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소냐 전기냐 정답은 ‘친환경’…“변하지 않는 철의 가치 추구”
포스코, 수소냐 전기냐 정답은 ‘친환경’…“변하지 않는 철의 가치 추구”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3.08 15:11
  • 수정 2019.03.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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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수소차나 전기차 전환해도 철 수요 줄어들지 않을 것
마그네슘, 알루미늄, 탄소복합재료 등 타 소재 대비 철 경쟁력 최고
비철강부문서 전기차 배터리 등 전기차 분야 경쟁력 집중 제고는 확실
수소차보다 전기차 부문 수요가 안정적, 시장도 지속적 성장세 보여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도 수요 확보에 부정적, 이미 철강부문 전례 있어
포스코가 포스코켐텍의 2차전지 음극재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포스코켐텍의 2차전지 음극재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사진=포스코]

최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수소경제 사회 구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수소 시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는 수소경제보다는 전기자동차 분야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업계 내에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는 실제 지난해 최정우 회장 취임 이래 미래 신성장 사업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전기자동차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각각 포스코ESM과 포스코켐텍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차전지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회사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합병해 오는 4월 1일 포스코케미칼로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만드는 회사를 통합해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측면에서의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며 “2030년 포스코의 에너지 소재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고 연간 1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포스코의 행보가 정부의 수소경제 사회 구현 의지와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소전기차용 핵심 소재인 연료전지 부문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는 포스코에너지가 사업부문에 회의적인 모습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기차 분야에 올인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포스코 측에서는 포스코는 수소나 전기의 구분이 아닌 ‘친환경’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포스코의 행보는 전기차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포스코의 주 사업인 철강부문과 비철강부문으로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철강 부문, “철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포스코가 수소와 전기의 이분법적 분할이 아닌 친환경 소재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것은 철강이 가진 가치에 대한 확고함 때문이다.

자동차가 수소차나 전기차로 바뀌더라도 가장 매력적인 자동차강판은 여전히 ‘철’이라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지금도 탄소를 줄이기 위한 자동차 경량화를 위해 많은 소재가 접목되고 있다. 그러나 마그네슘, 탄소복합재료, 알루미늄 등 많은 소재로 철을 대체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졌지만 철만큼 경쟁력을 가진 소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등은 가격경쟁력이 철과 비교가 되지 않고 탄소복합재료는 재생 재료가 아닌 만큼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 결국 가격이 저렴하고 몇 번을 다시 사용해도 80% 이상의 회수가 가능한 철만큼 매력적인 소재는 찾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수소차나 전기차가 만들어져도 결국 자동차강판은 철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비록 친환경 자동차의 경우 연료탱크나 연료관이 기존 철에서 탄소복합재료나 알루미늄 등 타 소재로 일부 전환이 되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프레임이나 외판은 여전히 철의 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수소차든 전기차든 어떤 친환경차로 전환이 되더라도 철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 이상 기본 수요는 유지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히려 엔진 등 내연기관이 사라지게 되면 주물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포스코의 기존 주력 사업부문인 철강부문은 수소차든 전기차든 친환경차로의 전환에 대비해 기가스틸 등 초고장력 강판 개발에 만전을 기한다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스코 광양에 건설한 리튬이차전지 양극재 공장 [사진=포스코]
포스코 광양에 건설한 리튬이차전지 양극재 공장 [사진=포스코]


◇ 비철강부문, 리튬 등 배터리 사업 주력은 확실

포스코가 비철강부문에서 전기차와 관련된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포스코는 2010년에 포스코켐텍을 통해 2차 전지 소재인 리튬 소재 음극재 제조사업에 진출했으며,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겨냥해 2011년 12월 포스코ESM을 설립하고 양극재 사업에 진출했다.

양극재는 이차전지 소재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소재다. 포스코는 용량, 수명 및 안정성을 대폭 개선한 고용량 양극재 PG-NCM을 고유기술로 개발한 바 있다. 양극재의 중심부와 표면부의 조성을 다르게 설계해 니켈함량을 80% 이상 높인 제품이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중국 화유 코발트사와 전구체·양극재 합작 생산법인 설립계약을 맺었다. 화유는 전 세계 리튬이온전지 제조에 필요한 코발트의 50%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기업이다.

