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보유국 사실상 인정” vs “완전한 추측이다”… 뉴욕타임스-백악관 공방
“북한 핵보유국 사실상 인정” vs “완전한 추측이다”… 뉴욕타임스-백악관 공방
  • 이희수 기자
  • 승인 2019.07.02 07:30
  • 수정 2019.07.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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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만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만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전혀 들은 적 없는 시나리오다.”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데 대해 미 정부가 반박하는 등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이번 판문점 회동이 있기 몇주 전부터 북한의 '핵동결'(nuclear freeze)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협상안이 거론돼 왔다고 보도했다.

핵동결이란 새로운 핵물질 생산을 막는 것으로, 여기에 기존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방안이 채택될 경우 북한은 암묵적으로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된다.

NYT는 이에 따라 앞으로 있을 북미 실무협상에서 미국 측 협상단이 '영변 핵시설 폐기+α(알파)'를 북한 측에 제안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한 바 있다.

NYT는 “핵동결 시나리오가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대선 전략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더라도 가시적 대북관계 성과를 대선 승리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측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 같은 핵동결론에 대해 "완전한 추측이며, 현재로선 어떠한 새로운 제안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1일 "NSC 참모 중 누구도 북핵 문제를 핵 동결로 마무리하려는 의지에 대해 논의해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가둬두려는 비난받을만한 시도로, 이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남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남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적 사건인가? 사진 촬영용 이벤트인가?

앞서 뉴욕타임스는 판문점에서 이뤄진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의 보도 내용이다.

판문점 정상회담은 역사적으로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를 표시하는 판문점 반대편에서 서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고 이어 트럼프가 남북 경계가 표시된 콘크리트 슬래브 위로 발을 내딛으며 북한 땅에 발을 들여놓은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한편, 이번 회담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TV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비평가들은 이른바 ‘트럼프 시대의 특징’이라고 말하는 ‘사진 촬영용’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판문점 회담은 무엇인가?

리얼리티 TV쇼처럼 관심을 끄는 것인가? 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바와 같이 전설적(legendary)인가?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불신과 좌절로 얼룩진 관계는 두 비정통 지도자의 외교적 시도에서 변화될 수 있는가?

분단된 국경 마을인 판문점에서 일어난 비현실적인, 때론 혼란스러운 만남은 아마도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자들과 보안 관계자들은 역사적인 순간을 담기 위해 애썼고, 이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핵 군축 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사적인 만남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세계무대로 나설 때마다 급증하는 국제적 관심과 반응을 샅샅이 살피기 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역사는 단 한가지 관점에서 판단될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만남은 미국 어느 곳이나 타격할 수 있는 완전한 기능을 갖춘 핵무기에 대한 북한의 오랜 입장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결국 리얼리티 TV 쇼이다.

지난 토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국경에 초대하는 한 번의 트윗을 통해 주요 20개국(G20)의 일본 정상회담을 무색하게 했고 내년 대선에서 그를 대신하려는 민주당의 작은 군단도 뒷걸음질 치게 했다.

하루 뒤 세계의 이목이 비무장지대(the Demilitarized Zone)에 집중되었다. 엄밀히 말해 비무장지대는 여전히 전쟁 상태에 있는 남북 두 나라 출신 군인들이 여전히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장소이다.

이러한 파격적 배경을 넘어서게 되면서 결국 트럼프가 자신의 좁고 편협된 이익을 추구할 것이라는 회의론적 시각이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화되고 있다. 그들은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벌어진 모든 드라마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안전 보장과 엄청난 외부 제재 축소를 허가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완전한 핵 폐기를 더 빨리 진전해야 한다는 교착상태에서 아직 해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북한의 주요 핵발전소 폐기 제안에 대해 양보를 하지 않음으로써 중요한 기회를 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쌓아온 이상하고 놀라운 관계의 단계에는 2017년 김정은 위원장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터뜨리겠다는 다짐에서부터, 2018년 초 외교적 만남 이후 '아름다운(beautiful)' 편지 교환까지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교차했다.

즉, 이러한 외교가 안보 위협은 물리치지만 트럼프가 새로운 회의를 마치고 빈손으로 돌아올 때마다 오히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정당화시킬 뿐이라고 비판가들은 말한다.

무언가 큰 일(something big)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악수와 짧은 행진이 특별한 것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과거 제 2차 세계대전 말기 한반도는 소련이 지배하는 북한과 미국이 지원하는 남한으로 분열되었다. 1950-53년 한국전쟁의 공포 이후, 비무장지대를 따라 영구적으로 분단되었고 미국 주도의 유엔군 사령부가 국경지대의 남쪽을 통제했다.

미국 대통령과 고위 관리들이 수십 년간 비무장지대를 향해 줄기차게 대북 결의를 다져왔다. 도끼 살해, 미국 폭격기 비행, 그리고 필사적인 탈북 사례들이 있었다. 이후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은 기근, 리더십 변화 및 극심한 빈곤을 통해 핵무기 프로그램을 구축해 왔고 현재까지 미국과 대치 상태에 놓여 있다.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이 궁극적으로 변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열려 있지만, 전반적으로 양국 지도자 간의 관계는 확실히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존 딜루리(John Delury) 연세대 한국문제 전문가는 트위터를 통해 "현 단계에서 더 나아가려면 북한은 위협을 덜 느끼고, 안전하며, 포위망을 덜 받고, 세계에서 더 환영받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김정은과 만나는 것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해결된 상처와 한국전쟁, 70년 동안의 적대감을 구체화하는 ‘불모의 땅’이라는 상징에서 ‘새로운 관계 구축'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이것이 대부분 사진촬영 용을 위한 것이었더라도, 김 위원장이 더 강한 포용과 군축 가능성을 위해 국내에서 모멘텀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수잰 디마지오 (Suzanne DiMaggio) 연구원은 "김-트럼프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돌파구가 되었지만, 정기적으로 열리는 양국 실무회담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외교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결국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다양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외교"라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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