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연령 중 50대 비중 가장 높아…여성 청소년 48% 증가
8년 간 스스로 목숨 끊은 사망자 중 30% 가족 죽음 경험
올해 상반기에만 7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늘어난 수치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사회 부적응 등 사회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통계를 통해 보여준 사례라고 경고했다.
10일 한국생명존중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망자는 693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6375명)보다 8.8% 늘어난 것이다. 월별로는 1월 976명, 2월 149명, 3월 1249명, 4월 1154명, 5월 1279명, 6월 1229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연령을 기준으로 보면 40∼60대가 전체의 절반 이상(54.2%)을 차지했다. 특히 50대(1382명)는 전체 5명 중 1명꼴로 전 연령대에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남성은 75.7%(1046명)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19세 이하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197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167명에서 18.0%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여성 청소년이 108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73명)보다 48.0%가 늘어 전체 연령대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확대됐다.
스스로 생을 끊은 사망자 가운데 약 30%는 생전에 동일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956명에 대해 ‘심리부검’ 한 결과 29.7%인 284명이 살아 생전에 가족이 비슷한 경험으로 직접 목숨을 끊은 것으로집계됐다.
또한 가족 자살을 경험한 사망자 284명 가운데 178명(62.7%)는 친인척의 사망을 겪었다. 부모는 18.3%(52명), 형제자매는 13.4%(38명)이었다.
보고서엔 ‘직접 생을 마감한 사망자의 유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이 사망하기 전 스트레스 사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가족관계 스트레스가 61.3%(586명)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60.7%), 직업(59.2%)적 스트레스가 뒤를 이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생전 평균 3.5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동시에 겪고 있었다.
가족관계 스트레스 유형 중에서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건이 48.5%(284명)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자녀관계(27.5%), 형제자매관계(23.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기(81.3%)와 장년기(50.9%)에 생을 마감한 사람들은 부모 관계에서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비율이 높았으며 폭력·폭언·방임 등 어린시절 부모의 학대가 지속, 반복된 경우로 인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중년기 사망자의 46.9%, 노년기의 64.3%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가 있었다. 고인이 저지른 가정폭력 등으로 갈등을 겪거나 자녀의 사회생활, 건강 문제로 자책과 걱정을 한 경우 등이다.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의 93.6%는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66.0%는 감정변화를, 62.3%는 수면변화를 겪었고 자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경우가 54.9%였다. 그러나 유족이 이를 인식한 비율은 전체의 24.0%에 불과했다. 또 인식하고 나서도 그중 46.0%는 '걱정은 했지만 별다른 대처를 취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19.5%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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