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브렉시트 때문에 물러나는 영국 총리에 또 다른 강경 브렉시트 찬성론자?
[WIKI 프리즘] 브렉시트 때문에 물러나는 영국 총리에 또 다른 강경 브렉시트 찬성론자?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5.28 06:58
  • 수정 2019.05.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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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차기총리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AP=연합뉴스]
영국의 차기총리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AP=연합뉴스]

EU가 누가 새로운 영국 총리가 되든 10월 말 이후로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는 가운데, 6월 7일 물러나는 현 테레사 메이 총리 후임자로 거론되는 유력 후보들도 ‘노딜(No Deal)’ 상황을 감수하고라도 10월 말 유럽연합(EU)에서 반드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누가 차기 영국 총리에 선출돼도 우려대로 ‘노딜 브렉시트’가 닥칠 수 있다는 예상이 점점 더 우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리스 존슨은 어쩌면 영국 정치인 중 가장 분열적인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는 현재 도박사들과 여론 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영국 보수당의 차기 리더, 따라서 차기 영국 총리로서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걸레처럼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한 이 괴짜 정치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에 대해 희망을 가져다주는 정치 스타라고 칭찬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위험한 포퓰리즘 정치인이라고 평가절하 한다.

그는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후보인가?

테레사 메이 총리는 공개적인 저항을 이겨내지 못하고 보수당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브렉시트 투표 운동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유명 국회의원 보리스 존슨은 반대자들을 설득해서 브렉시트가 성공하도록 애를 쓰고 있으며, 당을 정상적으로 되돌려놓는 지도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는 전체의 의견을 반영한 후보와는 거리가 멀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에 따르면, 영국 국민 32%가 보리스 존슨에 대해 호감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영국 정치인에 대한 지지도 중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46%의 사람들은 그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는 양극단의 효과를 지니고 있는 정치인입니다.”

버밍엄 대학의 정치학과 및 미국학 교수인 스콧 루카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사람들은 그를 극단적으로 싫어하거나 극단적으로 좋아합니다.”

비평가들은 보리스 존슨을 ‘지독한 기회주의자(arch opportunist)’라고 비난한다. 국회의원들의 의회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웹사이트 ‘워크포유(They Work For You)’에 따르면 과거에 보리스 존슨은 감세(減稅)를 주장하고, 복지 지출의 증액에 반대했으며, 하원에서는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가 총리가 된다면, 미국과의 관계를 포함해서, 그의 정부가 어떤 모습을 띨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15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런던의 일부 세력들이 ‘급진화(radicalized)’되었다는 말을 했을 때 미국에서 태어났던 보리스 존슨은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평가는 완전히 허튼소리’라고 응수했었다. 당시 그는 런던 시장 자리에 있었다.

이와 함께 보리스 존슨은 다음과 같은 냉소적으로 대꾸도 덧붙였다.

“런던과 뉴욕의 범죄율이 함께 꾸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내가 뉴욕에 가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를 만날지 모를 실질적인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작년에는 두 사람은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존슨은 ‘트럼프는 존경할’ 많은 이유들을 가진 사람이라는 소리를 했고, 트럼프는 존슨이 ‘자신의 친구’이며 그를 영국의 차기 총리로 밀어줄 것이라고 화답했다.

나아가 존슨이 트럼프의 전임 수석 전략보좌관이었던 스티브 베논과 은밀한 대화를 나눴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존슨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치러야한다. 이미 제레미 헌트 노동부 장관과 에스더 맥비 전임 근로연금부 장관이 출마를 확정지어 놓은 상태이다.

영국의 제도 하에서는 새로운 총리를 뽑기 위해서 반드시 총선거를 치러야할 필요가 없다. 총선거 사이에 다수당의 지도자가 바뀌면 그 인물이 자동적으로 새로운 총리가 되도록 되어있다.

2016년 카메론 총리가 사임하고 테레사 메이 총리가 별다른 반대 없이 자리를 이어받을 때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었다.

