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줌인] “지배력 강화에 제약사 이용?”…OCI, 이우현號 ‘한미약품 합병’ 이대로 괜찮나
[기업줌인] “지배력 강화에 제약사 이용?”…OCI, 이우현號 ‘한미약품 합병’ 이대로 괜찮나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4.02.29 08:04
  • 수정 2024.02.29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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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일각, 이우현 OCI 회장 한미약품 통합 놓고 ‘왜 지금이냐’ 의혹 제기
두 숙부 이화영 ·이복영 회장, 이우현 지지한다지만 ‘아직 독립 경영’ 아냐
이우현 회장 총대매고 ‘OCI 내부 지배력 강화’…제약사 인수로 지분 확대
OCI, 여전히 공동 지배 구조…지주사 전환에도 두 삼촌에 비해 지분 열세
OCI 편입된 둘째 삼촌 회사 골치덩이…중대재해 소송·일감 몰아주기 논란
이우현 회장 “제약사 인수 섣부른 결정 아냐…화학사업 한계 극복하려는 것”
이우현 OCI 회장이 직접 나서 주도한 한미약품 통합. [사진=OCI·한미약품]
이우현 OCI 회장이 직접 나서 주도한 한미약품 통합. [사진=OCI·한미약품]

지난해 말부터 OCI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과 통합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이를 놓고 재계 일각에서는 이우현 회장의 행보가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핵심사업으로 군장에너지와 화학사업을 펼쳐왔던 갑자기 뜬금없이 의약품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이우현 회장이 한미약품-OCI 합병이라는 칼을 빼든 것은 그동안 삼촌들에게 의존했던 방식과는 달리 본인이 직접 나서 ‘지배력 강화’라는 숙제를 정면 돌파하는 동시에 독립경영을 이뤄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직까진 두 숙부가 한미약품 합병을 지지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수가 틀어지면 집안 싸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우현 회장의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과 이복영 SGC 회장은 현재 OCI홀딩스 지분을 각각 7.41%, 7.37% 보유한 1‧2대 주주다. OCI는 이우현 회장만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지만 지분구조만 놓고 봤을 땐 두 숙부와 사실상 공동 소유 체제와 다름없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한미약품과 합병을 추진하기 전에 OCI집단에 산입된 소그룹사와 계열사 등 둘러싼 내부 경영리스크를 털어내는 등 완전한 독립경영을 이뤄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삼촌 이복영 회장이 운영하는 소그룹 SGC는 경영 리스크가 워낙 크다. SGC이테크건설은 지난 2022년 9월 발생한 화성시 물류센터 심장마비 사망사고를 시작으로 10월  시공한 ‘안성 물류센터’ 건설현장에서 3명이 사망했던 사고, 지난해 11월 22일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 추락사 등의 사고로 고용노동부와 국토부 등 정부당국과 영업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소송을 벌이는 등 중대 재해 건설사라는 오명이 덧씌워진 상태다.

이우현 OCI그룹·OCI홀딩스 회장. [사진=OCI]
이우현 OCI그룹·OCI홀딩스 회장. [사진=OCI]

물론 이테크건설은 둘째 삼촌인 이복영 회장과 장남 이우성 대표가 주요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계열사이며, 이우현 회장이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상호출자제한집단이 대기업으로 판단할 여지가 존재하는 데다가 SGC이테크건설과 SGC에너지 등이 OCI에 편입되어 있다는 점은 사실인 만큼 책임질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억지라는 것이 기업 안팎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삼촌들이 여전히 OCI와 OCI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인 만큼 공동 책임져야 하는 구조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OCI를 포함해 산하 계열사 SGC이테크건설(에스지씨이테크건설), SGC이테크에너지(에스지씨이테크에너지), SGC솔루션(에스지씨솔루션) 등의 계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거래를 지원한 혐의로 수년 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경영 리스크가 더해지는 또 다른 요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7월 기업집단 OCI 소속 군장에너지(현 SGC에너지)가 계열사인 삼광글라스(현 SGC솔루션)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OCI그룹을 둘러싼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로 과징금 110억2100만원을 부과했다.

기업집단 OCI 산하 소그룹으로 편입되어 있는 SGC그룹 주력 계열사. [사진=SGC]
기업집단 OCI 산하 소그룹으로 편입되어 있는 SGC그룹 주력 계열사. [사진=SGC]

공정위가 내놓은 OCI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들의 부당지원행위 및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행위에 대한 건과 관련한 의결 보고서에도 OCI 차원에서 부당 지원이 이뤄진 것은 이우현 OCI 회장의 숙부인 이복영 회장이 지배하는 계열사 삼광글라스를 밀어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명히 적시되어 있다. 삼광글라스를 주축으로한 SGC는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로 구성됐다. 2020년 12월 지배구조 개편 전까지 이복영 회장 일가가 지분 36.1%를 가진 삼광글라스가 이테크건설의 지분을 30.7% 갖고, 다시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이 군장에너지를 지배하는 형태였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광글라스가 2016년 주력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손익 구조가 악화자. 이에 OCI는 그룹 차원에서 삼광글라스에 일감을 몰아줘서 재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운 것이다. 군장에너지가 열병합발전소 연료로 소모하는 유연탄을 공급할 기회를 삼광글라스에 몰아주기로 기획한 것이 들통난 것이다.

