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일본 가와카미 마을에 25년 만에 아기가 태어나자 주민들이 눈물 흘린 이유
[월드 프리즘] 일본 가와카미 마을에 25년 만에 아기가 태어나자 주민들이 눈물 흘린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24 05:37
  • 수정 2023.03.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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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아이를 안고 벚꽃 구경을 나온 도쿄의 한 가족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봄, 아이를 안고 벚꽃 구경을 나온 도쿄의 한 가족 [사진 = 연합뉴스]

'저출산의 늪,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일본 정부를 괴롭히는 최대 정책과제 중 하나가 저출산 문제다.

CNN방송은 23일(현지 시각), 일본 오지 마을에서 25년 만에 처음으로 신생아가 태어나자 모두가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일본의 심각한 출산율 저하 문제와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필사적 노력에 대해 보도했다.

지금부터 7년 전에 요코보리 켄타로가 태어났을 때 그는 가와카미 마을 소기오 지구에서 25년 만에 처음으로 보는 신생아였다. 켄타로의 탄생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와카미 마을 인구 대부분은 간신히 걸을 수 있는 사람을 포함해 거의 모두가 고령자였기 때문이었다.

“계단을 오르기도 힘든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오셔서 켄타로를 품에 안아 주실 정도로 마을 노인들은 아기를 보고 너무 반가워했습니다. 어르신들이 돌아가면서 아기를 안아 주셨어요.”

켄타로의 엄마 미호는 이렇게 회상했다. 켄타로는 이제 7살 아이로 성장했다.

신생아 한 명도 태어나지 않는 25년 동안 가와카미 마을 인구는 젊은 주민들이 떠나고 노인들이 사망하면서 40년 전의 6,000명에서 1,150명으로 절반 이상으로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많은 집들이 버려졌고, 일부는 돌보는 사람 없이 황폐하게 변해버렸다.

가와카미는 마을을 구성하던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잊혀지고 방치된 수많은 일본의 작은 시골 마을 중 하나일 뿐이다. 현재 일본인의 90% 이상이 도쿄, 오사카, 교토와 같은 도시 지역에 살고 있다. 이 도시들은 상시 운행되는 신칸센 초고속 열차로 조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본의 농촌 인구 부족 현상은 농촌 인구 고령화 현상과 함께 향후 몇 년 이내에 농촌 지역의 생태계와 농업, 임업 같은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통계 기준으로 일본의 농업 및 임업 종사자 수는 10년 전 225만 명에서 190만 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가와카미 마을의 몰락은 단순히 일본 시골의 몰락을 훨씬 뛰어넘는 문제를 상징한다. 바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조차 아기를 낳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구 문제 해결 시간이 다급히 흘러가고 있다.”

“인구 문제 해결 시간이 다급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최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인구통계 수치가 경종을 울리는 가운데 일본 총리가 올해 초 국가가 “사회적 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2022년에는 일본에서 총 799,728명이 출생하면서 기록상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는데, 이는 1982년에 신고된 신생아 수인 150만 명의 절반을 간신히 넘긴 숫자였다. 같은 기간 출산율(가임여성에게서 태어난 평균 자녀 수)은 1.3명으로 떨어져서 안정적인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 미만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10년 이상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를 앞질렀다.

그리고 의미 있는 정도의 인구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일본 정부에 따르면 외국인은 2021년 기준 인구의 2.2%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13.6%였다.) 일부 사람들은 일본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가임여성의 수가 인구 감소 추세를 되돌리기 불가능한 임계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말이다.

세계 3위 경제권인 일본 지도자들은 출산율 저하와 함께, 노동력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위한 연금과 건강 관리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골치 아픈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일본의 출산율 저하는 바쁜 도시 생활 패턴과 긴 노동 시간으로 인해 일본인이 가정을 꾸릴 시간이 거의 없고, 나아가 많은 젊은이들이 생활비 문제 때문에 아이 갖기를 꺼려한 이유가 크다. 여기에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야기하는 출산과 가부장적 직장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도쿄 소재 ‘그레이스 스기야마’ 클리닉의 원장인 오카다 유카 박사는 일본의 문화적 장벽 때문에 여성들이 출산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민망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성의 몸이 중요하고, 생산력을 갖게 된 뒤의 변화 또한 매우 소중합니다. 그러니 절대 민망한 주제가 아닙니다.”

