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코로나 때문에 악화되고 있는 탈북자들의 북한행 송금
[포커스] 코로나 때문에 악화되고 있는 탈북자들의 북한행 송금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1.03.14 07:53
  • 수정 2021.03.1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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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가족 경제활동/사진=연합뉴스
탈북자가족 경제활동/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중국을 통해 북녘에 있는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드렸는데, 코로나19로 일자리가 끊겨 3개월째 못보내고 있습네다." (탈북자 김선호씨.가명)

AP통신은 13일(현지 시각) 코로나19 때문에 고단해진 남한 내 탈북자들의 생활과 그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는 대 북한 송금 현실에 대해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최복화(47)씨는 몇 년 사이 처음으로 북한의 어머니로부터 생일 축하 전화를 받지 못했다. 해마다 1월이면 최씨의 어머니는 북한과 중국 국경 인근에 있는 산에 올라 브로커가 밀수해 들여온 중국 휴대폰으로 남녘의 딸에게 전화해 생일을 축하하고, 송금받을 수 있는 절차를 협의하곤 했었다.

작년 5월부터 북한의 어머니(75)와 통화도 못하고, 돈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최복화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북의 어머니와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사태를 기화로 국경을 더욱 강력히 단속하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 뿐만 아니라 다른 남한 내의 다른 탈북자들도 코로나19의 혼란 와중에 북한의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고통은 북한에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탈북자들과 북한 내 가족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끊어짐으로써 정식 접촉이 금지된 두 개의 한국 사이에 어느 정도 정서적이고 금전적인 가교 역할을 하던 통로조차 닫혀버린 것이다.

남한의 탈북자들은 오래 전부터 북한의 부모나 자녀, 형제들에게 남한에서 번 수 입의 일부를 나눠줘 왔다.

그러나 남한에서 만성적인 차별과 가난에 직면한 이들 탈북자들은 현저하게 감소한 수입 때문에 현재 북한에 보내는 송금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탈북자들은 그동안 북한과의 접촉을 중개해왔던 브로커들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브로커들이 코로나19를 핑계로 터무니없이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대 북한 송금을 중단한 상태이다.

남한에서 북한식 공연단 소속 가수 일을 하고 있는 최복화씨는 작년에 행사들이 취소되는 바람에 평소 수입의 10~20% 밖에 벌지 못했다.

“최근에는 그 어느 때보다 북의 어머니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 남쪽에 위치한 도시 안산에 거주 중인 최씨는 이렇게 심정을 전했다.

북한과 중국 국경(사진=연합뉴스)
북한과 중국 국경(사진=연합뉴스)

북한이 1990년대 중반 대기근을 겪은 이래 약 33,000명의 탈북자들이 남한으로의 탈출을 감행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몰아닥친 작년에는 그 숫자가 2019년의 1,047명에서 229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많은 탈북자들은 북한 가족과의 연락을 위해 브로커들을 활용하지만, 그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위험하다.

북한 내 브로커들은 남한과의 연결을 위해 밀수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이 휴대폰들을 들고 중국과의 접경에 위치한 산에 오른다. 수신 감도가 좋고, 통신 감청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는 송금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남한의 탈북자들이 중국 쪽 국경에 있는 다른 브로커의 계좌로 돈을 보내는 것이다.

중국에 있는 브로커들과 북한의 브로커들은 별도로 물품을 밀반입한다. 이 말은 북한으로의 송금이 국경을 가로질러 그 즉시에서 이뤄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북한 내의 브로커들이 북한 가족들에게 대신 현금을 지불하고, 나중에 중국 내 밀수 파트너들에게 그 돈을 돌려받으면 된다.

그러나 일 년 내내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국경 폐쇄조치 때문에 밀수 사업이 큰 타격을 입었고, 그 결과 브로커들이 탈북자들의 송금을 위해 쓸 돈이 씨가 말랐다고, 관측통들은 말한다.

한미연합사령관인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작년에 북한이 밀수를 막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에 특수부대를 배치하고, 사살명령을 내렸다고 밝힌 바가 있다.

북한 소식통과 연결망을 갖추고,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는, 온라인 뉴스 매체인 데일리NK의 이상용 대표는 평양 당국이 휴대폰 신호를 방해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의 브로커들은 그동안 송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떼왔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에는 일부 브로커들은 40-50%까지 요구하기도 한다고, 탈북자들과 활동가들은 말한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이 대 북한 송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공식적이고 폭넓은 연구는 진행된 바가 없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몇 백 명의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별적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8-26%가 작년에 북한에 돈을 송금했다고 답을 했다. 이는 2014년 실시한 비슷한 규모의 여론조사 때보다 약 50%나 감소한 수치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한 시민단체 ‘새조위’를 이끌고 있는 신미녀씨는, 많은 탈북자들이 재정적 이유 때문에 북한의 가족들과 연락을 끊음으로 해서 송금액수는 심지어 팬데믹 상황 전보다 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북한의 열악한 처지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북한의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열의를 보입니다.”

신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눈에 안 보이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처럼 그 열의가 식어버리지요.”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서두에 예를 든 최복화씨의 북한 내 어머니는 통화를 할 때면 가끔, 북한에서 이웃에 살던, 다른 남한 내 탈북자들의 전화번호를 알려준다고 한다. 그들과의 연락이 끊어진 북한 가족들이 그들을 애타게 찾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자신이 남한에서 그들과 접촉했지만, 그들은 질병과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북한 가족들로부터의 정기적인 송금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추정치로 살펴본 2019년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남한의 1/27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미 빈사상태에 이른 북한의 경제가 북한을 얼마나 더 나락으로 떨어뜨릴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남한의 국정원은 작년에 북한의 설탕과 양념 등의 수입식품 가격이 4배가 폭등했다고 보고한 바가 있으며, 중국 측 자료에 따르면 북한과의 공식 교역량이 작년에 80%까지 축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보내는 돈은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조충희(57)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코로나19 전에는 북한의 두 형제들에게 해마다 각각 미화 890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을 송금했었다.

“그 액수면 정말 큰 돈입니다. 북한 시장에서 죽어라고 일을 해도 매달 30-40달러 정도 밖에 벌지 못하거든요”

조씨는 그의 형제들이 브로커들을 만나기 위해 국경까지 몇 시간이고 이동해 와서, 송금을 요청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2019년 11월 이후부터는 형제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한다.

조씨는 현재 일부 ‘강도 같은 브로커들’이 엄청난 액수의 송금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탈북자 친구들은 수수료가 안정화될 때까지 송금을 미루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탈북자 김형수(57)씨는 북한에서는 남으로 탈북한 가족을 둔 북한 사람들을 ‘반역자 가족’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냉대는 그들이 돈을 송금받기 시작할 때부터는 부러움으로 변한다고 한다.

‘디딤돌’이라는 인권단체의 공동대표인 김씨는 작년에 자신의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에 송금을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한은 북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인도적인 이유를 앞세워 탈북자들의 북한 가족과의 접촉을 강하게 규제하지는 않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관리들은 뇌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의 송금을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다.

“북한의 경찰들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이니까요.”

조충희씨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NGO 단체인 ‘좋은 농부들’의 대표인 조씨는 북한의 형제들에게 돈을 보내는 것은 ‘무척 고된 일’이기는 하지만, 북한 형제들에게서 전화가 온다면 다시 돈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남쪽으로 함께 오지 못해 형제들에게 늘 미안한 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dtpchoi@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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