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오늘 삼성 신경영 26주년… 미중 전쟁 - 검찰 수사 ‘쌍둥이 태풍’ 시련
[WIKI 프리즘] 오늘 삼성 신경영 26주년… 미중 전쟁 - 검찰 수사 ‘쌍둥이 태풍’ 시련
  • 전제형 기자
  • 승인 2019.06.07 07:32
  • 수정 2019.06.0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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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말기암 환자다. 어느 계열사는 영양실조, 당뇨병에 시달리고 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

1993년 6월 7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했다.

1938년 대구에서 창립한 이후 성공가도를 달려왔지만, 이 회장은 ‘그동안 쌓아온 것을 모두 부정하고 새로운 혁신에 나서자’고 선포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촉구한 것이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 한 가운데서 2년 후 열린 휴대폰 화형식은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삼성 직원들의 눈 앞에서 충격으로 연결된 사건이었다. 휴대폰과 무선전화기, 팩시밀리 등 10만대 이상의 삼성 제품들이 산산조각난 상태로 불구덩이 속에 던져졌다.

이후 삼성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삼성은 오늘날 세계 초일류 기업들과 어깨를 당당히 겨루는 그룹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 '신경영 선언' [삼성전자 제공]
이건희 삼성 회장 '신경영 선언' [삼성전자 제공]

삼성이 7일 신경영 선언 26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녹록치 않은 글로벌 사업환경과 함께 검찰 수사 등 가중되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삼성 안팎에서 감지되는 위기감은 ‘초유의 위기’로 일컬어지고 있다. 올들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요 회복 시기도 점차 미뤄지며 장기화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하반기 회복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도 한층 치열해진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여파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기대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함께 세계 3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미국 마이크론이 중국 화웨이에 D램 공급을 중단한 것은 호재지만 이는 ‘화웨이’를 5대 고객사 중 하나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에 타격을 입을 수는 있겠지만 삼성전자의 반사효과로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더욱 악재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문제를 빌미로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공장을 완공한 세탁기는 그나마 관세에 자유롭지만 미국 접경 도시인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대부분의 미국 수출 물량을 제조하는 TV나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냉장고 등은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기감 증폭되는 삼성.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로 위기감 증폭되는 삼성. [연합뉴스]

글로벌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경영 리더십을 흔들고 있는 점은 더 큰 문제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를 그룹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삼성전자 수뇌부를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이번 수사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엮으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상황에 따라 경영 리더십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대법원 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검찰 수사가 판결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은 오히려 경영보폭을 넓혀가며 정면돌파를 꾀하고 있다. 신경영선언을 계기로 위기를 기회로 삼았던 선친의 경험을 그대로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전자 관계사 사장단들과 함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발표했던 18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및 고용 계획과 지난 4월 발표한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투자 계획의 차질없는 추진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사장단 대책 회의를 열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사장단 대책 회의를 열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주말에 사장단을 소집해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은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강력한 의지를 솔선수범해 보여줬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사업도 어렵고 경영리더십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투자와 고용은 멈추지 않고 지속해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굴해 기업을 성장시키고 국가 경제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 환경으로 인해 우리 대기업들이 각 기업의 고유 사업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검찰 수사를 통해 회사의 경영 리더십까지 흔드는 것은 현 경제상황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이라며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인 기업들이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또 새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수사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투자와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미중 경제전쟁과 검찰 수사라는 ‘쌍둥이 태풍’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갈 수 있도록 각 주체들이 성원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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