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고종 황제의 꿈과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의 새로운 도전
[포커스] 고종 황제의 꿈과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의 새로운 도전
  • 박정규 편집인
  • 승인 2019.01.19 09:23
  • 수정 2019.01.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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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천일은행을 설립한 고종 황제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은행 제공]
대한천일은행을 설립한 고종 황제(왼쪽)와 그의 정신 계승을 추구하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은행 제공]

1897년 10월 고종 황제는 당시 중국 사신의 숙소였던 현 소공동 조선호텔 자리에 환구단을 축조하고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500년간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조선이 독립국가로 바뀌었음을 세계에 선언한 것이다.

일본과 청나라, 러시아가 한반도를 손에 넣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지만, 고종은 그 틈바구니에서 나라를 살리기 위해 총체적인 노력을 펼쳤다.

대한제국을 선포한 후 아시아에서 최초로 전차를 개통한데 이어 노량진-제물포간 철도를 개통하고 관립의학교, 상공학교를 세웠다. 뉴욕과 파리를 벤치마킹해 도심을 재정비하는가 하면 파리만국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세계 각국과의 교류를 늘려나갔다.

고종은 특히 일본의 금융자본이 밀려들자 금융 근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고, 1899년 1월 30일 대한천일은행(大韓天一銀行)을 설립하게 된다. 은행명은 '일본제일은행'을 의식해 지은 것으로, '하늘 아래 첫째 가는 은행'이라는 뜻이다.

대외적으로는 상인들이 출자한 것으로 표방했지만, 실제 고종은 내탕금 3만원을 출연하는등 은행 설립을 총지휘했다. 창립총회에 참여한 발기인들은 고종의 신임이 두터운 고위관료와 황실을 호위하고 재산을 관리하는 중견관료들이었다. 2대 은행장에 영친왕이 임명되고 이를 보좌하기 위해 황실 재정책임을 맡은 이용익이 임명된 데서도 고종의 각별한 관심을 알 수 있다.

고종은 러시아에서 차관을 도입해 천일은행을 중앙은행으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일제의 방해로 실패하고 말았다. 대한천일은행은 일제 합병 후인 1912년 조선상업은행으로 개칭된데 이어 1950년 한국상업은행으로, 이후 1999년 한일은행과 합병하여 한빛은행으로, 2001년 우리은행으로 개칭해 우리금융지주㈜로 편입되었다.

대한천일은행은 고종황제의 ‘못다 이룬 꿈’이 담긴 은행이었던 것이다.

대한천일은행(왼쪽)과 우리은행 [우리은행 제공]
대한천일은행(왼쪽)과 우리은행 [우리은행 제공]

▶ 고종황제의 부국 자강 정신... 그리고 우리금융그룹의 글로벌 청사진

2019년 1월로 고종 황제가 대한천일은행을 설립한 지 120년을 맞았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한 우리은행 임원 25명은 1일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고종 황제의 묘소가 있는 홍릉·유릉을 참배해 ‘역사 앞에 새 출발’을 다짐했다.

고종 황제의 부국 자강 정신이 스며 있는 대한천일은행의 정신을 계승하는 우리은행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最古)-최고(最高)의 글로벌 은행으로 만들어나가자는게 손회장의 청사진이다.

‘금융 자강’이라는 고종 황제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손 회장은 그 다짐을 매일 같이 운행하는 자신의 차량 번호판에 담았다.

손 회장의 업무용 차량 번호는 행장 시절 이용했던 ‘8111’에서 지난 11일부터 ‘1001’로 변경했다. ‘1001’은 우리은행의 모태인 대한천일은행의 ‘천일’과 음이 같은 숫자다.

지난 14일 우리금융지주를 공식 출범시킨 손태승 회장은 글로벌-디지털 분야에 집중투자해 오픈뱅킹 최강자로 거듭날 것을 선언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을 2, 3년 내에 1등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금융 출범으로 5대 금융지주시대가 열림에 따라 리딩 뱅크로 올라서기 위한 청사진을 밝힌 것이다.
 
