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오너 일가의 초고속 승진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승진이 보임, 경영권 승계 등이 적절한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 여부는 아직 논란이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 임원 인사에서 눈에 띄는 인사가 있었다. 바로 정뭉준 아산재단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36) 현대중공업 전무의 부사장 승진 인사다. 전무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부사장이 된 것이다. 정 부사장은 그룹 부사장 뿐 아니라 선박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열사인 현대글로벌 서비스 대표도 겸직한다. 정 부사장이 전면에 나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32) CJ 미국지역본부 마켓 담당 상무는 8개월 만에 ‘대우’ 꼬리표를 뗐다. 올해 3월 부장 2년 만에 상무 대우로 승진한 이 상무는 1년도 안 돼 또 승진 인사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상무의 남편인 정종환(37) CJ 미국지역본부 공동본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상무가 됐다.
GS그룹과 LS그룹도 최근 인사를 통해 허창수 회장 동생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인 허철홍(38) ㈜GS 부장을 3년 만에 상무로 승진시켰고, 구자열 회장의 장남 구동휘(35) LS산전 이사와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 구본혁(40) LS니꼬동제련 전무를 각각 상무와 부사장으로 올렸다.
올 연말 대기업 오너가 3세들이 고속 승진을 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월급쟁이들은 상상할 수 없는 30대 상무, 부사장 승진으로 ‘초고속 트랙’을 밟아 일반 직원들의 상실감이 더 높이고 있다.
올해도 수많은 ‘흙수저’들이 임원을 달지 못한채 퇴사하는 가운데 ‘금수저’로 상징되는 오너 자제들의 초고속 승진 소식은 허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금융기관의 경우 임원에 대한 적격성 심사요건을 놓고 이를 충족하는 지 심사를 하지만 사기업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재벌가 자녀들의 향후 경영 행보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만큼 이들에게 거는 희망이 더 크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기업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능력 없는 오너 일가 경영자에 대한 필터링이 과거에 비해 더 촘촘해지고 있지만 경영자로서 성과를 보이지 못할 경우 오너 일가라 해도 경영에서 배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kbs1345@naver.com
저작권자 © 위키리크스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