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재계 결산] 전장·OLED·배터리·비통신…구광모號 '뉴 LG' 가속화
[2021 재계 결산] 전장·OLED·배터리·비통신…구광모號 '뉴 LG' 가속화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2.28 07:44
  • 수정 2021.12.2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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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철수·OLED 강화, 전자 '미래 먹거리' 찾기 사활
LG화학·에너지솔루션 분할…"세계 1위 배터리 회사 목표"
B2B·비통신 키운 LG U+, 글로벌 제휴·협력사 확대 집중

LG그룹은 올해 전자·화학·통신을 주요 3대축으로 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했다. 국내 최고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1등으로 우뚝서겠다는 포부를 토대로 신성장 사업을 적극 키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3년차를 맞아 과감한 사업 정리와 탄력적인 조직 개편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다.

■ 스마트폰 철수·OLED·전장…전자 '미래 먹거리' 찾기 사활

[사진=LG화학]
LG트윈타워.

LG전자는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돌파'라는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8조7867억원을 기록해 분기 사상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른바 집콕·보복 소비 기조와 하절기 시기에 맞춰 프리미엄 가전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결과다. 회사의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H&A사업본부)과 TV(HE사업본부) 판매가 호실적을 견인했다.

H&A는 해외시장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했다. 공간 인테리어 가전 '오브제 콜렉션'은 올 2분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등 해외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공간가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HE사업에선 글로벌 TV 수요가 둔화되고 LCD 패널 가격이 상승하는 등 어려운 환경에도 프리미엄 수요가 늘어났다. 올레드 TV,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나노셀 TV도 선전했다. 특히 올레드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규모로 늘어났다.

LG디스플레이가 공들여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은 올해 8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LCD 위주의 중소형 패널은 줄어든 반면, OLED가 핵심소재로 채택되고 있는 배경이 작용한다. LCD 부문은 과잉공급과 경쟁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OLED를 비롯한 플렉시블·롤러블·스트레처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26년간 이어온 모바일(MC) 사업 공식 종료도 있었다. LG전자는 7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스마트폰 판매를 종료했다.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 수준이지만 국내와 북미 지역에선 10% 안팎에 달하는 알짜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까지 2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누적 적자는 5조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 전면 철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든 비용도 1조원이 넘는다. 한때 매각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매물로서 생산설비나 기술력 등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아 전면 철수가 이뤄졌다.

LG전자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이하 마그나)와 손잡고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는 지난 7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와 손잡고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사진=LG전자 제공]

이처럼 스마트폰 사업에서 완전 철수하는 대신 자동차 전장(전기창치) 사업을 그룹 미래 먹거리로 적극 밀고 있다. 지난 7월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와의 동력전달장치(파워트레인) 합작사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은 LG전자 전장사업 가운데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 인버터 등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부품, 구동시스템(모터·인버터·감속기가 모듈화된 형태), 차량 탑재형 충전기 등을 담당한다.

인수합병(M&A)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8년 차량용 헤드램프 업체 ZKW를 인수한 데 이어 이스라엘의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업 사이벨럼(Cybellum)의 지분 63.9%를 확보했다. LG전자는 사이벨럼과 함께 전장사업의 사이버보안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장사업을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등 3개 축으로 재편해 미래사업을 준비한다.

다만 적자 기간이 길어진 만큼 흑자 실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는 2016년 6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데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2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기준 누적 영업손실만 약 8600억원이다. 3분기에는 영업손실이 무려 5376억원이었다. GM(제너럴모터스) 전기차 배터리 충당금 문제로 LG전자는 약 7000억원을 분담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중 약 4800억원이 선반영된 탓이다.

■ LG화학·에너지솔루션 분할… "세계 1위 배터리 회사 목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14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출처=LG화학]

LG화학은 정부가 '제2의 반도체'로 밀고 있는 전지(배터리) 사업을 동력 삼아 세계 1위 종합 배터리 회사로 거듭난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LG화학 최고경영자(CEO) 신학철 부회장은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친환경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사업 ▲전지 소재 중심 전기 운송수단(e-mobility) ▲글로벌 혁신 신약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걸맞는 3대 신성장 동력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양극재, 분리막 등 전지 소재 부문 6조원을 포함한 총 10조원을 투자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또 상반기 채권 발행을 통해 2조원을 넘는 자금을 수혈받은 만큼 실탄도 확보했다. 양극재와 같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이슈를 몰고왔던 배터리 부문 분할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또한 연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작고 민첩한 조직을 통해 경영 스피드를 끌어올리겠다는 구 회장의 '애자일' 조직문화와도 상충되는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8일 오후 충북 오창의 LG에너지솔루션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에 참석해 "우리는 2011년 일본을 넘어 소형 배터리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에 올랐고, 중대형 배터리에서도 중국과 선도 각축을 벌이고 있다"라며 "이제 제2의 반도체로 확실히 성장하여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상장에 앞서 잇따른 전기차 배터리 문제로 4번째 리콜 조치를 받은 만큼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9년과 2020년에 ESS 화재와 현대자동차 리콜이라는 악재를 맞았고, 올해도 GM 볼트 전기차(EV) 리콜 사태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약 2조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쌓은 만큼 실적에도 큰 악영향을 끼쳤다.