손 회장은 지주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에도 나설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을 우선 인수 대상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접 인수가 어려우면 타 금융사와 함께 인수에 참여해 지분을 갖고 있다가 나중에 우리가 지분 50% 이상을 갖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의 경우 올해 인수하지 못하면 다른 회사와 공동으로 지분 투자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손 회장은 글로벌, 디지털, 기업투자금융(CIB), 자산관리를 4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시장도 적극 개척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쓰던 뱅킹 체제를 세계적인 회사에 개방하려 몇 곳을 접촉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일 임원들과 홍유릉 고종 황제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일 임원들과 홍유릉 고종 황제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구원투수로 등장, 120년 새로운 그룹 도약의 사령탑을 맡다

손 회장은 2017년 12월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했다. 구원투수로 투입된 그는 어지러운 은행 내부 분위기를 다잡으며 실적 향상에 총력을 기울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1조9034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8%나 급증한 것이다.

부문별로 보면 이자이익이 우량 중소기업 중심의 자산 성장과 핵심 저비용성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에 힘입어 견조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중소기업 대출도 전년 말 대비 5.4% 증가했고 핵심 저비용성 예금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향후 수익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비이자이익에서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자산관리부문 성과가 두드러졌다. 수익증권과 방카슈랑스 판매 호조로 자산관리부문 수수료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다.
 
지주사 전환은 손 회장의 대표적인 성과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한 비금융 지주 체제로 비은행과 글로벌 시장 확대에 제약이 많았다. 은행은 은행법을 적용받아 출자 한도가 20%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는 출자 제한이 없고 레버리지(차입 등)를 통해 자기자본의 130%까지 출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현 은행 체제에서 1조2000억원의 출자 한도가 지주사로 전환되면 8조8000억원으로 확대된다. 7조원 이상의 실탄이 추가로 확보된다는 얘기다. 출자 여력이 늘어나면 증권과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수익성 높은 비은행 금융회사를 다양하게 인수할 수 있다.

손 회장은 금융당국과 이사회,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며 지주사 설립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해나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의 지주전환을 승인했다. 지난달 주주총회를 거쳐 올해 포괄적 주식이전 방식을 통해 지난달 11일 우리금융지주가 공식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은행 자체의 성장과 함께 사회적 책임에도 관심을 쏟아왔다.

손 회장은 지난해 혁신성장기업 육성과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위해 향후 3년간 약 3조원 규모의 혁신성장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은행이 올해부터 3년간 총 3000억원의 '혁신성장펀드'를 모(母)펀드로 직접 조성하고, 하위 펀드 선정·모집을 통해 매년 1조원씩 총 3조원 규모 펀드로 확대할 계획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왼쪽 세번째)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현판 점등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왼쪽부터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연합뉴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왼쪽 세번째)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현판 점등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은 3000억원 중 50% 이상을 출자하는 앵커투자자로 참여하고 나머지는 우리금융지주 주도로 계열사와 우량고객이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이 펀드를 운용한다. 일부는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하위 펀드를 위탁 운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혁신성장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은행은 IB그룹 내에 혁신성장금융팀을 신설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소액 직접투자를 지속한다. 또 투자한 기업이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40여 명의 기술평가·산업분석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성장센터는 직접 혁신기술을 평가하고 투자심사를 진행한다. 또 직접 투자한 기업에 여·수신 등 금융서비스를 비롯해 경영·세무·법무 등 다양한 경영자문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장애인용 스마트기기, 바이오 등 11개 기업을 발굴해 약 10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추가로 빅데이터, 결제·보안솔루션, 의료기기 등 10개 기업에도 1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2017년 9월 우리은행은 포용적 금융, 생산적 금융, 신뢰의 금융을 실천하는 '더큰금융' 추진 태스크포스를 설립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민금융 지원 확대 , 다문화장학재단 운영, 글로벌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의 경영 비결은 무엇일까.

