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재계 결산] 'M&A 큰손' SK, 기업 쓸어 담고 분할·합병 박차
[2021 재계 결산] 'M&A 큰손' SK, 기업 쓸어 담고 분할·합병 박차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2.27 07:34
  • 수정 2021.12.2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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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ICT·특수가스·플랜트·유틸리티"… 주요 사업 분할
M&A 20건으로 가장 많아... 인텔 낸드 인수 마무리 수순
기업 목표는 '이익 극대화' 아닌 '사회적 가치'... ESG 강조
경쟁력·전문성 키운다지만… '쪼개기 상장' 비판도 

SK그룹은 올해 그룹 내 신사업을 키우기 위한 분할·합병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인수·합병(M&A)을 주로 단행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선제적으로 나서 2050년 탄소중립 실현에 적극 동참했다. 몸집을 빠르게 불리고 있는 만큼 내년에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2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배터리·ICT·특수가스·플랜트·유틸리티"…주요 사업 분할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출처=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출처=연합뉴스]

SK그룹 계열사들은 올해 주요 사업 부문을 분할해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내놨다. 그룹 내 투자전문사인 SK(주)는 지난 3월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투자의 4대 축을 중심으로 한 사업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각 축에 맞는 사업 경쟁력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월 1일부로 배터리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을 각각 물적분할해 'SK온'과 'SK어스온'을 출범했다. SK온은 분사를 계기로 2030년까지 배터리사업 글로벌 선두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SK어스온은 앞으로 석유개발 사업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탄소 배출 최소화와 감축을 목표로 친환경 그린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방침이다. 양사 모두 투자금 확보를 위해 향후 기업공개(IPO) 절차도 밟을 것으로 보인다.

SK머티리얼즈는 특수가스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 법인을 만들었다. SK머티리얼즈는 삼불화질소(NF3)·육불화텅스텐(WF6)·모노실란(SiH4) 등을 주력 제품으로 하는 특수가스 사업만 맡게 된 것이다. 존속 지주사업 부문은 SK그룹 투자 전문 지주회사 SK㈜와 지난 1일 합병됐다. 합병 법인은 반도체, 배터리 소재 등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해 2025년까지 5조1000억원을 첨단 소재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SK케미칼은 산업용 보일러와 발전 설비를 만들고 전력을 생산하는 유틸리티 공급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했다. SK멀티유틸리티라는 사명의 신설 법인은 이달 1일 공식 출범했다. 노후화된 열병합 발전설비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로 100% 전환하는 유틸리티 사업의 전문화를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은 앞서 지난 2018년에도 바이오 사업을 키우기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분사한 바 있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플랜트 사업 부문을 'SK에코엔지니어링'으로 분할해 자회사로 신설된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분할기일은 내년 1월17일로 SK에코엔지니어링은 배터리, LiBS, 수소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그린에너지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관련 기술력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난 11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미래를 이끌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를 신설했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ADT캡스, 콘텐츠웨이브,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16개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ICT 투자와 M&A, IPO에 집중할 방침이다. SK그룹 신사업 자회사를 총괄하는 중간지주사인 동시에 글로벌 투자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다. 존속법인 SK텔레콤은 사명을 유지하고 본업인 이동통신(MNO) 사업에 주력한다.

■ M&A 20건으로 가장 많아, 인텔 낸드 인수는 마무리 수순

SK그룹은 사업 분할 외에도 'M&A 큰 손' 답게 올해 4대 그룹 중 가장 많은 M&A를 단행했다. 한경비즈니스가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와 함께 4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 계열사들의 M&A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SK그룹은 20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SK그룹은 지주회사와 소속 계열사들이 20건의 M&A에 12조120억원을 투자해 인수 건수와 규모 면에서 다른 그룹들을 압도했다. SK에코플랜트가 폐기물 처리 업체들을 비롯해 10곳에 달하는 기업을 인수하며 가장 활발했다. SK텔레콤이 4건(로크미디어, 스튜디오돌핀, 와이엘피, 굿서비스) SK(주)가 4건(파킹클라우드, 시그넷이브이, 이포스케시, 부산정관에너지), SK머터리얼즈 1건(에어프로덕츠코리아), SK증권 1건(피티알자산운용)으로 뒤를 이었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실현시켰다. 인수가 완료되면 낸드 업계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지난 22일 중국 규제 당국이 기업결합을 최종적으로 승인한 만큼 인수 절차는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하이닉스는 한국과 미국, 유럽, 영국 등 세계 주요국 규제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 기업 목표는 '이익 극대화' 아닌 '사회적 가치'…ESG 강조

