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만 빼고' 임미리, 헌법소원청구서에 '세월호 1인 시위 무죄' 대법판례 인용
[단독] '민주당만 빼고' 임미리, 헌법소원청구서에 '세월호 1인 시위 무죄' 대법판례 인용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9-23 10:01:43
  • 최종수정 2020.09.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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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 대리인 23일 헌재에 헌법소원청구서 제출
'선거운동 아니면 투표 권유 가능' 대법 판례 인용
임미리 고려대 교수.
임미리 고려대 교수.

일간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투표참여 권유행위가 인정된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임미리(사진)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23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다. 임 교수 대리인은 이날 오전 제출 예정인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 '선거운동이 아닌 투표참여 권유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2017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헌법소원심판이란 행정처분이나 법률 등 국가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때 그 여부를 구하는 헌법재판이다.

앞서 16일 서울남부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박규형)는 임 교수가 올해 1월 19일 <경향신문>에 칼럼 '민주당만 빼고'를 기고한 행위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혐의는 불기소처분하면서도 투표참여 권유행위 혐의는 인정된다며 기소유예처분했다. 공선법 제58조의2는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도 네 가지 예외를 두는데 그중 하나가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다. 검찰은 이 단서를 적용해 임 교수가 현행법이 금지하는 투표참여 권유행위를 했다고 인정하는 대신 더불어민주당이 고발을 취하했다는 점 등을 들어 처분을 유예했다.

이날 임 교수 대리인 법무법인 신아 김형남 변호사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선거법 제58조의 2가 합헌 결정이 나온 지 별로 안 됐다"며 헌법소원 대상은 선거법 해당 조항이 아닌 기소유예처분으로만 한정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 2018년 7월 26일 공선법이 금지하는 투표참여 권유행위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하는 경우'를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해당 조문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함께 내려지면 기소유예처분 역시 합헌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임 교수 측은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임 교수 측은 같은 법조항이 적용돼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무죄취지로 파기한 2017년 12월 22일 대법원 판례를 심도있게 검토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투표참여 권유행위는 편법적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취지"라며 "임 교수 행동을 일단 누구를 낙선시킬 목적의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대법원이 처벌대상으로 정한 선거운동은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인 행위"를 말한다. 임 교수가 칼럼에서 특정 정당에 반대 의사와 함께 투표를 권유했다고 하더라도 선거운동이 아니면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당시 대법원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옛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투표참여 권유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시민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홍모씨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둔 2016년 4월 10일 서울 광진구 왕십리역 부근에서 '기억하자 4·16, 투표하자 4·13' '세월호 2주기 304명의 죽음의 조사를 방해하는 당에는 1표도 아깝다'는 피켓 2장을 손으로 들고 시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대법원은 투표참여 권유행위를 따로 금지한 취지가 "투표매수 등 불법·부정 선거운동 또는 선거운동 방법의 제한을 회피한 탈법방법에 의한 선거운동을 방지"하는 것인데, 선거운동이 아닌 방법으로 특정 정당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실제 투표참여 권유행위로 처벌하는 다른 세 가지는 ▲호별 방문 ▲사전투표소 또는 투표소 100m 이내 ▲현수막 등 시설물 사용으로, 모두 다른 조항이 규제하는 선거운동으로 규정한 경우다. 검찰은 임 교수 행위가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라면서도 특정 정당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투표참여 권유행위 혐의를 인정했다. 임 교수 측이 검찰 판단을 모순으로 보는 이유다.

임 교수는 헌법소원청구서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만 빼고'라는 표현만 쓰지 않았을 뿐 어떤 특정 정당의 지지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단순한 의견개진에 불과하다고 (검찰이 다른 사례에서) 판단한 반면, 해당 표현이 존재한다며 임 교수를 처벌하는 것은 의사표시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임 교수가 정치학 박사고 정치적 평론을 해온 사람인데 이 사건으로 자기검열을 하게 됐다"며 행복추구권이 침해된 이유를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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