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FOCUS] 건설사들이 숱하게 겪은 ‘워크아웃’ 악재…난관에도 택하는 이유
[건설 FOCUS] 건설사들이 숱하게 겪은 ‘워크아웃’ 악재…난관에도 택하는 이유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4.01.15 09:46
  • 수정 2024.01.15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상화되기까지 숱한 난관…최소 4~5년·장기화되면 10년 걸리기도
자금 사정 악화로 모두 ‘부도처리’ NO…워크아웃으로 정상화 기대
금호산업·대우건설·쌍용건설·현대건설…워크아웃’ 난관 딛고 정상화
건설사 관계자 “법정 관리되면 골치 아파…워크아웃 훨씬 더 유리”
건설사 PF 위기 CG. [사진=연합뉴스]
건설사 PF 위기 CG. [사진=연합뉴스]

시공능력평가순위 16위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개시된 가운데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으나 내부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태영건설 등 대형건설사가 워크아웃 절차를 개시하게 된 것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쌍용건설 이후 딱 10년 만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장관은 “정부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특정 기업들의 워크아웃이 트리거가 돼 건설업계 전반에 악영향이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것이다. 건설시장 전반에 악영향이 가해지지 않도록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해서, 공적 보증을 확대하는 등 조속히 후속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절차는 이제 막 첫 단추를 뀄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약 3개월 간 진행되는 회계법인 실사에서 잡아내지 못한 우발채무가 발견될 가능성이 존재하거나,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실이 추가로 드러난다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또한 태영그룹이 제시한 자구안 약속을 어기면 채권단은 마음을 바꿔 언제라도 워크아웃을 중단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라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nbsp;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nbsp;태영건설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br>
&nbsp;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nbsp;태영건설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br>

태영그룹은 당분간 에코비트와 블루원 매각 등 자구안을 토대로 ‘자기’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채권단은 3개월간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없어서다. 오너 일가는 계열사 등을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려우면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을 추가로 담보로 제시한 것도 약속의 일환이다.

위기에 처한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한다고 해서 모두 부도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이미 부도를 내고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법원의 결정에 따라 기업의 회생절차에 착수하는 ‘법정관리' 수위가 한 단계 낮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차이는 뭘까?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는 종종 함께 언급되곤 한다. 두 가지 모두 빚을 갚지 못해 기업들이 거쳐야 한다는 점과 부실기업의 정상화를 목표로 회생 절차를 밟는다는 점은 공통분모다.

워크아웃 CG. [사진=연합뉴스]
워크아웃 CG. [사진=연합뉴스]

워크아웃은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 채권자와 협의를 통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다.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이다. 원래대로라면 기촉법은 지난해 일몰되어야 했으나 건설업계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국회가 연장안을 처리해 지난 26일 다시 시행됐다. 이에 태영건설은 이달 초 재공포된 후 첫 적용 사례가 된 것이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무 상환을 유예하거나 일부 탕감되며, 자산 매각이나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 기업이 내세운 기촉법이 굵직한 기업이 휘청일 때 마다 ‘산소 호흡기’ 역할을 하며, 기업들이 제자리를 찾는 데 도움준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기업을 대상으로 주관해 이해당사자 간 자율적인 협상과 조정을 통해 기업의 회생을 도모하고 채권금융기관의 여신 회수를 극대화하는 조치다. 쉽게 말해 워크아웃은 파산이나 부도 직전에 놓인 부실기업에 인위적으로 경영 연장 제도를 마련해주는 산소호흡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돈을 빌려준 채권단도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보전에 초점을 둔다.

워크아웃은 은행이 해당 기업에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통보하면서 시작된다. 단,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해야 한다. 연쇄 부도 등의 파장을 우려해 워크아웃 신청을 채권단(대주단)이 수용하는 셈이다.