손 회장의 좌우명은 '세이공청(洗耳恭聽)'이다. 이는 '귀를 씻고 공손하게 듣는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직원들과 소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은행장 취임 후 4500㎞를 이동하며 전국 곳곳에 있는 영업점을 방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44세에 은행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을 4년이나 맡았고, 이어 은행장과 지주사 회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실력, 열정, 소통의 기반에서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손태승 회장이 지난 14일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태승 회장이 지난 14일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등 금융그룹 도약 청사진... 비은행부문 확장, 완전한 민영화 과제

지주 체제 전환으로 우리금융그룹은 종합 금융그룹으로서 경쟁력 강화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고객 맞춤형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제공, 통합 고객관리, 계열사 연계서비스와 다양한 복합 비즈니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주회사로 편입되는 회사는 우리은행, 우리FIS,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 등 6개사다.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에 대한 지주 자회사 추가 편입은 지주 설립 이후 확정된다.

손 회장이 원대한 포부를 품고 우리금융지주를 출범시켰지만 그룹 확장에는 상당한 도전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의 비중으로 계산한다. 위험가중자산은 보유자산에 위험가중치를 곱한 값으로, 위험가중치가 높으면 자본비율이 떨어진다.

위험가중치는 금융회사 전체 표준치인 표준등급법과 해당 은행의 자체적인 특성을 반영한 내부등급법에 따라 달라지는데 내부등급법을 쓰면 위험가중치가 하락하게 된다.

관련 법령에 따라 지주사로 전환하면 우리은행은 현재 내부등급법인 위험가중치 계산을 표준등급법으로 바꿔야 한다. 단순한 평가 방식 변경만으로 우리은행 BIS 비율은 9월 말 현재 15.8%에서 12.0%로 3.8%포인트나 떨어진다.

내부등급법을 다시 적용받으려면 올해 재무제표가 확정된 2020년 3월 이후에나 금융감독당국과 논의할 수 있다. 당장은 지주 차원에서 신종 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발행해 BIS 비율을 올린다는 것이 손 회장 계획이다.

손 회장은 지주사 출범 전후로 지주사ㆍ계열사간 화학적 결합과 M&A를 통한 자산 규모 확대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지주사와 계열사간 협력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손 회장은 특히 지주사 임원들에게 "지주사 전체 자산의 99%인 은행을 위에서 좌지우지 하려고 하지 말고 존중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룹 내 서열은 앞서지만 향후 의사결정 및 업무추진 과정에서 이를 앞세워서는 안된다는 당부다.

은행 임원들에게도 지주사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당분간은 지주사 내에서 은행 비중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으니 더 열심히 해서 지주사 실적에 기여해달라"고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의 M&A를 통한 외형 확대도 지주사 안착을 위한 주요 과제다. 우리금융지주의 가장 큰 취약점인 비은행 부문의 M&A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게 손 회장의 구상이다.

지난 14일 열린 우리금융지주 출범식. [우리은행 제공]
지난 14일 열린 우리금융지주 출범식. [우리은행 제공]

손 회장은 우선 지주사 출범 첫 해인 올해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을 인수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금융권에 나온 매물로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등이 있고 잠재 매물로는 하이자산운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손 회장은 동남아 시장에서도 추가로 M&A를 진행할 예정이며 현재 은행 뿐 아니라 비은행 매물을 두루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의 출범 첫 1년의 기틀을 어떻게 닦느냐 하는 것”이라며 “99%에 달하는 지주 내 우리은행의 비중을 줄이고 비(非)은행 금융사를 얼마나 인수·합병(M&A) 할 지가 핵심으로 요약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 등 5대 경영전략 외에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조속한 완전 민영화를 통해 ‘관치 논란’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18.4%의 지분을 가진 예금보험공사다.

정부는 ‘선 지주 전환- 후 지분 매각’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은 지분 가치의 극대화를 통해 정부의 결정에 화답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는 셈이다.

고종 황제의 자주 부강 정신을 계승하려는 손태승 회장. 그가 어떤 행보를 펼쳐나갈 지 기대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정규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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