한 바가 있다. 그는 9년 형의 감옥 생활보다 와그너 그룹 용병행을 선택했고, 우크라이나에 보내졌다.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배치되었던 와그너 그룹 용병 니렌다는 시신으로 귀국해 잠비아에 묻혔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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