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선거법안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원내 1당은 어느 정당이 될 것인가?
자유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맞서 ‘비례한국당(가칭)’ 카드를 꺼내들면서 여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제는 정당득표율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들에 비례대표로 의석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지역 기반이 강한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은 보전받을 비례 의석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당이 자매정당인 비례한국당을 만들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역 후보를 내지 않는 비례한국당은 정당득표율만큼 비례 의석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여당 내부 자료라며 공개한 모의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비례한국당의 위력은 확인된다. 비례민주당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비례한국당과 한국당의 의석수 합은 민주당보다 많다. 선거법 수정안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석은 연동형 비례제가 적용되는 연동형 의석(30석)과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병립형 의석(17석)으로 나뉜다.
30석에 대해서는 연동률 50%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전체 의석 300석을 기준으로 민주당이 40%(120석)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지역구에서 120석을 이미 확보했다면 연동형 의석은 없고, 병립형 의석만 받을 수 있다. 반면 비례한국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아 연동형 의석에서 민주당을 압도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결과가 나오려면 한국당 지지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용지에 자유한국당 후보를, 비례대표 의원 투표용지에 비례한국당을 찍어야 한다. 당명도 기호도 다른 두 당을 ‘한 몸’처럼 보이게 해 투표로까지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당은 비례한국당에 현역 의원들을 차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 의석수가 많은 순서대로 기호가 정해진다는 것을 고려해 비례한국당이 앞 순번을 받게 하기 위함이다. 현행 의석수 기준으로 한국당 지역구 후보들은 기호 2번을 부여받기 때문에 한국당은 30명 이상의 의원을 내보내 비례한국당을 원내 3당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원내 2당인 한국당이 비례대표 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비례한국당이 기호 2번을 물려받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당명도 한국당과의 통일성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이미 7~8개 당명 후보군이 황교안 대표에게 보고된 상태다. 다만 유력시됐던 ‘비례한국당’이란 당명은 쓰지 않기로 했다. 김 의장은 “비례한국당이란 당이 창당 작업 중인데, 접촉해본 결과 함께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변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교차 투표’ 여부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으로 나뉘었던 진보 진영에서는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다른 당으로 찍는 교차 투표가 활발하게 벌어졌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지역구득표율(38.3%)과 정당득표율(33.5%)이 거의 일치했지만, 민주당은 지역구 득표율(37.0%)보다 정당득표율(25.5%)이 훨씬 낮았다. 현재 보수 정치권이 새로운보수당, 우리공화당 등으로 분열돼 있어 표가 분산될 수도 있다. 한국당에서는 모당과 위성 정당의 연계성을 강화해 표가 분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간판급 의원들을 비례한국당에 파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주당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비례한국당 출현을 막기 위해 비례대표 공천을 하지 않은 정당은 지역구 후보를 낼 수 없게 하는 선거법 수정안을 검토했지만 ‘위헌성’이 있어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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