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발빠른 대응…‘넥스트 스텝’은?

태영건설, 수조원대 PF대출 잔액·수천억원대 대출금 앞에 무너져
대주주 자구노력·채권단 협조 통해 태영건설 정상화 최대한 유도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등 보호에 최선…금융시장 안정화에 총력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빌딩에 태영건설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이 부동산 PF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기업구조개선 방안 중 하나인 워크아웃 신청하자 정부가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태영건설은 대주주의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주채권은행 등 채권단과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오전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소위 레고랜드 사태 이후부터 부동산 PF시장 및 주요 건설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태영건설에 대해서도 재무상황 및 주요 사업장 현황을 면밀히 주시해 왔다”고 강조했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기촉법) 시행 이후 1호 워크아웃 대상자인 태영건설에 대해 금융위는 60개 사업장 중 양호한 사업장은 정상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하고, 유사시 HUG 분양계약자 보호조치, 정상진행에 어려운 사업장은 시공사교체‧재구조화‧매각 등을 추진한다.

또한, 22개 분양진행 사업장은 태영건설이 계속 시공하며 필요 시 HUG 분양보증으로 시공사교체‧분양대금환급 등 분양계약자 보호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581개 협력업체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발주자 직불합의를 통해 하도금대급 원활히 지급, 협력업체 대출 만기연장‧금리인하 등 신속지원(Fast Track) 프로그램도 우선 적용한다.

금융위원회는 부동산PF 사업추진의 주된 요소는 각 사업장의 사업성인 만큼 태영건설의 이슈가 태영건설 외 다른 건설사 PF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PF 시장은 고금리상황의 장기화, 공사비용‧금융비용 상승,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금융위는 “이를 감안해 정부는 관계기관과 함께 PF 사업장 전반에 대해 과도한 자금회수가 나타나는지 여부를 상시 점검하면서, 정상사업장에 대한 원활한 금융공급, 부실‧부실우려사업장의 정상화‧재구조화 지원을 통한 부동산 PF의 연착륙 기조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금융시장안정화에도 한국은행과 함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우선, 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설사 발행 회사채·CP와 건설사 보증 PF-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증액하기로 했다.

또한,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시장의 전반적인 위험회피 강화와 기업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저신용 기업들의 시장성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P-CBO 프로그램도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영그룹‧대주주는 그간 1조원 이상의 자구노력과 더불어 워크아웃을 위해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 계획을 제출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이를 구체화하는 중이다.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의 충분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향후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시장참여자의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정부도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재무적 어려움은 글로벌 긴축과정에서 PF대출·유동화증권 차환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가운데 특히 높은 자체시행사업 비중, 높은 부채비율(258%) 및 PF 보증(3.7조원) 등 태영건설 특유의 요인에 따른 것"이라면서 “여타 건설사의 상황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9월말 기준 주요 건설사 자기자본 대비 PF보증 비중은 태영건설이 374%으로, 현대건설이 122%, GS건설 61%, DL이앤씨 36%, 포스코이앤씨 36%로 뒤를 이었다.

이에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만 없다면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참석기관의 평가다.

정부는 태영건설 관련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예기치 못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관계기관이 함께 미리 마련해 놓은 컨틴전시플랜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금융시장 안정조치’를 확대하고 추가적인 ‘건설업 종합지원 대책’도 마련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위키리크스한국=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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