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두산중공업에 대한 막대한 자금 지원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국책은행으로서 정부 방침에 따라 1조원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이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두산중공업에 경영·시장안정을 위해 자금을 지원한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 등에 긴급 유동성 지원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는 코로나19 등 일회성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 이후 6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도 매출액은 15조6597억원, 영업이익은 1조76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1%, 7.3% 증가했지만 10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당장 1조원 지원뿐 아니라 향후 추가 자금지원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필요시 두산의 자구 노력 등을 고려해 추가 자금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작년말 별도기준 차입금 4조9000억원, 자회사 포함 연결기준 차입금 5조9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당장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거나 상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한 회사채 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 또한 작년말 300%를 기록하며, 2018년말 299.1%, 2017년 280.2%에서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이 1조원을 지원 받아 당장 급한 불을 끌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경우 정부가 자금 수혈에 나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경쟁력 저하 등으로 생존 위기에 빠진 부실기업에 대한 혈세(血稅) 투입은 우려스럽다. 구조조정을 통한 생존보다 제도적 지원책을 악용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취임 후 "구조조정을 하며 기업들이 대부분 혁신하려는 생각 보다 의존하는 등 모럴 해저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막대한 혈세 투입이 예상되는 두산중공업 지원에는 국민적 동의가 선제적 요소다. 사업재편·인력감축 등 생존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과 부실 경영에 대한 대주주 책임 등이 필요한 까닭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두산중공업 지원은 철저히 생존 가능성을 담보로 해야한다. 현실적인 자구책을 실행하지 못하는 기업에게 하는 어설픈 공적자금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는 재정 낭비에 그칠 뿐이다.
[위키리크스한국=이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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