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통제 자신했던 ‘HUG’ 체면 구겼다"…'분양가상한제' 동력 잃나?
"분양가 통제 자신했던 ‘HUG’ 체면 구겼다"…'분양가상한제' 동력 잃나?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1.11.11 08:40
  • 수정 2021.11.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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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규제 피하고자 ‘후분양’ 봇물…주택공급 절벽에 두 손 들어
건설사‧정비업계, 고분양가심사제 도입 ‘반색’…분양가 상승 기대감↑
분양가상한제 동력 상실로 이어질 지 지켜봐야…정부 의지 확고해
온천4구역, 고분양가심사제 도입 후 조합 제시안대로 1959만원 책정
둔촌주공, 내년 2월 분양 목표 사업추진…평당 분양가 4000만원 되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CG. [출처=연합뉴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CG. [출처=연합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가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자 고민한 끝에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도입해 분양가상한제를 개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명분은 고분양가 심사 제도를 개선한 것이지만 실상은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터무니없이 낮아진 분양가에 대한 비난이 빗발친 데다가 주택 공급 절벽 현상을 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을 수용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다.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고분양가에 따른 미입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HUG의 분양보증 리스크 관리 방안이지만 정부의 분양가 통제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HUG가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새롭게 바꾼 것은 비교 사업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거나 낮은 부동산 시세가 너무 낮은 일부 지역에서 지금과 같은 방식의 분양가 심사기준을 적용하면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주변 시세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의 분양가가 산출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쉽게 말해 가격이 낮게 형성된 데 따른 불만이 폭주하고 심사기준 공개 범위도 여전히 좁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개편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기존에는 분양사업지 반경 1㎞ 이내에서 최근 분양한 분양 사업장과 최근 준공한 사업장 두 곳을 비교해 높은 분양가를 책정했다. 이때 준공 정비사업장은 주변 아파트 시세의 90% 상한이라는 단서조건이 적용될 뿐만 아니라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준공 20년 미만 100가구 이상 아파트 매매가가 비교 대상이 된 것이다.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방향. [출처=HUG]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방향. [출처=HUG]

하지만 현행 기준은 주변 아파트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9월 30일부터 제도를 바꾼 것이다.

새롭게 도입된 부동산 시세 산정 기준은 ‘준공 20년 내 100가구 이상 아파트 평균 시세’에서 신청 사업장 단지와 특성 및 사업 안정성이 유사한 사업장 ‘평균 시세’로 바꾼 것이 제도 개편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일반 분양가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등의 정비사업도 속도낼 것으로 보인다.

주택업계는 정부가 내놓은 분양가상한제 개선을 놓고 반색하는 분위기다. 개편 매뉴얼대로 원칙을 적용해 분양가를 심사하면 그동안 제외됐던 비용이 추가로 반영돼 분양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건설사나 재건축 조합 입장에서는 호재다. 비교 사업장 부족 또는 낮은 인근 시세 등으로 현행 분양가 심사 기준 적용하면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주변 시세에 비래 터무니없는 금액의 분양가가 나로는 경우가 많았는 데 그동안 인근 시세에 비해 낮은 금액의 분양보증 때문에 분양을 미뤄왔던 사업장들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이번에 고분양가심사제도를 도입해 분양 심사기준이 세부 항목별로 구체화하면서 사업 예측 가능성이 제고돼 사업자는 사업계획의 원활한 수립과 추진이 가능해졌다"며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도심 내 양질의 신속한 아파트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면서 "주택시장 안정과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한 기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강조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주택공급절벽현상 심화. [출처=연합뉴스]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주택공급절벽현상 심화. [출처=연합뉴스]

앞서 정부가 지난해 7월 재도입한 분양가상한제는 주택 분양 시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를 산정, 이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한 제도이며, 지자체의 분양가 심의를 거쳐 분양가가 책정된다.

올해 연말이면 민간택지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지 18개월이 된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불안함이 해소되지 않자,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불만도 속출했다. 아파트 분양가는 내려간 대신 부동산의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아파트 수익이 줄어들자 건설사들이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손실을 만회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져 나왔다.

