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줌인] LH, ‘이권 카르텔’과 전쟁 선포…전관 배제 등 혁신 예고했으나 이행 관건
[공기업 줌인] LH, ‘이권 카르텔’과 전쟁 선포…전관 배제 등 혁신 예고했으나 이행 관건
  • 김민석 기자
  • 승인 2023.08.11 09:13
  • 수정 2023.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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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전반 설계‧시공‧감리 절차 ‘전관예우‘ 문제 부상
LH 출신 전관 소속 설계업체 무량판 구조 철근 누락 발생
‘이권 카르텔‘ 근절 위한 긴급회의 진행…제도 개선안 모색
철근 누락 15개 단지 설계 업체‧관련자 경찰청 수사 의뢰
무량판 구조 적용 단지 10곳 추가 발견…긴급점검 시행
이행 여부가 최대 변수…뿌리 뻗친 전관에 쉽진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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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의 한 LH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보강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시작으로 전국 건설현장에서 철근 누락 등의 문제가 속속 불거지면서 업계 전반의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는 LH 측이 발주한 단지로, LH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대응책을 내놓는지도 시선이 쏠렸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건설업계에 뿌리 박힌 ‘이권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의혹 아래 정부를 중심으로 카르텔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LH도 관련 방안 수립을 위해 고심 중이다. 다만 LH가 꺼내든 대책 방안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번 이권 카르텔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바로 ‘전관예우’ 문제다. 전관예우란 본래 공직 사회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전직 관료들이 퇴임 후 기존 업무와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며 전관의 지위를 악용해 각종 이권을 부당하게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업계에서도 설계‧시공‧감리 등의 절차에서 전관들이 개입해 이권을 챙기며 공기 단축‧철근 누락 등의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LH에서 근무했던 전관이 소속된 일부 설계업체에서 철근 누락 사실이 밝혀지면서, LH 내부의 자정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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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 근절대책’ 관련 회의에서 이한준 LH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LH는 전관예우 등의 이권 카르텔 근절을 위한 대책 수립에 나섰다. 우선, 지하주차장 사고 직후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실시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로 확인된 미흡 단지 15곳의 입주민 안전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무량판 구조 건설현장 점검을 함께 진행했다. 아울러 미흡 단지들에 대한 보강공사와 입주민 설명회를 개최해 주민들에게 현황과 보강 공사 일정 등에 대해 알렸다.

이어 이달 2일에는 서울지역본부에서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 근절대책’에 관해 주요 임원들과 전국 지역본부장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LH는 공공기관 최대 발주기관으로서, 설계‧시공‧감리 등 건설업 전반의 이권 카르텔 타파를 위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여러 해결책을 강구했다. 또한, 발주 계약 시 일어날 수 있는 전관예우 특혜에 대한 근절 방안도 함께 다뤘다.

구체적인 해결 방법으로는 문제가 확인된 무량판 주차장 15개 단지의 경우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된 업체들의 선정절차와 심사과정 분석을 거쳐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발주부터 감리에 이르는 건설 사업의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재검토해 전관예우 특혜가 개입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이러한 활동을 펼치기 위해 반카르텔 및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신규 조직을 설치하기로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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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진행된 ‘무량판 구조 현안지구 시공사 및 감리사 긴급회의‘. [사진=LH]

앞서 지난 3일에도 미흡 사항이 발견된 15개 지구의 시공사‧감리사들과 이한준 LH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재차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흡 지구별 보강공사와 상황 수습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이권 카르텔 척결을 위해 LH, 시공사, 감리사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면서 부실시공에 엄정하게 대처하고, 품질과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기술혁신을 함께 주문했다.

아울러 해당 단지들의 설계 등 건설 과정과 관련된 업체 및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경찰청에 의뢰하기도 했다. 수사의뢰 대상은 15개 미흡 단지 설계‧시공‧감리와 관련된 74개 업체 및 관련자들로, LH는 건설기술진흥법, 건축법, 주택법 등의 위반 정황을 의심하며 해당 조치를 단행했다. 고발내용은 무량판 구조 설계‧시공‧감리 오류로 인한 전단보강근 미시공‧오시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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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확인된 무량판구조 적용 지하주차장 단지 현황. [자료=LH]

한편, 정부의 민간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 방침에 발맞춰 LH 무량판 단지를 점검하던 중,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개 단지를 추가로 확인하고 9일부터 해당 단지들에 대한 즉각적인 긴급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발견된 총 10개 단지는 미착공 단지 3곳, 착공 단지 4곳, 준공 단지 3곳이며, 분양주택 1871호, 임대주택 5296호로 총 7167호 규모다. LH는 10개 단지에 대해 착공 이전 단지에 대해서는 구조설계 적합 여부를 확인하고, 이미 착공에 돌입한 단지는 추가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할 방침이다.

향후 철근누락 단지 발견 시, 입주민 협의 등을 거쳐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변경과 보수공사를 즉시 추진하고,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LH는 최근 조사에서 제외된 민간참여사업 방식 41개 단지도 무량판 구조 적용 여부 등 추가적인 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전관특혜 의혹이 더이상 제기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국민이 수긍할 수 있도록 의혹에 대해 낱낱이 밝히겠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건설 공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과 연루된 이권 카르텔 의혹을 불식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과 예방시스템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시설안전협회에서 열린 무량판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시설안전협회에서 열린 무량판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국토교통부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 전관들이 참여하는 업체는 용역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원 장관은 최근 SNS를 통해 “최근 설립된 업체가 수백억짜리 감리를 맡는 이권 나눠 먹기 구조 아래서 LH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전관 업체를 용역서 적극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장관은 “LH 퇴직자가 설립해 주식을 보유한 한 업체가 4년간 166억 원 규모의 감리 용역을 수주했다. LH에 기생하는 '전관 카르텔'의 나눠 먹기 배분 구조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LH 전관 문제는 비정상적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의 중요 축이며, 반드시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다.

그러면서 "짧으면 한 달, 길면 두 달 안에 이제까지는 없었던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 혁파 대책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LH가 예고한 혁신방안이 제대로 이행될지에 대한 여부다.

이번에 LH가 발주한 상당수 아파트가 설계에 이어 시공과 감리가 모두 부실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5년간 규정 위반 탓에 벌점을 많이 받았던 감리업체(설계대로 시공되는지를 관리감독하는 업체) 중 절반 이상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퇴직한 직원들이 재직한 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상당수 업체는 이번에 철근 누락이 발견된 15개 단지 사업에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15개 단지 가운데 한 단지의 감리에 참여했던 M 회사는 지난 4월 지하 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감리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M회사는 최근 철근 누락이 적발된 LH 아파트 15곳 중 3곳의 감리에 참여했다. M사는 최근 5년 사이 설계·감리 오류로 LH로부터 5번이나 벌점을 받았지만, 같은 기간 LH로부터 설계·감리 용역을 900억원어치 넘게 수주했다. 벌점을 받았음에도 LH 계약을 따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전관을 이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전관예우가 LH가 이권카르텔과 전쟁을 선포한다고 해서 그동안 LH임직원에 행해져왔던 전관예우 혜택이 완전히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토교통부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293개소(25만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다음 주 착수해 9월까지 마무리하고, 전관 예우 배제 등 이권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한 종합 대책도 10월 중 내놓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혁신이 완수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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