■ B2B·비통신 키운 LG유플러스… 글로벌 제휴·협력사 확대

LGU+ 황현식 대표.
LGU+ 황현식 대표.

LG유플러스는 올해 B2B(기업 간) 사업 강화를 통한 새로운 판로를 개척했다. 단순 이동통신사에 만족하지 않고 비통신 판로를 개척해 구글과 같은 '디지털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통신 부문에서는 5G 통신망의 핵심으로 불리는 28㎓ 대역 상용화를 준비했다. 부여 정림사지, 공주 공산성, 광주 챔피언스필드 야구장, 부산 벡스코 등지에서 각각 28GHz 서비스를 선보인다. 3.5㎓ 5G 주파수 대역에서의 단독모드(SA) 서비스 또한 적절한 시기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5G 기지국은 올들어 8월까지 4329개의 5G 무선국을 구축했는데, 같은 기간 SK텔레콤이 1만8583개, KT가 1만2091개의 무선국을 추가로 설치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졌다.

비통신 사업도 강조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미디어·콘텐츠 등 비통신 매출을 지난해 기준 20%에서 2025년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핵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2025년까지 4000여명에 달하는 인재 확보에도 나선다. 

이를 위한 B2B 사업 청사진도 공개했다. 제조업 혁신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스마트팩토리 시장 공략을 위한 'U+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공개했다. 해당 솔루션을 공장과 기업으로 더욱 확산해 관련매출을 5년 내 7배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물인터넷(IoT) 중소사업자와 동반성장을 위한 5대 상생방안을 발표하는 등 B2B 무선시장 성장 촉진에도 나섰다.

글로벌 공룡 기업들과의 협력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말 구글과 손잡고 5G 기반 실감콘텐츠 제작 및 유통을 도맡았고, 지난해부터는 5G 핵심 기술인 MEC(모바일에지컴퓨팅) 협업에도 나섰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와 선제적 제휴에 나서며 디즈니와의 협력도 강화했다. 2016년 OTT 공룡 넷플릭스와의 독점제휴를 잇는 사례로 디즈니플러스 결합 상품도 출시했다. 이런 디즈니플러스 콘텐츠 수급을 통한 차별화를 통해 IPTV 사업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영화나 해외 드라마를 즐기는 콘텐츠 고관여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 물류·반도체 대란, 가전 특수 종료 "공급망 관리 강화해야"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달 30일 비대면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해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위한 경영전략을 논의했다고 LG그룹이 1일 전했다. [출처=연합뉴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9월 30일 비대면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해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위한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출처=연합뉴스]

최근 임원 인사를 단행한 LG그룹은 내년 사업계획을 다시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관리와 함께 매출원가 및 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개별 사업부별로 핵심 부품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본부 내 스마트사업부를 본부 직속으로 전화하면서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올 4분기에는 전 세계를 강타한 물류대란과 인플레이션 등 변수들이 반영될 것으로 보여 위기감이 큰 상황이다. LG전자 생활가전의 주요 원재료인 철강(steel), 수지(resin), 구리(copper)의 경우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각각 24.6%, 21.2%, 14.6% 상승했다. LCD TV 패널 원가는 전년 대비 무려 44.2% 올랐다. TV 및 AV 부품용 Chip만 전년 대비 4.4% 하락했을 뿐이다.

원자재 값 상승 외에도 물류대란으로 운송비도 증가했다. 코로나19로 항공 운항이 줄어든 상황에서 해운운임이 급등하고, 해상운송 공간 부족 심화, 항공화물 수요 증가 등 요인이 작용하면서 주요국으로 보낼 화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운송비로만 8437억원을 지불했는데 전년 대비 무려 68.4% 폭증한 수치다.  

이에 LG전자의 가전 제품 가격은 뛰어올랐다. 냉장고/세탁기의, 에어컨, TV, 모니터의 3분기 평균 판매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6.3%, 9.6%, 22.2%, 17.4% 늘었다.

LG전자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해상 및 항공 운임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홈, 에어컨 본부 수익성 악화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철강, 레진, 구리 모두 분기별 인상률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비 상승은 올 연매출에 전년 대비 약 2.5~3%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가격 인상도 예고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는 오는 4분기 최대 20%까지 반도체 가격을 올리겠다고 고객사에 통보했다. 12나노 이하 공정은 10%, 12나노 이상 공정은 20% 인상해 올해 연간 인상폭은 50% 전후로 집계된다. 2위 삼성전자도 아직 공식 입장은 없지만 이미 일부 고객사와 신규 계약을 문의하는 업체들에 가격 인상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기 상황을 의식하듯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사장단에게 "재무지표 목표가 사업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라며 '고객 가치'를 중심으로 한 성장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30일 LG 계열사의 최고경영진 30여 명과 비대면 사장단 워크숍을 개최해 경영 전략 방안을 논의했다. LG 경영진들은 내년에 코로나 특수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을 공유하며 시장 예측력을 높이고 공급망 관리(SCM)를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뜻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업 방향은 구 회장이 강조한 '고객 중심' 기조와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첫해인 2019년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고 천명한 이후 올해도 "고객과 더 공감하고 고객을 열광시키는 한 해로 만들자"고 당부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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