이 점 역시 OCI그룹을 거느리는 이우현 회장 입장에서는 삼촌들을 아군로 만들기 위해선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이고 조직적으로 일감을 몰아줄 수밖에 없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된 OCI 내부 지분구조.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지난해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된 OCI 내부 지분구조.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우현 회장이 제약사 합병을 강행하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지분 확보를 통한 지배력 강화다.

이우현 회장에게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이우현 회장이 보유한 OCI 지분으론 경영권을 장악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이우현 회장(6.55%)은 둘째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7.41%), 첫째 숙부인 이복영 SGC그룹 회장(7.37%)에 이어 3대 주주에 그친다. 이 말은 언제든지 빌미 잡히면 내부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이 회장에선 지배력이 삼촌들과 비교해 약하다 보니 직접 총대를 매고 돌파구 모색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보여준 이우현 회장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지난해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복합적인 사업구조 속에서 평가 절하됐던 개별 사업의 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업 간 분리를 통해 전문적 의사 결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실 이 회장 진짜 속셈은 지주사로 전환하면 이우현 회장이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한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을 통해 이뤄낸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난 2020년 통합·합병된 이우현 OCI회장의 둘째 삼촌 이복영 회장의 SGC 내부구도.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지난 2020년 통합·합병된 이우현 OCI회장의 둘째 삼촌 이복영 회장의 SGC 그룹 내부 구조.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복영 회장이 거느리는 SGC소그룹 내부 지배구조 개편.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복영 회장이 거느리는 SGC소그룹 내부 지배구조 개편.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지주사로 전환된 이후 이우현 회장의 지분율도 5.04%에서 6.55%로 1.51%p 확대되긴 했다. 이와 함께 이화영 회장의 지분율 역시 기존 5.43%에서 7.41%로 1.98%p 더 높아졌으며, 이복영 회장 역시 기존 5.4%에서 7.37%로, 1.97%p 증가했다. OCI그룹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2.23%에서 28.67%로 늘었다. 이 회장이 목표삼았던 지배력이 더 쪼그라든 것이다.

제약사 인수도 이우현 회장이 강행한 카드다. OCI 그룹에서 내세운 논리는 내부적으로 주력 핵심 계열사였던 SGC 에너지와 OCI가 영위하는 주력사업인 폴리 실리콘 등 화학 사업 대외적 리스크가 갈수록 확대되고, 가격 경쟁 치열해진 나머지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제약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2018년도부터 작은 규모로 제약바이오에 조금씩 투자했고, 2022년 부광약품 지분을 인수한 전력이 있는 만큼 제약회사와 합병을 추진한 전력이 있는 만큼 제약바이오사업 투자가 그리 이상한 행보는 아니라는 것이 OCI그룹과 OCI 홀딩스 측의 판단이다.

이우현 OCI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우현 OCI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 이후 해외 진출 등 비사업적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우현 회장은 “화학 사업 환경이 점점 녹록지 않게 되고, 심한 가격 경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으며, 제약바이오사업은 투자만 적기에 이뤄진다면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오래전부터 염두에 뒀다”며 “2018년도부터 작은 규모로 제약바이오에 조금씩 투자했고 2022년 부광약품 지분을 인수하는 등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소규모 제약바이오 사업의 성장성에 한계를 느껴왔고, 한미그룹과 한 팀이 되면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큰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몇 달 전 우리가 보기에는 국내 최고의 제약바이오 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의 전략적 제휴 기회가 주어졌고, OCI 홀딩스 내 이사회에서 면밀하게 검토한 이후 통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사업을 만지작거린 것은 섣불리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더나아가 “OCI홀딩스는 매출 8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한미약품이 보유한 우수한 파이프라인이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 한미약품그룹이 워낙 전문회사인 만큼 OCI홀딩스는 비사업적 분야에서 지원을 하는 게 맞는다”며 “향후 3~4월에 성공적으로 회사 통합이 이뤄지면 보다 더욱 면밀하게 양사 경영진이 마주 앉아 중장기 성장 전략을 도출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우현 OCI 회장은 창업주인 故 이회림 초대회장의 손자이자 故 이수영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지난 2005년 OCI(동양제철화학의 전신) 전략기획본부장 전무로 입사한 이후 2013년에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2019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회장은 OCI의 핵심 사업을 석탄화학에서 태양광으로 전환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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