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처=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처=연합뉴스]

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4년 이후 기업의 목표는 '이익 극대화'가 아닌 '사회적 가치(SV)'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한 그는 재계에서 선구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채택했다. SK그룹은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지난해 SV는 10조3357억원으로 집계돼 전년(9조171억원) 대비 1조원 이상 늘었다.

최 회장은 지난 2019년 국내 최대의 민간 사회적가치 플랫폼 SOVAC(Social Value Connect)을 출범시켜 사회적기업·소셜벤처와 투자자들을 연결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성장시키고 사회적 기업 투자 생태계를 활성화 한다는 취지다.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는 환경 보호,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탄소중립 실현에도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10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전세계 138개국이 탄소중립 선언‧지지에 나선 가운데,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을 도입하고 민간에서는 RE100‧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는 유럽으로 수입되는 제품과 서비스 가운데 현지에서 생산한 것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국경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재생에너지 100)의 약자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뜻한다.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기업으로는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 ▲아모레퍼시픽 ▲LG에너지솔루션 ▲한국수자원공사 ▲고려아연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등 13개사이다. ▲현대자동차 ▲기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5곳은 지난 7월 가입 선언 이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SK그룹은 6개사가 RE100에 참여하는 만큼 탄소중립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9일 미국 출장 귀국 이후 첫 일정으로 보고회 참석을 택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는 최 회장은 이날 대기업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오는 2030년까지 2억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2035년에는 탄소 배출 '제로'에 도전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사회적 기업과 ICT 투자를 강조하고, 굵직한 M&A와 분사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SK그룹이 내년 재계 순위 2위로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따르면 한국의 재계 빅4는 삼성(457조원), 현대차(246조원), SK(239조원), LG(151조원) 순이다. SK는 1998년 당시 재계 순위는 5위였지만, 지금은 3위를 달리고 있다. 4년 현대차그룹과의 자산 차이는 47조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6조5000억원까지 축소됐다.

■ 경쟁력·전문성 집중 나선 SK, '쪼개기 상장' 우려도

SK그룹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SK그룹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다만 SK그룹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사업부를 떼어낸 뒤 재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이 있었다는 관측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SK그룹 상장사 27종목(우선주 포함)의 시총 합계는 211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말(169조2천억원)보다 42조5천억원(25.13%)가량 증가했다. 지난 2018년 분사한 SK바이오사이언스(19조7천억원, 16일 종가 기준 시총)와 2019년 분사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12조3천억원)는 올해 상반기 증시에 입성해 그룹사 시가총액 규모 증가를 주도했다.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SK그룹은 계열사가 총 148개로 국내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다. 상장계열사도 27개로 국내 대기업들 가운데 계열사 IPO를 가장 많이 진행했다. 상장 추진은 당장의 신사업 성과보다 기업 가치를 빠르게 띄울 수 있는 방안이다. 다만 유상증자가 아닌 쪼개기 상장으로 자금을 수혈하는 방식은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 증시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월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현대중공업을 거론하며 물적분할을 함으로써 주가가 하락해 모회사의 소액주주가 보호받지 못했다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7월1일부터 8월19일까지 불과 한달 20일만에 주가가 22.17% 폭락했고, 과거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에 따른 한국조선해양의 경우와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경우에도 물적분할 발표 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SK케미칼(-43.48%)도 SK멀티유틸리티로 물적 분할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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