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SIDE] 집행 없는 사형제도, 늘어만 가는 사형수…국민 ‘눈 높이’ 부합하나
[이슈 INSIDE] 집행 없는 사형제도, 늘어만 가는 사형수…국민 ‘눈 높이’ 부합하나
  • 최문수 기자
  • 승인 2023.10.04 09:08
  • 수정 2023.10.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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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유야무야’ 사형제도, 1997년 12월 이후 집행 없어
연쇄살인범 유영철 서울구치소 이감되며 집행 ‘찬반’ 재개
반대론 “인권, 오판, EU” vs 찬성론 “세금, 제2차 피해 우려”
정부, 집행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실효성은 글쎄
홍준표 “사형 구형 조롱하는 흉악범↑…생명권 무시 안돼”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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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 찬반 논쟁이 뜨겁다. 우리나라에는 엄연히 사형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지난 1997년 이후 긴 시간 동안 실질적인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총 59명 사형수를 사형집행하지 않는 채 수감해 놨는데,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연쇄살인으로 사형 선고받은 유영철을 사형집행 시설을 갖춘 서울 구치소로 이감하며 논쟁의 불을 다시 지펴졌다.

정부는 이를 두고 교정행정상 필요한 조치라며 말을 아꼈지만 사형집행 부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지금까지 사형 선고만 내려진 채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과거 사형집행에 반대했던 의견이 현재의 눈 높이에는 적절할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과거 2007년 10월 10일 사형폐지국가선포식에서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과거 2007년 10월 10일 사형폐지국가선포식에서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과거 1997년 12월 이후 사형집행을 멈췄다. 당시 23명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집행이 마지막이었다. 김영삼 정부 때를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하고 김대중 정부로 넘어오며 집행은 없었다. 인권을 강조했던 김 전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형사소송법 제464조 1항에서는 ‘사형집행의 명령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형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사형선고는 내려지고 있다. 사실상 사형제도가 폐지된 국가인 셈이다.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는 총 59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이유에는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범죄에 대한 사형 여부가 각기 다른 국민들의 눈 높이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혹여나 시간이 흘러 사형수가 무죄로 드러날 수 있는 오판의 가능성도 염려하는 부분이다.

범죄자들의 ‘인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반대 의견 중 하나다. 흉악 범죄자라도 사형집행은 인간의 기본 권리인 생명권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생명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사형집행 국가와의 경제적 협력은 어렵다는 유럽연합(EU)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도 존재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 가운데,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한 서울 구치소 이감 지시한 사실을 두고 사형집행 찬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구치소는 사형집행 시설을 갖춘 곳으로, 한 장관이 유영철 이감 지시 전 이 시설을 점검하란 지시도 내린 탓에 사실상 사형집행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한 장관은 “교정행정상 필요한 지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흉악 범죄가 기승하고 있는 현재 사형집행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담겨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늘어나자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대안책으로 내놨다. 현행법상 무기징역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심사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형집행 대신 가석방 가능성을 전면 차단해 종신형을 내리겠다는 목적이다. 피해 유가족들이 느낄 응보적 측면에서는 기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움직임으로 볼 수 있으며, 재발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계도’란 교도소의 기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 등에 대한 실효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른다. 사형수가 지속 증가하면서 시설 내 과밀화는 물론이고, 사형을 선고받은 후 애초에 남은 생을 수용소에서 평생 보내야 한다는 조건이 기본적으로 깔리기 때문에 범죄자들의 성찰 의지가 사라질 수도 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연합뉴스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사형집행 시설을 갖춘 서울 구치소로 이감 조치됐다. ⓒ연합뉴스

사형집행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았던 과거와 달리, 현재 이를 바라보는 눈 높이는 점차 변해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7월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형제도 찬반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0%가량은 사형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3%로 집계됐다. 집행에 대한 자세한 찬반 의견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중대 범죄에 내려지는 최고 수준 형벌인 ‘사형’ 자체는 여전히 존치시켜야 한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사형수를 수감하고 관리하는 데에 투입되는 비용은 상당하다.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시설 운영 등에 들어가는 간접 비용을 비롯한 사형수에게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피복비, 의료비 등을 모두 합치면 한 명의 사형수에게 연간 3000만 원 이상 비용이 발생한다. 사형수 수감에 드는 비용은 수천만 원이지만, 사형수는 일반 수용수와는 다르게 교도소에서 노역 자체를 하지 않는다. 사형수가 수감되는 것은 형을 집행하기 전의 일반적인 절차일 뿐이기 때문이다.

사형수가 수감돼 있는 기간 동안 투입되는 비용은 물론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민으로부터 걷어들인 세금으로 연쇄살인 등 흉악범의 생계가 유지되는 셈이다.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사형수 이춘재, 유영철, 강호순, 정두영, 故정남규, 조두순 등의 얼굴을 공개해 한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사형수 이춘재, 유영철, 강호순, 정두영, 故정남규, 조두순 등의 얼굴을 공개해 한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사형제도를 비롯한 형법이 그 어느 부분보다도 피해자의 입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도 사형집행 찬성 목소리에 더해지고 있다.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흉악범이 단순 사형 선고만 내려진 채 국민의 세금으로 편하게 구치소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와 유가족 등 누군가에게 제2차 가해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염두 해야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인권’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잠재적 피해자의 생명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정의 구현 수단’ 등의 논리로 27개 주(州)에서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이웃 국가인 일본에서는 범죄 동기, 살인 수단, 심각성, 사망한 희생자 수 등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사형집행을 실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사형집행 찬성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5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법무부 장관은 사형 확정 후 6개월 내 집행하도록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라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다른 법무부 장관들과 똑같이 직무 유기를 하는지 이번에 우리 한번 지켜보자”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어 “나아가 법정에서 검사의 사형 구형을 조롱하는 흉악범들도 생겨나고 있는 판에 가해자의 생명권은 중하고 수많은 무고한 국민들의 생명권은 깡그리 무시해도 되는 거냐”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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