부실 위기에 놓인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채권금융기관들은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채권단이 기업 경영권 교체를 요구하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대개 은행대출금의 부채삭감, 이자감면, 출자전환을 포함해 대출금 상환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이 이뤄진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은 계열사 정리, 자산매각, 주력사업 정비 등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워크아웃으로도 기업 정상화가 어렵다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간다. 조건(부도 여부)와 관리·감독 기관, 금융권 지원 여부도 워크아웃 방식과는 다르다.

반면 법정관리는 통합 도산법에 따라 법원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공적 구제수단이다. 해당 기업 또는 채권자나 주주 모두 신청할 수 있지만, 법원이 장래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기업 이 대상이다.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면 기업 자체 노력을 배제한 상황에서 포괄적으로 채무를 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모든 채무는 동결되고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이 자금을 비롯한 기업활동 모두 관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산업은행이 관리인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법원 결정에 따라 기업 파산 절차로도 이어지게 된다.

특히 건설사는 높은 재계 순위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을 거친 회사가 다수다. 과거 금융위기 때 다수 건설사들이 워크아웃 잔혹사를 거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파트 공사 현장 CG.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공사 현장 CG. [사진=연합뉴스]

IMF 위기 때는 금호산업, 대우건설, 동아건설, 쌍용건설, 풍림건설 등 다수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을 경험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으나 1999년 워크아웃을 통해 무려 6년 만에 정상화된 케이스다. 대우건설은 1999년 모회사인 대우그룹이 워크아웃 적용을 받게 되자 후폭풍으로 2002년 연달아 워크아웃을 적용받은 사례다. 당시 41개 계열사와 396개 해외법인을 운영했던 대우그룹은 IMF 사태로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그룹 전체가 어려움에 처한 나머지 워크아웃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그룹 해체 이후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넘어갔다. 그러나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2021년 12월 중흥그룹이 인수하게 된다.

금호산업(금호건설)은 2000년대 초반 외환위기와 건설경기 침체로 부도 위기에 처했으나 2005년 워크아웃에 들어가 7년 만에 정상화된 케이스다.

현대건설 사옥 전경.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사옥 전경. [사진=현대건설]

건설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도 워크아웃 악재를 피하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다. 현대건설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까지만 해도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다. 2000년도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사 1위였던 현대건설이 거둬들인 한해 수주액만 5조2487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는 독이 됐다. 건설사업을 급격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쌓인 막대한 부채로 인해 2001년 8월 워크아웃 문턱에 서게 된 것이다.

불과 단 몇개월 만에 ‘업계 1위’ 왕좌에서 내려오며, 씁쓸함을 맛봐야 했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현대건설이 워크아웃 고난을 극복하기까지는 걸린 시간은 만 4년이다. 2005년 연말 워크아웃 졸업을 사실장 확정지은 것이다.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을 끝낼 당시 매출액은 5조849억원, 수주액은 9조4208억원을 거둬들이며 간신히 체면치레한 것이다.

워크아웃 절차를 밟았다고 해서 건설사들이 모두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유동성 위기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를 받게 되거나 회사가 매각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곳이 동아건설이다. 동아건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2년 IMF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한 나머지 부도 위기에 처했다. 이후 2004년 워크아웃에 들어가 4년 만에 정상화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이 시기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몰두했던 동아건설은 비싼 이주비를 감당하지 못해 자금 사정 악화된 케이스다. 타 건설사는 중동 등 해외로 진출해 사업포트폴리오를 넓혔던 반면 해당 건설사는 남들이 외면했던 재건축에 전력을 집중한 나머지 제2금융권으로부터 단기자금을 빌린 것이 패착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부실경영 의혹에도 휩싸였다. 결국 2000년 11월 동아그룹 전체가 법정관리 대상기업이 됐으며, 2001년 5월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건설은 물론, 전 기업이 공중분해됐다.

