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진짜 성배는 어디에...기독교 전승의 최고 자리를 차지하는 성배 이야기
[크리스마스] 진짜 성배는 어디에...기독교 전승의 최고 자리를 차지하는 성배 이야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2.25 06:39
  • 수정 2023.12.25 0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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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최후의 만찬 및 십자가 처형과 관련되었다고 주장되는 성배 전승은 실제로는 기독교 탄생 이전의 켈트족 신화로까지 이어진다. [public domain]
예수의 최후의 만찬 및 십자가 처형과 관련되었다고 주장되는 성배 전승은 실제로는 기독교 탄생 이전의 켈트족 신화로까지 이어진다. [public domain]

25일은 전세계 수십억명의 기독교, 천주교 신자들이 가장 큰 의미를 두는 그리스도 탄생일이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고난과 십자가 사망-부활과 연결된다. 

이 중 그의 고난을 상징하는 성배(Holy Grail) 이야기는 기독교 전승(傳承) 중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켈트족에서부터 중세 기독교의 전승, 그리고 오늘날 진짜 성배를 보관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소개하는 사이트인 ‘올댓인터레스팅닷컴(allthatinteresting)’을 통해 알아보았다.

아서왕(King Arthur : 6세기 경 영국에 정착한 켈트족의 전설적인 왕)의 전설에 따르면, 아서왕의 기사들(원탁의 기사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입술에 닿았던 귀중한 성배(Holy Grail)를 찾기 위해 영국 전역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고 한다.

당시에는 성배를 가지면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설이 나돌았다. 그렇다면 성배란 정확히 무엇일까? 성배는 실재했을까? 그렇다면 성배는 현재 어디에 있을까?

성배 전승은 역사가, 학자, 작가들을 수없이 매료시켜 왔다. 성배는 아서왕의 전설, 중세의 문학, 현대 작가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소설, 영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그리고 영국 코미디 영화 ‘몬티 파이톤의 성배(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에도 등장하며, 가장 최근에는 2023년 넷플릭스의 ‘신앙의 신비(Mysteries of the Faith)’라는 다큐시리즈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성배와 관련된 실제 역사는 그 존재만큼이나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잔(盞)”에 대한 언급으로 성배 전승은 시작된 듯하지만, 지난 2,000년 동안 성배는 단순한 잔 이상의 의미를 띠게 되었다.

성배(Holy Grail)란 무엇인가?

일부 전설에 따르면 성배는 영원한 젊음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독교의 중요한 유물이다. 그러나 성서에는 성스러움을 의미하는 ‘잔’에 대해서만 언급되어있다.

‘크리스티애너티닷컴(Christianity)’이 설명하고 있듯이 성배의 존재나 그 마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성경 구절은 없다. 그러나 성경에는 잠재적으로 성배와 연관지을 수 있는 특정 구절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최후의 만찬을 묘사하는 누가복음 22장 20절에서 예수는 잔을 들고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다.”

그리고 마가복음 15장 23절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달릴 때 쓴 포도주를 받았다는 언급도 있다. 

“그때에 그들이 몰약을 탄 포도주를 주었으나 예수께서 받지 아니하시니라.”

그러나 이 부분에도 성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그렇다면 성배는 어떻게 해서 기독교의 강력한 전승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켈트족과 고대 로마 전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성배 이야기는 중세에 접어들면서 기독교 전승과 결합되었다.

‘히스토리닷컴(HISTORY)’은 중세 프랑스의 설화 작가 크레티앵 드 투르아가 1180년 미완성작인 『성배 이야기(Conte del Graal)』에서 최초로 성배를 성스러운 물건으로 처음 등장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로부터 20년 뒤 프랑스 시인이었던 로보트 드 보롱은 ‘아리마태아 요셉(Joseph d'Arimathie)’이라는 시에서 성배와 최후의 만찬, 그리고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서로 연관시키며 언급했다.

이런 작품들은 성배를 아서왕의 전설과 결합시키고 있다. 그들은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들인 퍼시벌과 갤러해드가 기적적인 힘을 가진 잔인 신성한 성배를 어떻게 찾았는지를 그리고 있다.

이때부터 성배와 이를 찾으려는 노력은 서양 문학의 초석이 되었다. 이런 노력 덕택으로 성경 한구석을 차지하던 ‘잔’ 전승은 중요한 기독교 유물로 승격되게 되었다.

만일 성배가 진짜 존재한다면 지금 어디에 있을까?

갤러해드는 성배를 찾아나선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들 중 한 명이다. [public domain]
갤러해드는 성배를 찾아나선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들 중 한 명이다. [public domain]

성배는 현재 어디에 있을까?

성배와 관련된 허구의 이야기들은 성배를 또 다른 위치에 갖다 놓았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최후의 성전’에서 성배는 요르단 페트라 유적지의 ‘초승달 협곡’에서 발견된다. 또, 작가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에서는 성배는 물건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의 자궁을 암시하는 용어이다.

그런가 하면 다른 신화들에서는 성배를 또 다른 곳에 위치시킨다. 아서왕의 다른 전설에서는 아리마테아의 요셉이 성배를 영국 글래스턴베리로 가져와 묻었다고 주장한다. 이 전설을 믿는 사람들은 이 지역의 물이 붉게 변하는 이유가 바로 그리스도의 피를 거쳐 흐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지역 땅에 들어있는 붉은 산화철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밖에도 성배의 소재에 대한 주장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예루살렘의 하수구에서 종적을 감췄다고 믿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아메리카 대륙에 숨겨져 있다고 믿는다. 뿐만 아니라 성배는 고대 도시 안티오크, 스페인 톨레도, 심지어는 미국의 오하이오주나 유럽 전역의 200개 지역에서도 ‘발견’되었다.

