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MAP] ‘여의도 한양’ 급제동…발목 잡힌 결정적 이유는?
[재건축 MAP] ‘여의도 한양’ 급제동…발목 잡힌 결정적 이유는?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3.10.23 08:02
  • 수정 2023.10.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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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양, 사업 좌초 위기…서울시, 지침 어겼단 이유로 철퇴
KB신탁 위반 사유 …국토부 정비사업 업무 기준’·‘도시정비법’ 어겨
조합측 ·KB신탁, ‘시공사 선정절차’ 전면 중단…사업 지연 불가피
29일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 무산…입찰 절차 원점 회귀될 듯
신탁업계, 허술한 일 처리에 신뢰잃을까 불안…“절차 철저히 지켜야”
여의도 한양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한양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한양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정비사업인 ‘신속통합기획’ 당초 취지와는 달리 사업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KB부동산신탁이 추진한 여의도 한양 시공사 선정 과정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제동을 걸면서 사업 좌초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여의도 한양에서 벌어진 사태로 알 수 있듯 신탁 방식 재건축이 기대치와는 달리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나아가 서울시가 시공사들이 신통기획의 빠른 사업 진척을 노리고 입찰에 나선다는 점에 착안해 선제적으로 시공사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재건축 시장에서 신통기획의 빠른 안착을 유도하고자 일부러 사업 진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건설사들의 피로도만 높아졌다는 볼멘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상황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한양 아파트 재건축 운영위원회 및 KB부동산신탁은 이달 29일로 예정됐던 시공사 선정 총회를 돌연 취소했다. 서울시가 영등포구청에 최근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추진 과정에서 사업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의 위법 사항을 발견하고 영등포구청에 시정조치를 요청했다.

여의도 한양 아파트는 시공사 입찰 초기부터 과열될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우선 이곳은 사업 시행자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상가 부지를 사업면적에 포함한 것이 정비계획 내용을 따르지 않고 입찰 공고를 낸 데 이어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간에 사업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자 서울시는 보란 듯이 철퇴를 내린 것이다.

서울시는 관련 민원이 접수되자 법률 검토에 들어갔으며, 그 결과 KB부동산신탁이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계약 업무 처리 기준’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을 위반한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서울시의 제동으로 오는 29일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는 일단 무산됐다. 다만 신탁사가 총회를 아예 취소한 것인지, 단순히 일정이 연기된 것인지는 아직 결론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사업 주체인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서울시로부터 만약 ‘시공자 선정 절차’를 강행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법적으로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자 절차를 불가피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조감도. [사진=서울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조감도. [사진=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사업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고자 내건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비계획부터 확정돼야 하는데 KB부동산신탁이 이 단계를 건너뛰고 시공사 선정에 나선 것이다.

도정법을 어긴 점도 문제가 됐다. 여의도 한양 정비구역 외에 위치한 단지 내 롯데마트를 포함한 점이 발목 잡히게 만든 요소다. KB부동산 신탁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업부지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현재 정비계획이 제3종 일반주거지다.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지 않은 신속통합기획안을 토대로 사업부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분류한 점이 서울시로부터 빌미 잡힌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롯데슈퍼 등 일부 소유주가 동의하지 않은 부지까지 사업 구역에 포함시켜 입찰을 진행한 점도 위법 소지가 된 것이다. 실제로 롯데슈퍼는 450평 규모 토지·건축물이며, 토지주인은 롯데쇼핑주식회사가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다.

서울시의 제동으로 오는 29일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는 일단 무산됐다. 다만 신탁사가 총회를 아예 취소한 것인지, 일정만 연기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단순히 일정이 순연된 것이라면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예정대로 경쟁 입찰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다만 현재까지 분위기로 미뤄볼 때 서울시가 정비계획 확정 전 시공사 선정을 진행한 것은 ‘위법의 소지가 존재한다’고 결정 내린 만큼 재입찰 공고를 내서 다시 처음부터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한양아파트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시공사 선정 중단으로 사업 속도가 지연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미 시공사 선정총회 날짜가 확정된 만큼 우선 예정된 시공사 선정절차부터 거치고 난 이후 법적으로 결격 사유 여부를 정확하게 따져야 한다는 것이 조합의 입장이다.

한양과 KB부동산신탁은 서울시로부터 문제로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 롯데슈퍼 등과 빠른 시일내로 협의해 토지 확보 등 정비계획 변경 절차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관할 관청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업무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한양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건설업계와 신탁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여의도 한양 사태를 계기로 신탁사의 허술한 운영이 자칫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전문성을 내세운 신탁 방식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 것이다. 그나마 신통기획 방식으로 추진되는 재건축은 여의도와‧목동 등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추진 중이다. 특히 해당 구역 재건축 사업지에서는 신탁 방식을 택한 곳이 다수인 데 기대만큼 전문성을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것이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여의도 한양 아파트가 규모나 속도 면에서 상징성이 큰 단지다 보니, 시행자인 신탁사가 앞뒤없이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욕심이 앞서다 보니 사업 절차를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고 앞뒤없이 절차를 어긴채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도시정비사업의 기본은 정비계획안을 꼼꼼하게 수립해서 우선 지자체관할감독기관의 통과부터 받아내야 하는 데 이부분을 간과한 것이 서울시로부터 철퇴를 맞은 요인이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 내 83곳(재개발 62곳, 재건축 21곳)에서 신통기획이 진행 중인데 상징성이 가장 여의도에서 초기부터 제동이 걸리면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이 어렵게 돼 재건축 사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한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쪼그라들면 수년 내 주택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서울시도 사업 과열 제한 등 최소한의 제재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간섭은 건설사들의 피로도를 높여 몸을 사릴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역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지역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신통기획으로 사업 진척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던 건설사들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여의도 한양은 서울시가 직접 나서 시공사 선정 절차를 아예 무산시켰다는 점에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면서 “서울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신통기획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여준 만큼 재건축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다수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에 더 보수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 관계자 역시 “건설사들이 대내외적 각종 리스크로 악전고투하는 등 작금의 현실 속에서 비용 절감과 실적달성을 동시에 이뤄내야 한는데 서울시가 나서서 입찰 절차를 아예 무효화하면 시공사 입장에선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입찰 참가 비용이 전체 공사비 1% 안팎에 이른다는 점에서 추후 건설사는 재입찰에 따른 추가 비용을 내야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부담은 고스란히 분양가 급등으로 이어지게 돼 무주택자들의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이라고 우려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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