서울 송파구 쌍용건설 본사전경. [사진=쌍용건설]
서울 송파구 쌍용건설 본사전경. [사진=쌍용건설]

쌍용건설도 빼놓을 수 없다. IMF 위기를 감당하지 못한 나머지 1999년 3월 워크아웃을 신청해 2004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5년 넘도록 뼈를 깎는 혹독한 경영활동을 펼쳐왔다. 이들은 2000년 말까지 500여명의 직원을 감축하는 동시에 경기도 용인과 부산 등에서 쌍용예가 브랜드를 내세워 적극적인 분양에 나선 결과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눈에 띌 정도로 괄목할만한 재무개선을 이뤄냈다. 하지만 인수합병(M&A)이 실패하면서 기업환경이 악화되어 2013년3월 다시 워크아웃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때는 채권단과의 마찰로 결국 2013년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쌍용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투자청(ICD)에 팔렸다가 2022년 말 글로벌세아가 새 주인이 된다.

풍림건설도 법정관리의 풍파를 겪은 건설사다. 2009년 워크아웃에 착수했음에도 경영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해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풍림건설은 주특기였던 주택사업 비중이 70%로 높았던 반면 상대적으로 다른 사업에는 취약했던 구조다. 이에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이판 리조트 매각과 임직원 감원 등 자구노력에도 채권단이 자금 지급을 중단하며 기업 어음을 결제하지 못한 나머지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한때 1000명을 넘어섰던 임직원 숫자가 250명으로 급감하며, 전체 직원의 25%만 남겨두게 된 것이다.

풍림 외에도 우림건설과 벽산건설, 임광토건, 중앙건설, 한일건설 등도 회사 정상화에 실패한 나머지 법정관리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건설사다. 일부 업체는 알짜 사업장 매각과 구조조정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경남기업은 2009년 워크아웃 당시 시공능력 17위의 대형 건설사였다. 채권단과 협의해 급여도 10% 삭감했고, 임직원 수도 17% 줄였다. 이 외 김포한강신도시 사업권(1574억원)과 마다가스카르 니켈광산 지분(643억원), 광주수완에너지 지분(1198억원) 등을 팔아 별도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차입금을 줄이고 부채비율도 줄여 2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2015년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2년 후 SM그룹에 매각됐다.

과거 건설사들이 숱하게 겪었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사례처럼 이번에도 건설업계 내부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태영건설이 쏘아올린 워크아웃 사태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법정관리보다는 워크아웃이 그나마 여건이 낫다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워크아웃은 금융권이 가진 채권채무만 동결된다. 상거래채권은 동결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도 워크아웃이 유리하다. 상거래채권 회수가 상대적으로 지연되거나 어려움을 겪긴 하겠지만 법정관리처럼 일괄적으로 채권이 묶이는 일만큼은 피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는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금융권이 가진 채권뿐 아니라 해당기업이 다른 회사와 주고받은 상거래 채권도 포함된다. 따라서 자재를 납품하는 대가로 어음을 받은 납품업체는 돈을 받을 때가 됐는데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법정관리시 일반적으로 상거래채권의 30% 정도만 현금변제를 받는다고 한다.

회사채 발행 CG. [사진=연합뉴스]
금융권 기업 대출 CG. [사진=연합뉴스]

채권단(금융업계) 입장에서도 법정관리보다 워크아웃이 유리하다.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이 담보없이 신용으로 대출해준 채권은 ‘추정손실’로 산입해야 한다. 해당금액 전체를 충당금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담보가 있더라도 `고정` 등으로 분류해 해당 자산의 30~50% 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아야한다.

이와 달리 워크아웃은 담보에 따라 `정상`으로 분류할 수 있는 채권이 있는가 하면 담보가 없다해도 고정채권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만큼 충당금 적립부담이 법정관리보다 덜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입장에서는 워크아웃이 훨씬 더 유리하다. 부실징후기업이라도 워크아웃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치면 건실한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는 반면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 골치 아픈 일이 많이 생기는 만큼 기촉법 일몰이 폐지돼 다시 시행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 역시 “워크아웃 역시 자금유동성 측면에서 불안정한 상황이긴 하나 일정부분 신규자금을 유동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 공동으로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있어 경영정상화 선결요건인 영업활동 유지가 가능한 만큼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경우 워크아웃을 통해 우발부채 비중을 줄여간다면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ksy055@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