오카다 씨는 아이를 낳고도 커리어 우먼에 오른,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워킹맘 중 한 명이다. 일본에서는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도 재취업했을 때 시간제 또는 소매 판매업 같은 성취동기가 낮은 직종으로 떨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OECD에 따르면 2021년 일본 여성 근로자의 39%가 시간제 근로자로 남성 시간제 근로자의 15%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도쿄 당국은 이러한 문제 중 일부를 해결해 워킹맘의 직업적 안정을 도모하고자 한다. 시 당국은 또 나중에라도 아기 갖기를 희망하는 여성들을 위해 난자 동결 서비스를 이용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새롭게 부모가 되는 젊은 부부들에게는 이미 의료비 충당을 위해 수천 달러의 ‘출산 지원금’이 지원되고 있다. 또, 결혼을 희망하는 독신자들에게는 국가 후원으로 인공지능 온라인 데이트 프로그램도 실시되고 있다.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의 행인들 [사진 = 연합뉴스]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의 행인들 [사진 = 연합뉴스]

암울한 미래 사전 예방

이런 조치들로 출산을 꺼리는 정서가 바뀔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하지만 가와카미 마을을 떠올리면 인구 감소 현상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다.

인구 감소와 함께 많은 전통 공예품과 삶의 방식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어린 켄타로를 번갈아 가며 안고 있던 마을 사람들 중에는 가와카미에서만 평생을 산 70대 하루마시 카오루도 있었다. 목공 장인인 그는 주변 숲에서 잘라온 삼나무를 조각하는 방법을 켄타로에게 가르치면서 아이와 가까이 지내고 있다.

“켄타로는 나를 할아버지라고 부르지만 진짜 할아버지가 여기 산다면 나를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을 겁니다.”

카오루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제 손자는 교토에 살고 있어서 자주 볼 수 없습니다. 내 피를 이어받은 손자는 아니지만 자주 보는 켄타로에게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카오루 노인의 두 아들은 일본의 다른 젊은 시골 출신들처럼 몇 년 전에 이 마을을 떠났다.

“아이들이 시골에서 계속 살 여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도시로 갈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약 10년 전 요코보리 가족이 가와카미 마을로 이주했을 때 그들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은퇴 연령이 훨씬 지났다는 사실에 대해 전혀 감이 없었다. 이후 그들은 수년의 시간이 지나는 과정에서 나이 든 마을 어른들이 세상을 떠나고 지역사회 전통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했다.

“마을 공동체, 축제, 기타 지역사회 조직을 유지할 인력이 없어 운영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요코보리 미호는 이렇게 

“어르신들과 친하게 지내면 지낼수록 그들과 작별을 해야 한다는 서글픔이 큽니다. 우리의 삶은 마을과는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이렇게 토로했다.

“동시에 공동체가 무너지고 주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정말 애석한 일입니다.”

귀농 인구 증가

이 같은 이야기들이 우울하게 들린다면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일본의 노력이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요코보리 가족의 이야기에서 작은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켄타로의 출생은 마을이 너무 오래 기다렸을 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가 자청해서 시골 생활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수십 년 동안 몸에 밴, 연중무휴로 돌아가는 일본 도시 생활의 편리함을 뒤로 하고 귀농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요코보리 가족처럼 저렴한 생활비, 깨끗한 공기, 스트레스가 적은 전원생활의 매력에 이끌려 시골에 살면서 아이도 낳고자 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도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가 시골로 이주하는 데 관심을 표명했는데, 이는 2019년 25.1%에서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20대는 44.9%가 관심을 표명했다.

요코보리 가족은 만일 도시에 계속 살았다면 재정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가정을 꾸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요코보리 가족의 귀농은 12년 전 일본의 국가적 비극과 관련이 깊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대부분 지역의 땅이 지진으로 몇 분 동안 흔들렸으며, 동해안으로는 10층 건물보다 높은 쓰나미가 밀려와 너른 지역을 황폐화시키고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를 녹게 만들었다.

요코보리 미호는 당시 도쿄의 회사원이었다. 그녀는 일본 최대 도시에서의 일상이 무너지면서 무력감을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전쟁을 경험한 적은 없는데도 모두가 패닉에 빠져 전쟁 같았습니다. 돈은 있어도 물을 살 수 없었고, 모든 교통수단이 폐쇄되어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자신이 너무 무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떠올렸다.

동일본 대지진의 비극은 미호와 당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히로히토에게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

“그동안 의지하던 것들이 갑자기 믿음직스럽지 않게 느껴졌고, 실제로는 매우 불안정한 곳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코보리 히로히토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요코보리 부부는 일본에서 가장 궁벽한 곳 중 하나인 나라현에서 답을 찾았다. 가와카미 마을은 웬만한 빌딩보다 키가 큰 삼나무 숲 아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자리 잡은, 장엄한 산과 아담한 마을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들은 도시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가와카미에서 소박한 산장을 꾸며 작은 민박집을 운영한다. 또, 히로히토는 목공 기술을 배워 일본 사케 양조장에 삼나무통을 납품하기도 한다. 그리고 미호는 전업주부이다. 그녀는 닭을 치고, 채소를 기르고, 나무를 베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켄타로를 돌본다.

현 시점에서 가와카미 마을과 일본 모두에게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켄타로의 탄생이 일본 인구 문제의 긍정적 미래를 예고하는 신호탄인지 아니면 도무지 살아나지 않는 출생률에 잠깐 반짝한 기적의 탄생일 뿐인지 하는 점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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