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푸틴과 관련, 말과 행동이 '엇박자' 나고 있는 인도
[우크라전쟁] 푸틴과 관련, 말과 행동이 '엇박자' 나고 있는 인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0.07 05:53
  • 수정 2022.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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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만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만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 8. 16 [사진=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푸틴에게 “현대는 전쟁의 시대는 아니다”라고 말했을 때 서방은 이를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마침내 러시아의 무도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CNN은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인도가 취하고 있는 애매모호한 입장에 대해 보도했다.

모디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이 있고 나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를 “분명한 원칙에 입각한 발언”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좀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도는 크렘린과 경제 관계를 단절하기보다는 러시아의 원유와 석탄, 비료를 구입하면서 서방의 제재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도가 푸틴의 재정적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뉴델리 당국은 UN에서 러시아를 제재하는 투표에서 몸을 사리면서 푸틴에게 국제적 명분이라는 허울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8월 인도는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전개한 ‘보스토크(Vostok) 군사훈련’에 중국, 벨라루스, 몽고, 타지키스탄과 함께 공동으로 참여하였다. 러시아는 이 훈련에서 어마어마한 무기들을 선보이며 퍼레이드를 펼쳤었다.

또, 인도는 지난주 러시아가 우크라니아 점령지 4곳에서 실시한 조작된 국민투표를 비난하는 또 다른 UN 결의안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모스크바 당국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불법 점유에 명분을 확보하고 전쟁을 강화하는 데 일부 힘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루치라 캄보지 UN 주재 인도 상임대표는 UN에서 이렇게 발언했지만 전쟁의 책임을 거론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즉각적인 휴전과 갈등 종식”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명백히 모순된 입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인도의 독특한 입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입으로는 러시아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실제적으로는 모스크바와 관계를 단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 엘리엇 국제 문제 대학의 국제 문제 연구교수인 디파 올라팔리는 모디 총리의 “대(對) 푸틴 강경 발언”은 식료품, 에너지, 비료 가격의 상승 및 다른 나라들에 전가되고 있는 고통이라는 문맥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의 경우 전쟁이 심화되면서 조바심이 깊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는 어떤 의미에서는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의식에 빠져있기 때문에 푸틴이 인도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도는 자신들이 불편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인도에서는 소수 종교 집단에 속하는, 아이를 안은 한 무슬림 여성이 국가시민등록부(NRC) 인증센터를 향해 걷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도에서는 소수 종교 집단에 속하는, 아이를 안은 한 무슬림 여성이 국가시민등록부(NRC) 인증센터를 향해 걷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두 개의 인도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병력을 집결하고 있을 때 모디 총리는 뉴델리에서 열린 ‘21세기 인도-러시아 정상회담’에서 푸틴을 환영했었다.

“나의 친애하는 푸틴 대통령 각하!”

모디는 푸틴을 이렇게 불렀다.

“인도에 대한 당신의 사랑과 개인적 헌신은 인도-러시아 관계를 상징하며, 나는 그 사실에 감사를 표명합니다.”

인도는 과거 냉전 시기부터 모스크바 당국과 깊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군사 장비 면에서 크렘린에 깊게 의존해왔다. 이는 중국과 접경지인 히말라야 지역에서 점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국과의 갈등을 고려하면 필수적인 관계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도는 점점 심화되고 있는 푸틴의 고립이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자 우려의 눈길을 보내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인도의 비정상적 행보는 중국과 함께 참여한 ‘보스토크 군사훈련’에서 그대로 표출되었는데, 서방은 이 같은 책략을 비판하고 있다.

“두 개의 인도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올라팔리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중국을 배척하고 다른 편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와 함께 훈련에 참여함으로써 러시아에 합법적 명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인도와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두 국가는 소리를 내어 러시아를 비난하기보다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양국은 평화를 주장하면서도 침공을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인도-중국의 유사점은 거기까지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국은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를 비난하고, 나토(NATO)가 동진정책을 밀어붙임으로써 위기를 촉발했다는 러시아 측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며 갈등의 책임을 줄기차게 미국과 나토에 전가하고 있다. 중국의 미디어들은 또 러시아의 주장과 가짜 뉴스들을 증폭시키고도 있다. 반면에 인도는 나토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며 전쟁이 심화하자 평화를 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에는 서방과의 우호적 관계가 증진되는 이면에 자국 뒷마당에서 불거지고 있는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은 인도에게 국경 문제를 놓고 큰 위협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인도 입장에서 러시아-중국 동맹 관계가 강화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뉴델리 정책연구센터의 수석 연구원 수샨트 싱은 이렇게 분석했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이 인도의 국익에 좋을 리가 없지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모인 정상들 [사진=연합뉴스]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모인 정상들 [사진=연합뉴스]

원론적 입장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고 나서부터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그의 국제 전략에 푸틴의 침공을 활용해왔다.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은 국가 수호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3월 가진 연설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그리고 그들의 용감한 저항은 전체 자유민들을 결속하는 민주주의의 절대적 원칙을 위한 광범위한 싸움의 일환입니다.”

2014년 나렌드라 모디가 총리에 오른 뒤부터 인도는 서방과의 관계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세계 민주주의 권에서 가장 많은 13억 인구를 보유한 이 나라는 미국과는 행보를 같이 하고 있지 않다.

인도의 국제 관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비동맹 정책으로 대표되었다. 비동맹 정책은 미국과 구소련 어디와도 거리를 두었던 정책을 말한다.

당장은 인도가 서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보다 강력한 입장을 표명하라는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고는 있지만 이러한 비동맹 정책은 여전히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이와 관련 수샨트 싱 연구원은 인도의 행보는 “자국 이익을 보호하는 데 집중되어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개최된 ‘상하이 국제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정상회담에서 푸틴을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모디 총리는 세계가 식량과 에너지 부족을 포함한 도전에 직면해있는데, 이러한 위기는 특히 개발도상국들에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현대는 전쟁의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세계가 민주주의와 대화, 외교의 원칙 하에서 운영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화로 당신에게 여려 차례 강조해왔다.”

모디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와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 정책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는 모디 총리 정부 하에서 인도는 외부에 표명된 입장에 반하는 위선적 정권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있다고, 수샨트 싱 연구원은 말한다.

“인도 정부는 종교적 소수집단에 대한 반민주적 탄압과 권위주의적 속성 때문에 민주주의 문제를 거론하는 데 소극적입니다.”

싱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디파 올라팔리 교수는 인도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인도로서는 헌법 전문에 명기된 민주주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할 일이 더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인도가 민주주의 수호 전선에서, 적어도 발언을 통해서만이라도, 분명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외부에 그런 입장을 표명했다고 해서 잃을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지요.”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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