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2차 입찰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 적용 가능성
서울시, 2020년에 신반포27차 재건축 정비계획 210세대로 변경
강남 일대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들이 참여를 주저하면서 주택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안전진단이 면제되면서 재건축 기준은 완화됐으나, 공사비가 너무 낮거나 높아 입찰을 꺼리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5일 포스코이앤씨의 단독입찰이 확정된 ‘노량진1재정비촉진구역’(노량진1구역)은 공사비가 평당 730만원에 해 대다수 건설사들이 막판에 발을 뺐으며, ‘신반포화랑27차아파트’(이하 신반포27차)는 평당 907만원의 공사비에 아무도 입찰하지 않은 것이다.
비록 아파트 1채지만 노른자땅 ‘신반포27차’
신반포27차는 서초구 잠원동 일대의 1985년 준공된 12층짜리 복도식 노후아파트로, 지하 5층~지상 28층 아파트 2개동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신반포27차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017년 설립 승인을 받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1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서울시는 지난 2020년 11월 ‘서초구 반포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 및 신반포27차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변경(안)’을 조건부 가결해 기존 156세대에서 210세대로 건립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계획변경 결정 주요내용은 총세대수 210세대로 계획하되, 이중 33세대는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하는 것”이라면서 “임대주택 건립계획은 조합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공공임대주택 건설 및 사회혼합(Social Mix) 취지에 적정하게 변경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조합 측이 예상한 총 공사비는 984억원이다. 두개 동을 짓는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건설사들이 머뭇거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합 관계자는 “여기는 반포 아닌가”라면서 “왜 유독 여기만 유찰됐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 현대엔지니어링·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DL건설·호반건설·대방건설·금호건설 등이 참석해 치열한 수주전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달 입찰에는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건설사들 간의 눈치게임으로 끝난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너무 눈치만 본듯 하다”면서 “곧 2차 입찰 공고를 내보낼 것 같은데 그때는 한두 군데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측은 관심 가진 건설사들은 많으나 실제로 입찰한 회사들이 없는 상황에서 2차 입찰도 유찰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반포'라는 이름값에 조금은 작은 단지인 신반포27차 입찰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건설사인 SK에코플랜트는 단독 입찰이 유력하나 이마저도 불확실하다는 분위기다.
SK에코플랜트 ‘무혈입성’ 가능성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입찰한다, 안 한다 확실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2차 입찰 일정이 나오질 않았다.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에코플랜트가 최근 출시한 하이엔드 주택브랜드 ‘드파인’(DEFINE)을 수주전략으로 제시할 지도 관심사다. 이에 관계자는 “그것 또한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고급 주거브랜드는 수주 입찰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매력적인 전략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22년 출시된 SK에코플랜의 프리미엄 주택 브랜드 드파인은 지난 2000년 ‘SK뷰(SK VIEW)’를 선보인 이후 22년만에 내놓는 아파트 브랜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드파인은 강조를 위한 접두사 ‘DE’와 좋음, 순수함을 의미하는 ‘FINE’의 합성어인 동시에 정의하다를 뜻하는 ‘Define’을 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파인의 가장 큰 특징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제시된 다양한 구조의 평면 중 하나를 직접 선택할 수 있으며, 입주 이후에도 주방과 욕실을 포함한 모든 실내 구조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SK에코플랜트는 앞서 수주한 부산 광안2구역 재개발, 서울 노량진2∙7구역 재개발, 서울 광장동 삼성1차아파트 재건축 사업 등에 드파인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1565억원 규모의 용산 이촌 우성아파트 리모델링사업에 드파인을 적용해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 및 특화 설계를 도입한 바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신반포27차 2차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할 경우 2회 유찰 조건이 성립돼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경쟁 입찰이 성사되지 않아 조합이 SK에코플랜트를 택한다면 잠원동에 드파인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재건축 단지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건설사들의 불참으로 인해 유찰된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강벨트’에서 말이다.
최근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사업도 대우건설, GS건설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 입찰에 응하지 않아 유찰됐다. 평당 830만원의 공사비에도 유찰된 것이다. 잠실우성4차, 신반포 22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비업계는 재건축 규제 완화가 도시정비 활성화로 이어지길 바랐지만 부동산PF, 공사비 문제 등으로 인한 사업지 선별 수주로 이어지고 있어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다들 어렵다보니 치밀한 ‘선택과 집중’을 구사하는 것 같다”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수차례 유찰이 뜨는 것이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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