존슨은 보다 엄격한 테스트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십여 명이 넘는 후보들이 그와 겨루기 위해 줄을 서있다. 보수당 의원들은 두 명이 남는 결선투표까지 여러 명의 후보들을 걸러낸 후, 124,000여명에 이르는 당원들이 최종 승자를 결정하게 된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이번 달 초에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존슨은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어떤 대결에서도 당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누가 승리하든 보수당의 난맥상(亂脈相)을 이어받아야한다.

보수당 의원들은 브렉시트를 두고 벌어지는 내전(civil war)에서 발을 뺄 수 없게 되어있다. 그리고 당은 지난 목요일 영국에서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7%라는 저조한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다.

한편, 존슨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스타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일지라도 이번 기회가 좌우 양 극단의 포퓰리즘 정치인들을 물리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즉, 그가 노동당 대표인 제러미 코빈이나 독립당(Brexit Party) 대표 나이절 패라지보다 정치를 잘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원래 ‘알렉산더 보리스 드 페펠 존슨(Alexander Boris de Pfeffel Johnson)’이라는 풀네임을 지니고 있는 보리스 존슨은 흔치 않은 정치 클럽의 회원으로 이 클럽에서 그는 ‘보리스(Boris)’라는 짧은 이름만으로도 누구에게나 다 알려져 있다.

뉴욕의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태어난 보리스 존슨은 2006년까지 미국 시민권자였다. 그는 영국 최상류 계급이 다니는 사립학교 이튼스쿨(Eton)에서 교육받았으며, 옥스퍼드 대학을 나와, 1980년대 언론에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그는 인용 기사를 조작함으로써 <런던 타임즈>에서 해고당하고,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브뤼셀 특파원으로 재취업하였다. 그는 지금도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매주 칼럼을 게재해서 국회의원 월급 외에 연간 275,000파운드의 원고료를 벌고 있다.

보리스 존슨은 그동안 인종차별주의자들이나 할 수 있는 조롱 섞인 언사를 남발함으로써 대중의 공분을 샀었다. 2016년 그는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을 두고 ‘일부 케냐의 피가 섞였다’고 말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조상 때부터 대영제국을 싫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2002년에는 보리스 존슨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향해서, ‘국기를 흔들며 반겨주는 원주민 아이들(piccaninnies)에 흠뻑 빠져서 영연방을 돌아다니기를 즐기는 것 같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또, 그는 당시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에게는 콩고에 도착하면 ‘수박을 파놓은 인형들(watermelon smiles)’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가 하면, 부르카를 걸친 무슬림 여인들을 두고는 ‘우체통(letter boxes)’ 같다는 소리도 했다.

2008년 보리스 존슨은 런던 시장에 당선되어 8년간 역임했다. 그는 그해 8월 베이징 올림픽 현장에서 4년 뒤 런던이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의지 표명으로 대형 국기를 휘두르고 나타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기간 동안 그는 사진 촬영 요청을 단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으며, 스카이라인 짚와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영국 국기를 흔드는 모습이 사진에 찍히기도 했다.

“이거 완전 재미있어요. 그런데 조금 더 빨랐으면 좋겠네요.”

그때 그는 몰려든 기자들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었다.

2016년 보리스 존슨은 자신의 인기를 활용해서 브렉시트 운동에 나섰다. 청중들을 불러 모으는 연설 솜씨와, 전국을 순회하며 브렉시트는 ‘우리가 독립하는 날’이 될 것이라는 정치적 레토릭을 적절히 배합해서 국민투표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전통적인 영국의 정치인 타입은 아닙니다.”

버밍엄 대학의 스콧 루카스 교수는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항상 자신이 똑똑한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우지만 서투른 구석도 만만치 않은 정치인입니다.”

보리스 존슨은 브렉시트 때문에 잔류를 희망하는 친EU 측으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 특히, 영국이 매주 3억5000만 파운드를 EU에 보내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함으로써 그는 잔류 희망 세력에게 배척당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의 브렉시트 운동이 성공함으로써 그의 오랜 친구였던 당시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가 사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카메론 총리는 2016년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친EU 측을 지지했었다.

그때 보리스 존슨은 당권에 도전할 움직임을 보였지만 동료였던 마이클 고브가 돌연 그와 경쟁을 선언하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난주 메이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기도 전에 그는 차기 대표 자리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했다.

“총리 자리에 나설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도전에 나설 것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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