또 삼성SDI와는 공동으로 세계 최대 리튬생산국인 칠레에 양극재 공장건설 계약을 체결하고 남미시장에 이차전지사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합작법인은 2021년 하반기부터 연간 3200톤 규모의 전기차용 고용량 양극재 생산라인을 가동하게 된다. 포스코는 양극재 사업에서만 약 4조원의 투자를 통해 30년 동안 약 30만톤의 양극재 생산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의 석탄화학 및 탄소소재 계열사이자 국내 유일의 2차전지 음극재 제조사인 포스코켐텍은 최근 세종시에서 2차전지 음극재 1공장의 준공식과 함께 2공장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음극재 생산라인 확대해 2차전지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포스코켐텍은 2공장 건설이 모두 완료되면 연산 2만4000톤 규모의 1공장 9개 라인과 함께 연간 총 7만4000톤의 음극재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는 30kw급 전기자동차 배터리 약 27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밖에 포스코는 리튬제조와 관련해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주축이 돼 연구개발을 추진한지 2년여 만인 2012년 2월 염수에서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리튬을 연간 5만5000톤 생산할 수 있는 광산과 염호를 확보해 2021년부터 본격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포스코는 2010년부터 2차 전지의 핵심 소재인 리튬을 생산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원료확보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2017년 2월 포스코의 독자적인 기술을 활용한 리튬공장을 광양에 건설한 바 있다.

이 같은 포스코의 행보는 분명 전기차 분야에 주력하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 포스코, 친환경 분야 중 전기차에 치중하는 까닭은?

포스코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설정한 비철강 사업부문에서 전기차 분야에 치중하고 있는 이유는 철강부문에서 찾을 수 있다.

포스코는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 공급물량이 미미하다. 과거 자동차강판부터 대부분의 소재를 공급했지만, 현재는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제철에 대부분의 물량을 내준 상태다.

초고장력강판 등 극히 일부 물량만 공급하고 있는데 고품질, 고급강판임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떨어져 포스코에게는 사실 큰 득이 없는 거래로 여겨지고 있다.

같은 라인에서 고장력 강판 10톤을 생산해 판매하는 경우 남는 수익과 같은 시간 내에 초고장력강판 2톤을 생산해 판매하는 수익은 당연히 전자가 앞선다. 수익률 자체는 초고장력강판이 높지만, 생산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포스코로서는 사실상 득보단 손해다.

포스코가 현대․기아자동차에 공급하고 있는 물량들은 대부분 이러한 일부 제품들에 한정돼 있다. 즉, 돈이 되는 부문은 전부 현대제철에게 넘어갔다는 뜻이다. 포스코는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에 대응해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와 공급 거래선을 만들었다.

결국 포스코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기차를 택한 것이 수소차를 밀고 있는 현대차그룹 내 수요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직계열화를 위해 이미 현대제철이 금속분리판을 생산하고 현대모비스가 연료전지스택을 만드는 역할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 모두 올해 말까지 약 6000대 분량의 수소차를 만들 수 있도록 2공장을 세웠다. 그룹 내 계획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차 70만대 체제를 만들 계획인데, 이 가운데 포스코의 몫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수소차 수요는 전기차에 못 미친다. 현재 수소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는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도요타나 혼다 정도다. 수요를 감안하면 수소차보다는 전기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배터리의 경우 일반 산업용이나 스마트폰 등 다양하게 사용되지만, 자동차 만큼 안정적 수요를 제공하는 분야는 없다. 그만큼 안정적 수요 확보를 위해 전기차 부문에 대한 공략은 불가결한 부분이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 규모는 2018년 114GWh에서 2025년 480GWh로 연평균 22% 이상 성장하고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천연흑연계 음극재 시장도 2018년 7만톤에서 2025년 30만톤으로 4배 이상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결국 포스코로서는 불확실한 수소 분야 연구에 매진하기보다는 배터리 소재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시장 환경에서 생산능력을 적기에 확충해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보다 합리적인 전략을 세운 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 사업은 산업용, 발전용 연료전지로 수소 연료전지와는 큰 연관이 없다. 다만 기술 노하우가 축적돼 있는 만큼 수소 연료전지에 활용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며 “포스코는 수소차나 전기차가 아닌 친환경 사업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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