기존까지는 주변 비슷한 조건의 분양사업지 혹은 준공사업장 분양가를 바탕으로 해 해당지역 주택가격변동률을 곱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 이후 상당수 재개발 사업장의 분양가를 살펴보면 분상제 도입 이전보다 더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5~90%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정해놓은 탓이다.

정부 당국이 집값 안정화 차원에서 꺼내든 분양가 상한제 카드는 전국 곳곳에서 전국 주택시장에 공급 절벽을 초래한 패착요소다. 서울 뿐 아니라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아파트 정비사업 조합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벗어나고자 사업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후분양을 통한 분양가상한제 빗겨가기 전략을 택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변에 노후 단지가 많은 지방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재개발 일정을 늦추거나 후분양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주택 공급 절벽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온천4구역 일대에 들어서는 '래미안 프레스티지' 조감도. [출처=삼성물산 건설부문]
온천4구역 일대에 들어서는 '래미안 프레스티지' 조감도. [출처=삼성물산 건설부문]

분양가상한제 개편안 발표 이후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도 갈림길에 놓인 상태다.

'규제 완화'가 밑바탕인 만큼 분양가 상승을 노리고 일반분양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인 강동구 둔촌주공은 이번 개편안을 바탕으로 절차를 밟아 예정대로 내년 2월에 일반분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제도가 개편되자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 최고 분양가를 갈아치우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HUG가 고집했던 분양가 통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올해 지방 아파트에서 가장 큰 분양시장으로 평가받는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 재건축정비사업장이다. 정비업계는 이르면 다음달인 12월 일반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앞서 부산 동래구 일대 온천4구역재개발정비조합은 (래미안 포레스티지)는 지난 2일 HUG로부터 고분양가 심사제도가 시행되자마자 평당 분양가를 1959만원으로 통지받았다. 이는 부산지역 역대 최고 분양가였던 연제구 거제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장(현 레이카운티) 평당 분양가 1810만원을 갈아치운 것이다.

해당 사업장은 당초 올해 4월 일반 분양이 예정된 곳이었으나, 적정 분양가를 둘러싸고 재건축조합과 HUG 간에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으며, 조합 측에서 분양 일정을 미룬 것이다. 온천4구역 조합은 올 3월 HUG가 책정한 평당 1600만 원대 분양가를 수용할 수 없다며 일반분양을 연기한 것. 3월 말 HUG 측이 책정한 분양가는 평당 1628만 원으로 조합이 내세웠던 1900만 원 수준과는 차이가 컸던 탓이다.

그러다 최근 HUG가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도입해 분양가 산정 기준을 바꾸면서 조합이 재협상에 들어가 당초 산정가보다 300여만 원 높게 분양가가 결정된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온천4구역이 올해 2월 분양가 심사를 신청한 이후 조합에서는 줄곧 평당 분양가를 1900만원대를 고수하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는데, 최근 HUG가 도입한 고분양가 심사 제도로 인해 사업의 수혜를 톡톡히 본 알짜배기 단지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둔촌주공1단지 역시 고분양가심사제가 개편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업에 숨통을 트일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9년부터 일반분양을 추진했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갈등으로 2년째 분양을 연기된 상황이다. 당초 계획했던 내년 2월 일반분양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단지 조합원들은 3500만원 가량으로 요구한 반면 HUG는 둔촌주공의 평당 분양가를 2910만원으로 제시하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결국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됐다. 현재는 다수의 조합원들이 평당 4000만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둔촌주공1단지 전경. [출처=연합뉴스]
둔촌주공1단지 전경. [출처=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이번 조치로 인해 HUG가 정비사업장에 강력하게 밀어붙이고자 했던 ‘분양가 통제’가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정작 HUG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자체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분양가 산정 과정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차원"이라며 "고분양심사제도는 분양가상한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제도보완과 심사기준의 추가적인 공개가 그간 공급이 지연되던 일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간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 주택공급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역시 이번 분양가상한제 개편이 주택 공급에 어떠한 영향을 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컸던 택지비와 가산비 상승이 이번 제도 개편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상한제 개편안을 적용해도 분양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판단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대선이 얼마남지 않은 만큼 분양을 서두르기 보다는 좀 더 지켜본 다음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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