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에서 아파트 브랜드가 갖는 영향력은 크다. 일반인들은 아파트를 시공사보다 브랜드별로 구별하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를 대표하는 아파트 브랜드가 혼용되면서 소비자 혼선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모기업과 계열사 간 사용료를 지불하고 아파트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각각 ‘힐스테이트 신촌’과 ‘힐스테이트 중동’을 분양했다. 대림그룹의 경우 대림산업과 삼호가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와 'e편한세상 문래'를 시공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를 공유하는 계열사도 모회사와 같은 건설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시공상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파트 브랜드 공동 사용은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지난해 3월 한양건설은 경기도 용인시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 분양에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사용해 분쟁에 휘말렸다.
입주 예정자들은 서로 다른 회사가 시공하고도 홍보과정에서 유사 로고와 브랜드를 사용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도급순위에서 시공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한양건설이 시공을 맡아 입주지연, 부실시공 등 피해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이기승 한양 회장과 이우식 한양건설 회장은 형제 사이로 알려져 유사한 사명을 악용한 ‘사기분양’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 한양과 한양건설은 서로 다른 법인으로, 한양은 시공능력을 평가한 도급순위에서 20위권을 유지하는 중견 건설사지만 한양건설은 도급순위 100위권 밖의 평가를 받는다.
비슷한 사례로 중흥종합건설은 지난 2016년 그룹 내 중흥건설과 유사한 사명 때문에 소비자 혼선이 발생하자 대표법인을 변경한 바 있다. 회사는 사명을 시티건설로 변경하고 중흥건설과 공동으로 사용하던 아파트 브랜드 '중흥S클래스'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대신 아파트 브랜드를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에서 ‘시티 프라디움’으로 교체했다.
분양 관계자는 "사명이 유사한 데다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면 일반인이 다른 회사라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며 "계약자는 시공사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신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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