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년차 자기 색 찾은 구광모…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혁신'
취임 3년차 자기 색 찾은 구광모…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혁신'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11.26 19:47
  • 수정 2020.11.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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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대부분 유임…젊은 인재도 대거 발탁
여성임원 승진역대 최다…외부인재도 수혈
구본준 계열분리안 확정…내년 독립 경영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사진출처=LG그룹]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사진출처=LG그룹]

취임 3년차를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선택한 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혁신'이었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 연륜있는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하는 한편 젊은 인재 등용과 외부인재 영입은 지속했다. 취임 이후 줄곧 준비해 온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 문제도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재계에서는 위기 극복과 미래사업 역량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실용주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LG그룹은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에 걸쳐 계열사별 이사회를 실시하고, 2021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LG그룹의 임원인사 규모는 177명의 승진 인사와 4명의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선임 등을 포함해 총 181명으로, 지난해 168명 대비 소폭 늘었다. 연말 임원인사 외에도 연중 23명의 외부 인재를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나이, 성별, 경력과 관계없이 성장 잠재력과 분야별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도 지속 중용했다. 

구 회장은 취임 후 2년간 16명의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인적 쇄신에 공을 들여왔다. 반면 올해는 대부분의 계열사 CEO를 유임했다. 대신 사업부문과 스텝부문에서 성과를 낸 사장 승진자는 5명으로 늘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명에 불과했다. 

신규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은 4명이 선임됐다.

우선,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의 뒤를 이어 황현식 사장이 LG유플러스를 이끈다. 내달 새롭게 출범하는 LG에너지솔루션 CEO에는 김종현 사장이 낙점됐다. 이 밖에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이 용퇴하고 류재철 부사장이 그 자리를 넘겨 받았다. 남철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장 전무도 새롭게 선임됐다. 

사장 승진자는 이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사장, 손보익 실리콘웍스 CEO 사장,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사장, 이명관 LG인화원장 사장, 이방수 ㈜LG CSR팀장 사장 등이다. 

사진은 12일 LG화학 본사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 트윈타워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 트윈타워 모습.[사진=연합뉴스]

LG그룹은 미래준비를 위해 지난해 106명보다 증가한 124명의 상무를 신규 선임했다. 

특히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고 추진력 있는 인재들을 곳곳에 전진배치했다고 LG그룹 측은 설명했다. 

45세 이하 신규 임원은 24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최연소 임원은 1983년생으로 만 37세인 지혜경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 상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980년대생 신임 임원은 총 3명 발탁했다. 

구 회장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LG가 가속화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영역에서 성과를 낸 인재들을 중용했다. 또 융복합 기술개발 등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및 엔지니어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젊은 인재에 대한 승진 인사도 확대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LG디스플레이 플라스틱 OLED 분야 등 변화와 혁신을 이뤄낸 미래 성장사업 분야의 인재도 과감하게 발탁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 분사로 내달 1일 출범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에서 신임 임원 12명을 발탁했다. LG는 1990년대 중반 배터리 연구를 시작한 이후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한 결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 글로벌 1위에 올랐다. 

LG디스플레이의 플라스틱 OLED 분야에서도 5명의 상무를 신규 선임했다. 장기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디스플레이 사업 안정화 기반 마련 등에 기여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생산·품질·영업 등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에 대해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했다. 

여성 임원 확대 기조도 이어갔다. 올해는 전무 승진 4명, 신규 임원 선임 11명 등 역대 최다인 15명이 승진했다. 

이로써 그룹 내 여성 임원 규모는 지난해 말 39명에서 51명으로 늘었다. LG 전체 임원 중 여성임원 비중도 2018년 말 3.2%에서 2020년 말 5.5%로 증가했다.

올해 여성 임원은 전략·마케팅·기술·R&D·생산·고객서비스 등 다양한 직무에서 승진한 것이 특징이다. 

고객센터 상담사로 입사해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의 페인포인트 해결에 앞장서 온 고은정 LG유플러스 상무를 비롯해 여러 분야 여성인재를 두루 발탁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 등 2개사는 최초의 여성 전무를 배출했고, LG화학은 생명과학사업본부 차원에서 최초의 여성 전무를 발탁했다. 

올해 외국인 승진자도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자동차전지 생산법인 개발담당 데니 티미크(Denny Thiemig, 독일인) 상무 등 3명 배출하며 글로벌 현장에서 성과를 거둔 현지 핵심 인력을 확대 중용하면서 다양성을 강화했다.

LG는 이번 연말 임원인사와는 별도로 사업에 필요한 전문역량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영역의 외부 인재를 영입해 순혈주의를 탈피하고 있다.

올 한해 동안 ▲LG CNS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로 윤형봉 티맥스소프트 글로벌사업부문 사장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글로벌사업추진담당(부사장)으로 허성우 롯데BP화학 대표 겸 BP(British Petrol)코리아 대표 등 총 23명의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구본준 LG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구본준 LG 고문. [사진=연합뉴스]

구본준 고문이 LG상사, LG하우시스 등 5개사 거느리고 계열분리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선택과 집중’을 강조해 온 구광모 회장은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모아 주력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13개 자회사 출자 부문 가운데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 

㈜LG신설지주(가칭)가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LG상사 산하의 판토스 등을 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이다. 

㈜LG는 내년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 승인 절차를 거친 뒤 5월 1일자로 존속회사 ㈜LG와 신설회사 ㈜LG신설지주(가칭)의 2개 지주회사로 재편돼 출범할 예정이다. 

신규 지주회사는 새로운 이사진에 의한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한다. 사내이사는 구본준 고문(대표이사), 송치호 LG상사 고문(대표이사), 박장수 ㈜LG 재경팀 전무로 구성됐다.

계열분리안은 확정됐지만 실제 LG그룹에서 분리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내년 5월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 지주사와 구본준 고문의 ㈜LG신설지주(가칭) 양대 체제로 운영하다 관련 절차 등이 마무리되면 최종적으로 신설 지주사가 LG그룹에서 떨어져나가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구 회장이 취임 3년차를 맞아 안정된 체제 속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평소 '선택과 집중', '실용주의' 등을 강조해 온 구 회장의 경영철학이 대거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까지 이어진 계열사 CEO들과의 사업보고회에서  구 회장은 “고객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질적인 변화와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며 “미래성장과 변화를 이끌 실행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육성할 것”을 지속 당부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고속 성장하는 미래사업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관성에서 벗어나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경영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등 신구의 조화를 통한 ‘안정 속 혁신’에 중점을 둔, 구광모 회장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인사”라고 평가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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