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60년대부터 라디오 매체 활용해 남측 주민 선동
궐기 모임에서 통일 연대 기구였던 핵심 단체 정리 결정
11일부터 북한 선전용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 전격 차단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린 통일 기조에 대한 노선 변경과 대남 기구 정리하라고 지시하면서 북한도 일사천리로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북한의 대남 국영 라디오 ‘평양방송’ 방송이 13일 현재 수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날 오후부터 방송 수신이 전혀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평양방송의 홈페이지 민족대단결' 접속도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방송은 그동안 북한의 대남 기구가 운영하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대남 기구 정리 기조방침에 따라 방송이 중단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1960년대부터 라디오매체인 평양방송을 통해 남측 주민을 공략해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선동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방송을 송출해왔다.
실제로 과거에 김일성, 김정일 찬양가를 내보낸 이후 난수(亂數)를 읽어 남파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린 것은 유명한 일화다. 난수 방송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됐으며, 2016년 다시 재개됐다.
난수 방송 내용은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물리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다. 178페이지 99번, 78페이지 40번…”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북한은 남측과 민간교류를 위한 각종 기구·단체도 정리하는 수순이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하신 대남 정책 전환 방침을 이행하고자 대적 부문 일군(간부)들의 궐기 모임이 12일에 열렸다”고 보도했다.
궐기모임에서는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기구였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우리 관련 단체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적대적인 교전국”임을 선언하면서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고 못 박으며, 대남 기구에 대한 정리를 지시했다.
이에 대남 부문 기구 정리는 지난 1일 최선희 외무상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통일전선부를 외무성으로 흡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설립된 통일운동 단체로, 남측위원회·해외위원회도 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도 1990년 남·북·해외에 통일운동 단체로 만들어졌다.
1998년 설립된 민족화해협의회는 노동당 외곽단체로 같은 시기 만들어진 남측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카운터 파트너다. 단군민족통일협의회는 1997년 발족해 민족 정통성과 통일을 다뤄왔다.
한편 북한 국가 도메인(.kp)을 이용하는 대외 선전 웹사이트 '내나라'에서는 통일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던 ‘우리는 하나’ 코너가 없어졌다. 지난 11일부터는 닷컴 도메인을 쓰는 우리민족끼리·통일의메아리·류경·조선의오늘·려명 등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도 끊긴 상태다. 해당 웹사이트 역시 대남 기구 정리와 동시에 폐쇄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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