2014년에 출간된 『성배의 왕들(Kings of the Grail)』이라는 책은 스페인 레온의 ‘샌 이시도로 대성당(Basilica of San Isidoro)’에 보관된 잔이 성배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성배가 예루살렘에서 카이로로 옮겨진 뒤 스페인을 통치하던 수장(首長)의 손에 넘어간 증거를 고대 이집트 사본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그 수장은 이 잔을 페르디난드 왕에게 선물했고, 그 뒤 11세기에 ‘샌 이시도로 대성당’의 소유가 되었다고 한다.

‘샌 이시도로 대성당’ 성배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실제로 기원전 200년에서 서기 100년 사이에 만들어졌음이 드러났다. 책의 저자들은 이 증거와 다른 고문서들을 들어 이 성당의 잔이 실제로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된 성배라고 주장한다.(그러나 예수가 이 잔으로 마셨다는 증거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성배가 보관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스페인의 교회는 ‘샌 이시도로 대성당’만이 아니다. 발렌시아의 ‘발렌시아 대성당(Valencia Cathedral)’도 성배를 가지고 있으며 ‘샌 이시도로 대성당’처럼 충분한 근거를 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발렌시아 대성당’의 역사·예술 유산 큐레이터인 호세 베르데게르는 BBC 와의 인터뷰에서 “증거는 나뭇가지 묶음처럼 차고 넘칩니다.”라고 주장했다. 

“나뭇가지 한 개는 쉽게 부러지지만 50개를 합치면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은 논란이 있어도 이렇게 많은 증거들을 깨뜨리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발렌시아 대성당’ 측은 이 성배가 베드로 성인의 제자였던 마르코 성인에 의해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옮겨졌다고 주장한다. 이후 로마의 초기 교황들(로마 가톨릭이 최초의 교황으로 정의하는 성 베드로를 포함)이 성찬식을 집전하는 데 이 잔을 사용했다고 한다.

“초대 교황인 베드로 성인이 성배를 로마로 가져왔습니다.”

‘발렌시아 대성당’의 한 관계자는 2018년 BBC 기자에게 이렇게 주장했다.

“교황들은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성 베드로와 이후 교황들은 성배를 그리스도께서 사용하신 것으로 믿고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발레리아누스 황제가 257년부터 기독교를 박해하기 시작하자 스페인 우에스카로 보내졌습니다. 로마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잔은 15세기에 발렌시아로 옮겨질 때까지 스페인 각처를 전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레온의 성배처럼 발렌시아도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물리적 증거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연구에 따르면 이 잔은 고대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사이에서만 발견된 특정 종류의 마노석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기원은 기원전 1세기나 2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자들은 이 잔이 유대인의 키두시 컵(kiddush cup), 즉 축복의 잔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잔이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한 성배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샌 이시도로 대성당’과 ‘발렌시아 대성당’의 상충되는 주장으로는 어떤 잔이 실제 성배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둘의 주장 모두 성배가 실재한다고 전제한다. 그렇다면 이 성배들은 진짜일까? 이에 대한 답은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스페이 레온 ‘샌 이시도로 대성당(Basilica of San Isidoro)’에 보관된 잔, 성당측은 이 잔이야말로 진짜 성배라고 주장한다. [샌 이시도로 대성당]
스페이 레온 ‘샌 이시도로 대성당(Basilica of San Isidoro)’에 보관된 잔, 성당측은 이 잔이야말로 진짜 성배라고 주장한다. [샌 이시도로 대성당]

성배는 실재하는가?

오늘날 성배는 기독교의 중요한 전승으로 여겨지지만, 진위 여부를 가리기 힘든 성배의 존재는 성경의 이해나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데 있어서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기독교도들도 많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영생이 유물에서가 아니라 주님으로부터만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크리스천닷컴(Christian)’은 이렇게 주장한다.

“신비로운 힘을 지녔다고 믿는 유물을 찾는 데만 평생을 보낸다면, 우리는 참된 기독교의 가르침과 복음 전파의 목적을 놓치게 됩니다. 구원은 예수나 어떤 성인이 만졌다고 추정되는 물건에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에게서만 나옵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성배의 중요성을 거의 강조하지 않으며, 그것이 소유자에게 힘을 부여할 수 있는 일종의 마법 물체라는 생각을 비웃는다. 그러나 기독교의 다른 흐름에서는 성배가 예수 그리스도의 손에 닿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성배 전승은 단순한 잔보다 더 복잡하다. 성경에 나오는 이 잔에 대한 언급은 최후의 만찬에 사용된 성배부터 아서왕의 기사들이 찾던 신비로운 물건, 여러 교회들이 주장하는 실제 잔에 이르기까지 수세기에 걸쳐 많은 이야기들을 낳았다.

자기 것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수백 개의 성배, 성배에 얽힌 애매모호한 역사, 나아가 성배와 관련된 성경 자체의 기록들은 성배가 실재하는지조차 구분하기 어렵게 한다. 영화 ‘몬티 파이톤의 성배’가 성배를 찾는 일을 무의미한 행동으로 그린 것은 이런 근거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성배 전승은 역사적 근거가 없는 12세기의 문학적 창작물입니다.”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중세 역사가 카를로스 데 아얄라는 ‘히스토리닷컴’에 이렇게 주장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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